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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estment] 다이아몬드 투자 금보다 빛나다

[Investment] 다이아몬드 투자 금보다 빛나다

“비싼 돌.” 보석 업자들은 흔히 다이아몬드를 이렇게 부른다. 속내는 다르다. 다이아몬드를 다루면서 사심이 섞이면 곤란하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은 척 말하는 것뿐이다. “결국 돌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손톱 반만 한 크기의 다이아몬드 값은 수백 만원에서 수천 만원에 이른다. 이 비싼 돌이 요즘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귀금속 가운데 금값이 등락을 거듭하며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금에만 투자하기에는 뭔가 불안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늘어서다.

다이아몬드 가격은 대체로 보합세를 보이거나 오른다. 경기에 따라 수요가 늘거나 줄어들기도 하지만 공급량은 언제나 부족하기 때문이다. 보석업계에서는 다이아몬드 가격 상승률이 대개 세계 GDP 성장률보다 1~2% 포인트 높다고 본다. 가격이 오르는 다른 요인도 많다. 올해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로 세계 다이아몬드 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중국과 인도 수요가 늘어 올해도 다이아몬드 값은 상승세를 유지했다.

원석가격과 채굴 인건비가 오른데다, 세계 원석 거래의 60~70%를 차지하는 DTC와 알로사가 원석가격을 올해만 10% 넘게 올려서다. 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의 온현성 소장은 “지금까지 다이아몬드 가격은 한번도 떨어진 적이 없었다”면서 “2008년 금융위기 때 월별 가격이 잠시 떨어지긴 했지만 이 때도 연간 가격은 올랐다”고 말했다. 한국귀금속거래센터의 심효정 팀장은 “아프리카 광산이 고갈돼 최근 다이아몬드 공급이 부족한 편”이라며 “개발이 한창인 캐나다 광산에서는 3캐럿이 넘는 고급 원석이 나오지 않아 2011년에 특히 고급 다이아몬드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세계 다이아몬드 원석 시장 규모는 125억 달러에 이른다. 2011년 한국 다이아몬드 시장 규모는 1조3362억원으로 전체 주얼리 시장의 29%를 차지한다. 나라별로 다이아몬드값은 환율, 세율, 경기, 문화적 특징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라파포트 다이아몬드 리포트’라고 불리는 국제적인 등급별 기준 가격은 있지만 이건 국제 보석상 사이에서나 돌려보는 내용이다. 각국 소매가격과는 차이가 난다.



국내 주얼리시장의 30% 차지한국은 세계에서 넷째로 큰 다이아몬드 소비시장으로 수요가 비교적 탄탄한 편이어서 국제가격과 비교해 국내 소매가격 상승세가 가파른 편이다. 결혼예물의 57%를 차지할 정도로 다이아몬드 반지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0.39캐럿(1캐럿=0.2g)짜리 다이아몬드 수요가 많은 편이다. 한국의 소매시장 거래 형태는 독특한 편이다. 실제로 ‘흔치 않은 매물’ ‘어느 재벌가 사모님 애장품’이라는 이유로 몇 분 만에 2배 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한 마디로 ‘부르는 게 값’이다.

다이아몬드 가격 결정 요인의 기본은 등급이다. 이른바 ‘4C’라고 불리는 투명도(Clarity), 색상(Color), 연마기술(Cut), 무게(Carat)의 4가지 요소에 따른 등급으로 가격을 매긴다. 가격을 결정하는 주된 요소는 투명도와 색상. 가장 투명한 게 ‘IF’ 등급이다. 색상은 D부터 Z까지 등급을 나눈다. 대개 D나 E 정도 색상이 희귀한 만큼 높은 가격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D~E 등급 IF로 2캐럿 이상 되면 확실히 투자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실제 황색인 D등급 2캐럿 다이아몬드 1개를 5년 전 8000만원에 구입한 한 기업가의 부인은 올해 1억6000만원을 받고 팔았다. 5년 새 수익률 100%를 올린 것이다. 보석상들은 “만약 색깔이 요즘 인기 있는 파란색이었다면 3억~4억원 수준에 거래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D등급 2캐럿은 국제시장에서 10만 달러에 거래된다. 소매시장에서는 여기에 10% 안팎의 프리미엄과 30%가량의 세금이 붙는다. 온현성 소장은 “3캐럿이 넘거나 희귀한 색상이라면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오른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의 부자들은 꾸준히 ‘다이아몬드 재테크’를 해왔다. 이들이 전하는 다이아몬드 재테크의 방식은 크게 4가지다. 첫째 디자인이다. 희소가치가 있는 원석을 구매해 뛰어난 솜씨를 가진 기술자와 브랜드를 찾아 세공을 맡겨야 한다. 세공한 제품이 좋은 감정을 받으면 그만큼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주로 귀금속 매니어 수준으로 관심을 가진 귀부인들이 쓰는 방법이다. 이들 중에는 전문가가 봐도 뛰어난 디자인 솜씨를 보이는 사례가 있다. 물론 유명 기업인의 부인, 패셔니스타 등 명사가 디자인 한 반지, 귀고리, 목걸이라면 가치가 더욱 커진다.

둘째 이른바 뉴스메이커를 통해 귀금속을 보유했다가 되파는 방법이다. 똑같은 다이아몬드라도 유명 기업인이 유명 배우에게 선물한 것이라면 가격이 크게 오른다. 본래 가격에다 ‘명사의 스토리’라는 프리미엄을 더하는 것이다. 경매사의 설명으로 로맨틱한 스토리가 가미된 다이아몬드는 더 높은 가격에 낙찰된다. 일부 보석상은 비싼 다이아몬드를 일정기간 동안 유명 연예인에게 무료로 빌려줘 일부러 귀금속의 가치를 높이기도 한다.

셋째 증여나 상속에 다이아몬드를 사용한다. 다이아몬드에는 증여세가 붙지 않는다. 거금을 후손에게 물려줘도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개인끼리 사고 팔 때는 별도로 세금을 내지 않는다. 공식적으로 구입할 때만 특소세를 낸다. 투자가치가 있는 희귀 귀금속은 비교적 오랜 시간에 걸쳐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부동산보다 안전하고 환금성이 좋은 편이다. 일부 기업가 부인들은 현금을 어느 정도 모았을 때마다 부지런히 다이아몬드를 모아 상속용으로 간직한다.

넷째 리모델링이다. 그리 유명하지 않은 디자이너가 만든 반지라면 다이아몬드만 뽑아낸 뒤 유명 귀금속 브랜드에 이를 맡겨 새로운 상품으로 만들 수 있다. 별도의 비용이 들 수 있지만 다이아몬드 자체의 희소성이 크다면 브랜드나 디자인을 바꾸는 것만으로 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다.



‘D, E등급 2캐럿 이상’ 투자가치 있어10캐럿이 넘거나 희귀한 색상으로 투자가치가 큰 다이아몬드는 경매에서 팔 수 있다. 한국의 물건은 주로 소더비 홍콩지사 등에서 거래한다. 한국 투자자들은 전문 보석상과 상의해 국제 경매시세와 인기 품목을 확인한 후 홍콩으로 날아가 매물을 처리하곤 한다. 1~2캐럿 수준은 국내 재래시장에서 거래되는데 대중적 인기가 있어 환금성이 좋은 편이다.

다이아몬드 투자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세금이다. 다이아몬드를 구매할 때 최대 30%에 이르는 특별소비세를 내야 한다. 다이아몬드를 사는 순간 기본적으로 마이너스 30%의 수익률 부담을 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비교적 오래 보관해야 한다. 분실이나 도난 우려를 줄이기 위해 은행 등 사설 금고에 보관하면 보유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 투자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자금과 낮은 보유비용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리치몬트코리아의 김소현 지사장은 “다이아몬드 관련 세금이 무겁긴 하지만 쉽게 되파는 물건이 아닌 만큼 장기간 보유한다면 가격이 떨어질 염려는 없다”면서 “지금까지는 대부분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착용하거나 낭만적인 의미로 다이아몬드를 샀지만 투자목적으로 시각을 돌려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권했다.



박상주 이코노미스트 기자 sa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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