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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빚은 줄이고 희망은 키우자

[Trend] 빚은 줄이고 희망은 키우자

해마다 이맘때면 아쉬움과 후회와 반성의 시간을 보내게 되지만 새해 전망마저 잿빛인 올해는 마음이 더 무겁고 어둡다. 하지만 애써 희망을 가져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지혜로운 마무리가 필요하다. 특별히 경제적인 이슈가 많았던 한 해, 그것이 남긴 교훈을 정리하면서 새해를 맞을 지혜를 가다듬어 보자. 올 초부터 계속 화두였던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3월과 9월의 저축은행 문제, 집값 하락과 전세가 폭등, 유럽의 재정위기, 하우스 푸어(House Poor)에서 시작된 푸어 시리즈 등 5가지 이슈를 살펴보면서 2012년을 맞을 준비를 해보자.



저축은행 사태 등 굵직한 사건 줄이어지난해 본격적으로 불거진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문제는 올해 초 고려대 박유성 교수팀의 평균수명 예측 발표와 함께 1년 내내 이슈가 됐다. 1955년생부터 1963년생까지 712만명이 줄줄이 은퇴를 하는 반면 수명은 길어지는 상황에서 부족한 우리 사회의 은퇴준비를 둘러싼 우려가 많았다. 베이비붐 세대는 현재 부모를 부양하고 있지만 자녀의 부양을 기대하지 않는 첫 세대이고, 부모 봉양과 자식 부양의 책임을 모두 지는 과정에서 자신의 노후 준비는 제대로 하지 못한 세대다. 그런 준비를 생각하기에는 삶이 너무 팍팍했고, 고령화의 속도는 너무 빨랐다.

베이비붐 세대의 문제는 우리 사회가 계속 안고 가야 할 큰 짐이다. 하지만 눈을 조금만 돌려 그 아래 세대를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할 수 있다. 베이비붐 세대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았고, 부동산 가격이 치솟기 전에 주택도 마련했다. 그리고 정년퇴직을 꿈꿀 수 있는 세대였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은 사회에 발을 내딛자마자 외환위기를 겪고, 돈을 모아 집을 사려고 할 때쯤에는 이미 너무 올라버린 주택가격에 눈물을 흘렸다. 88만원세대라고 불리는 젊은이들까지 포함해서 은퇴준비를 논하기에는 너무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다.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들이 풀어야 할 숙제가 베이비붐 세대보다 결코 작지 않다.

다음으로 2011년 3월의 부산 저축은행 사태 이후 9월에 또 다시 저축은행의 영업정지가 많은 사람을 분노하게 하고 울분을 터뜨리게 했다. 서민들, 특히 주로 노인이 피해자였다. 이자를 조금 더 받으려고, 안전하다는 직원들 말을 믿고 그들은 소중한 돈을 후순위채권이나 예금 상품에 투자했고 피해를 봐야 했다. 저축은행 사태에서 다시 한번 깨달은 불편한 진실은 금융회사를 너무 믿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믿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소비자로서 권리를 주장해야 할 대상이라는 것과 법적인 안정장치 외에는 자신의 자산을 지킬 책임은 온전히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절감하게 했다. 금융소비자로서 자세 변화가 필요하다. 금융상품은 용어부터 소비자가 쉽게 이해하기 힘들 때가 많다. 모르면 묻고 확인하자. ‘여기에 서명하시면 되요’라는 말에 아무 생각 없이 서명하기 전에 묻고 확인한 다음 돈을 맡겨야 한다. 서명은 결과를 내가 책임지겠다는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전세값 급등과 부동산 가격 침체도 논란거리였다. 집을 사두면, 특히 아파트를 사두면 언젠가는 올라간다고 믿었다. 그 믿음은 아파트 가격의 상승으로 보답 받았다. 가진 돈이 없더라도 저금리라 주택담보대출을 최대한 받으면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대출은 조금씩 천천히 갚아나가면 되는 것이었고, 이런 저런 이유로 대출을 상환해 나가기가 힘들 때는 차익을 남기고 팔면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주택가격 하락과 대출상환 부담 때문에 이제는 그 집이 말썽이 되고 있다. 주택가격 하락과 함께 전세값이 폭등해 많은 사람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무리 저축해도 오른 전세가격을 맞추기 힘들어 좀 더 먼 곳, 좀 더 싼 곳을 찾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분주했다.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의 많은 대책에도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건 전세값이 조금은 안정돼 가고 있다는 점이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인식, 그리고 내 집이든 전세든 자신의 상황에 맞게 대출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교훈을 2011년 주택시장에서 배웠다.



“우리는 괜찮겠지” 막연한 믿음 버려라개인이나 나라나 빚이 결국 큰 문제가 된다는 평범한 사실을 되짚는 계기도 됐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유럽의 재정위기는 그 끝을 예단하기 어렵다. 세계 경제가 우려와 불신의 시각으로 유로존을 지켜보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이제까지의 경제위기와 다른 점은 그 위기가 다른 경제주체가 아닌 국가의 부채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가계나 기업이나 국가나 부채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 밖에 없다. 수입을 늘려서 부채를 갚거나 긴축을 해서 지출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경기침체와 리더십 부재로 어는 것 하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는 지나친 소비와 높아진 생활수준을 유지하느라 카드를 쓰고 할부로 구매를 하고 대출을 통해 집을 구입하는 데 익숙하다. 부채로 생활을 영위해온 점은 유로존 국가들과 다름이 없다.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 유지하기 힘든 사람들이 너무 많다. 경기회복 전망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결국 우리의 선택은 ‘긴축’이어야 한다. 소비수준을 현실화하고 빚은 갚아 나가야 한다. 가능하면 대출이라는 멍에를 지지 않는 게 좋다는 사실을 유럽의 재정위기는 알려주고 있다.

주택문제 때문에 한동안 하우스 푸어(House Poor)라는 말이 자주 나왔다. 최근에는 푸어라는 단어가 대한민국의 오늘을 사는 다양한 모습을 표현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비싼 등록금과 스펙 쌓기, 학자금 대출 때문에 가난한 대학생들은 유니브 푸어(Univ Poor)다. 화려한 결혼식 비용과 폭등한 전세값을 마련하느라 받은 대출 때문에 가난해진 신혼부부들은 웨딩 푸어(Wedding Poor), 자녀를 가지면서 고가의 유아용품과 양육비 등으로 웨딩 푸어들은 베이비 푸어(Baby Poor)가 된다. 그리고 40,50대에는 자녀교육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에듀 푸어(Edu Poor)가 되고, 결국 나이가 들어 은퇴를 하면 실버 푸어(Silver Poor)가 된다.

그야말로 푸어들의 전성시대다. 문제는 현재의 가난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희망을 잃어버린 채 호프 푸어(Hope Poor)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 한다. ‘남들 다 하는데’라고 말한다.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게 살면 가난의 고리를 끊기 힘들다. 결혼비용을 줄여 검소한 결혼식을 치르고, 출산용품이나 유아용품은 물려받는 뻔뻔함이 필요하고 사교육은 자녀에게 맞게 조정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한번뿐인 결혼, 하나뿐인 자녀라는 상황, 눈앞에 닥친 이벤트에 매몰되지 말고 한번뿐인 인생, 오랜 세월을 살아가야 할 자녀라는 관점에서, 인생 전체를 놓고 돈, 소비, 저축에 대해서 고민하고 결정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2011년, 다섯 가지 이슈를 정해 살펴보면서 우리는 그것들이 예견된 위험·위기였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다가오는 2012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을 버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위험에 대비하는 지혜로운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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