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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irement] 건강·교육 부문에서 일자리 찾아라

[Retirement] 건강·교육 부문에서 일자리 찾아라

대기업 인사팀에 근무하다 퇴직한 54세의 오모씨는 여기 저기 이력서를 보냈지만 연락 없이 시간만 흘러갔다. 처음에는 집에서 쉬는 아빠가 있어 좋다던 아이들도 집에 있는 시간이 오래 이어지자 오씨의 눈치를 슬슬 보기 시작했다. 자영업을 해볼까 고민도 했지만 자신이 없는데다 마음에 딱 드는 업종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참에 아는 사람에게서 회사 규모는 작지만 내실 있는 기업에서 전문성 있는 인사팀장을 찾는 다는 얘기를 들었다.

비록 회사 규모와 연봉은 예전보다 작지만 오히려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적합한 회사라고 생각했다. 다른 지원자와 공개 경쟁에서 이겨 마침내 합격했다. 오씨는 자신의 재취업 성공요인을 두고 “20년 넘게 쌓은 인사업무의 전문성과 적절한 정보 입수, 예전 직장보다 규모나 연봉이 작지만 욕심을 버리고 알찬 기업을 선택한 결과”라고 말했다. 11월에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가 공모한 재취업 성공수기 가운데 하나다.

일반적으로 희망하는 은퇴시기와 실제로 퇴직하는 시기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자료(제1차 고령화 패널, 2010)에 따르면 연령이 높아질수록 예상하는 은퇴연령도 높아진다. 55~64세가 희망하는 은퇴연령은 63~64세로, 65세 이상은 약 72세에 은퇴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생 동안 주로 일했던 직장에서 퇴직하는 시기는 평균적으로 남성은 55세, 여성은 51세이다. 이를 종합해보자면 대략 53세쯤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다음 10~15년 정도를 추가로 일하고 나서야 비로소 은퇴하는 사례가 많다. 따라서 거의 모든 퇴직자가 더 일하기 위해 구직활동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퇴직 후 10년 넘게 더 일하기 희망이처럼 퇴직자들이 계속 일하기 위해 구직에 나서는 이유는 퇴직 무렵이 가계 지출이 가장 많은 시기와 겹칠 때가 많아서다. 55세 전후는 자녀의 교육비와 결혼비용 등으로 목돈이 들어갈 일이 많다. 이때 퇴직하면 수입이 끊겨 경제적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 또 퇴직 후 연금을 받을 때까지 몇 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도 퇴직자가 재취업시장으로 몰리는 이유다. 이는 퇴직 시기와 연금수령 시기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55세에 퇴직한 사람이 국민연금을 받으려면 최소 5년(2011년 현재 국민연금 지급 개시 연령은 만 60세이다)을 기다려야 한다. 앞으로는 국민연금 지급 개시 연령이 65세로 늘어날 예정이어서 이런 공백 기간이 10년으로 점점 길어질 전망이다.

시니어의 재취업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시니어 인력이 취업 때 느끼는 애로사항으로 취업연령의 제한(39%)과 함께 고령자에 대한 부정적 사회인식(26%)이 꼽혔다. 그렇다면 시니어 인력에 대한 부정적 사회인식은 어떤 것이 있을까. 노동부 자료(임금피크제 실태조사, 2008년)에 따르면 시니어 인력의 단점으로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진다, 작업능력과 능률이 떨어진다, 생산성에 비해 임금이 너무 높다, 체력문제로 힘든 작업이 곤란하다, 새로운 일에 대한 의욕과 호기심이 없다 등이 꼽혔다. 장점으로는 폭 넓은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일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다, 근무태도가 좋고 모범적으로 일한다, 후배를 지도하고 청년층의 모범이 된다 등이다.

시니어의 단점을 극복하려면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같은 나이라도 사람에 따라서 더 젊어 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나이가 더 들어 보이는 사람도 있다. 이건 실제 건강보다 여러 나쁜 습관 탓일 때가 많다. 예를 들어 몸을 구부정하게 구부리고 걷는 습관이 있으면 훨씬 나이가 들어 보인다. 또한 필요 이상으로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것도 실제보다 나이가 들어 보이는 이유가 된다. 건강한 습관을 길러서 시니어 인력은 건강하지 않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려야 한다.

앞서 사례를 든 오씨처럼 성공적인 재취업을 위해서는 효과적인 정보 입수와 구직활동도 필요하다. 한국노동연구원 노동패널 분석 자료에 따르면 연령이 높아질수록 대중매체나 인터넷과 같은 공식적인 채널보다 지인의 소개와 같은 비공식적 채널을 통해 일자리를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 별로도 차이가 있다. 남성은 개인이나 사회적 인맥을 통해서, 여성은 공공 혹은 민간 고용서비스 등을 활용해 구직활동을 했다. 한국고용정보원 분석자료(2009년)에 따르면 사회적 네트워크를 활용한 구직활동의 성공비율이 119.1%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개인적 네트워크가 101.8%로 그 뒤를 이었다. 응답률이 100%가 넘는 건 주된 방법 이외에 부차적 방법도 혼합해서 사용하기 때문이다. 반면 공식적인 방법은 89.9%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결국 사회적·개인적 네트워크가 시니어 재취업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시니어에 맞는 일자리를 찾는 것도 성공적인 재취업의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시니어의 장점을 충분하게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 즉 시니어 잡(senior job)이 잘 발달해 보급되고 있다. 은퇴자들이 차지할 수 있는 시니어 잡이란 주로 발전 가능성이 크지 않은 협소한 분야이면 좋고, 6개월에서 2년 안의 집중적인 교육으로 가볍게 자격증을 취득해 젊은이들이 선호하지 않는 분야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정의한다. 예를 들어 교육 분야에서 전통적인 교사보다는 교사를 지원하면서 교과서를 개발하고 계속 수정하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특히 성인대상 교육기관이나 단체가 다양한 사회경험을 가진 시니어를 고용해서 업무를 추진할 필요성을 많이 느낀다.



시니어 잡 더 많이 나와야은퇴자에게 시니어 잡을 보급하고 알려주고 있는 시빅재단에 따르면 은퇴자가 가장 선호하는 일자리를 5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건강분야, 환경분야, 정부분야, 교육분야, 비영리단체 분야가 그것이다. 이 중 건강과 교육분야에서 가장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고 있다. 건강분야에서는 홈건강관리자(Home Health Aides), 노인대상 헬스트레이너, 노인대상 물리치료사, 노인 의료행정 보조사 등이 유망한 직업이다. 교육분야에서는 초중고의 방과 후 특별 프로그램 교사, 교과목 개발전문가, 코치나 멘토, 교사보조자, 교육컨설턴트 등이 대규모로 채용되고 있다. 완전하게 은퇴하기 전에 부족한 소득을 채우기 위해 일자리를 원한다면 자영업보다는 좀더 고령화 사회에 맞는 일자리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 국내외에서 약간의 교육을 받아야 하고, 젊은이들과 직접적인 경쟁을 피해야 하며, 비록 소득수준은 낮지만 전문성이 약간이라도 있는 분야를 찾아내면 재취업 성공에 이를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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