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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set Management] 닻 올린 헤지펀드 6개월은 지켜보라

[Asset Management] 닻 올린 헤지펀드 6개월은 지켜보라

유로존 재정위기에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가운데 새해를 맞았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작은 호재나 악재에도 출렁대고 있다. 국내 시장은 한술 더 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북한 리스크’까지 떠안고 있다.

이렇게 혼란스런 가운데 2011년 12월 23일 한국형 헤지펀드가 출범했다. 헤지펀드란 주식뿐만 아니라 부동산·원유·금을 비롯한 실물자산과 통화나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같은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위험을 분산하는 금융상품이다. 헤지는 ‘울타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위험을 회피하거나 분산해 안정적인 수익을 노린다. 국내외 사정이 신통치 않아 출발은 미미하지만 펀드와 자문형 랩에서 쓴맛을 본 투자자들의 대안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에서도 공모펀드→ 랩 어카운트→헤지펀드의 단계로 시장이 발전했다는 것을 되짚어 볼 때 국내에서도 헤지펀드에 무게중심을 둘 만한 적절한 때로 보인다.



펀드→ 랩 어카운트→헤지펀드 순으로 발전금융위원회가 등록심사를 완료한 9개 운용사의 12개 헤지펀드 가운데 11개는 대부분 국내와 아시아 주식을 활용한 롱숏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한국형 헤지펀드의 목표수익률과 성과보수는 10% 안팎이다. 성과보수란 목표수익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렸을 때 받는 보수다. 운용보수는 0.3%~1% 사이다. 일반 펀드보다 크게 비싸지 않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고수익을 기대하기보다는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기관이나 고액자산가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6개월 정도 후에 드러나는 운용사별 실력을 살펴보고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한국형 헤지펀드의 최소 가입금액은 5억원으로 문턱이 높은 편이다. 반면 차입 한도는 400%로 비교적 낮게 잡았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에 설정한 한국형 헤지펀드의 규모는 1500억원 정도다. 펀드당 규모는 4억에서 470억원가량 된다. 금융업계가 애초 예상한 5000억원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다. 유럽 재정위기 심화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등으로 금융시장이 더욱 불안해진 영향이 컸다.

롱숏은 성장성까지 감안해 주가가 오를 것 같은 종목은 사서 보유하고(롱), 동시에 고평가된 주식은 대차 매도(숏)해서 양쪽의 가격 차이로 수익을 올리는 투자 전략이다. 주가가 오르는 종목에만 베팅하는 게 아니라 주가가 내려가는 종목에도 동시에 베팅하는 것이다. 시장이 전체적으로 하락하더라도 손실을 줄일 수 있고, 양(兩)방향성 베팅이 모두 정확하게 맞으면 많은 수익을 낼 수도 있다. 롱숏 전략을 택하지 않은 펀드는 국내외 채권 차익거래 전략을 활용하는 미래에셋맵스 스마트Q 토탈리턴 1호가 유일하다.

같은 롱숏 전략이라도 똑같은 건 아니다. 주식을 사고파는 결정을 펀드매니저가 내리느냐 아니면 매니저가 짜놓은 시스템이 내리느냐에 따라 ‘펀더멘털 롱숏’과 ‘퀀트 롱숏’으로 나눌 수 있다. 이번에 나온 ‘미래맵스 스마트Q 오퍼튜니티 전문사모펀드 1호’ ‘한화 아시아퍼시픽 롱숏 사모전문투자신탁 1호’ ‘우리 헤리티지 롱숏 1호’ 등은 퀀트 방식의 롱숏 전략을 구사한다. 각종 데이터의 움직임을 분석해 주가 상승·하락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이에 따라 주식을 빈번하게 사고팔면서 수익을 노린다. 이 밖의 다른 펀드는 대부분 펀드매니저가 업종과 기업 가치를 분석하고 주가의 방향성을 예측해 투자한다. 퀀트 방식보다 매매빈도가 낮은 대신 기대수익률은 퀀트 방식보다 높다. 대부분의 펀드가 한국 주식을 대상으로 롱숏 전략을 구사하고, 일부 펀드는 홍콩·대만·싱가포르·일본 등 아시아 주식을 함께 사고 판다.

유일하게 롱숏이 아닌 전략을 쓰는 ‘미래에셋맵스 스마트Q 오퍼튜니티 전문사모투자신탁 1호’는 채권·환율·이자율 등을 차익 거래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연간 목표 수익률은 7% 정도로 주식형 롱숏 전략보다는 좀더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한다. ‘삼성 H클럽 에쿼티 헤지전문사모투자신탁 1호’는 기본적으로 롱숏 전략을 구사하되 기업 인수 합병 등이 발생할 때 추가 수익을 노리는 ‘이벤트 드리븐(Event Driven)’ 전략을 가미하기로 했다.

헤지펀드의 진정한 실력은 시장이 좋지 않을 때 드러나는 법이다.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절대수익률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검증되지 않은 상태여서 투자자들이 관망하는 모습이지만 헤지펀드의 수익률이 안정적으로 나오면 규모가 달라질 것이다. 또 토종 헤지펀드의 운용전략도 지금은 국내 롱숏 위주로 단순하지만 시장에 안착하면 다양한 기초자산과 전략을 활용할 것이다.

헤지펀드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일단 6개월 정도 지켜보면서 각 헤지펀드의 수익률 흐름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 그 사이에 세계의 여러 헤지펀드에도 투자할 수 있다. 물론 헤지펀드의 옥석을 가리기는 건 그리 쉽지 않다. 예컨대 한국형 헤지펀드 수는 12개에 불과하지만 세계의 헤지펀드 숫자는 1만개가 넘는데다 숫자만큼 전략도 다양해 어떤 펀드가 뛰어난지 전문가들도 헷갈릴 지경이다. 특히 명성이 자자한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도 1987년 블랙 먼데이 때 8억4000만 달러를 날렸고, LTCM도 1998년 최첨단 리스크 관리기법을 동원했는데도 파산하고 말았다.



재간접 헤지펀드도 관심 둘 만그렇다고 너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헤지펀드 시장은 자연스럽게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많은 중소형 헤지펀드가 청산됐다. 그러면서 수익률 상위 50위권의 헤지펀드는 규모가 점점 커지고 수익률도 나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대형 헤지펀드가 무어 캐피털에서 운영하는 ‘무어 마르코 매니저스 펀드’다. 1993년 설립 이후 연 단위로 한 번도 손실을 내지 않고 평균 15%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이들 검증된 대형 헤지펀드에 투자하려면 적어도 50억~100억원 정도는 있어야 한다. 일반적인 공모펀드 투자방법으로는 국내 투자자가 헤지펀드에 접근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다양한 대형 헤지펀드에 분산투자 하면서 최소 가입금액도 줄인 재간접 헤지펀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형 헤지펀드가 아직 낯설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언제나 새로운 상품이 시장의 흐름을 이끌곤 했다. 외환위기 직후에는 뮤츄얼펀드가 등장해 변화를 이끌었다. 다음으로 펀드가 인기를 끌었고, 2008년 이후에는 랩 어카운트 시장이 활성화됐다. 2012년에 헤지펀드가 새로운 투자 대안이 될 가능성이 있다. 유심히 지켜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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