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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set Management] ‘생활 속 발견’에서 투자 종목 골라라

[Asset Management] ‘생활 속 발견’에서 투자 종목 골라라

13년 동안 ‘마젤란 펀드’를 운용하며 2700%의 누적 수익률을 올린 미국 월가의 전설적 투자자 피터 린치는 딸을 셋 뒀다. 그는 크리스마스 때마다 이들과 쇼핑을 했다. 얼핏 그냥 가족과 쇼핑에 나선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는 따로 있었다. 딸들의 쇼핑 리스트를 보고 투자의 힌트를 얻기 위해서였다. 새로운 종목을 발굴하려는 시도였다. 딸들이 어떤 기업의 제품을 좋아해 매장을 찾는 걸 그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는 신호로 여겼다. 이처럼 마젤란 펀드의 수익률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 ‘GAP’, ‘타코벨’, ‘바디샵’ 등은 모두 ‘생활 속의 발견’에서 나온 종목이었다.



중국 관광객 명품·화장품 싹쓸이 쇼핑우리 주변에도 이런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명품 매니어 사이에서 유행한 이른바 ‘샤테크’다. ‘샤테크’란 샤넬 가방을 활용한 재테크라는 신조어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샤넬 가방을 구매해 되팔아 시세차익을 얻는 걸 말한다. 명품 가격이 꾸준히 오르는데도 수요가 오히려 늘어서 가능한 일이다. 국내 명품시장 규모는 2006년 이후 해마다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해 많게는 50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의 상품군별 매출 증감률을 조사한 결과 2011년 9월 명품 판매는 2010년 같은 달 대비 1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여성캐주얼이 5%, 아동·스포츠가 6%, 남성의류가 0.6% 증가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명품의 매출 신장세가 눈에 띄었다.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국내 명품 소비자 중 45%가 명품 소유가 특별한 게 아니라고 답했다. 그만큼 명품에 대한 소비욕구가 대중화됐다는 방증이다.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생활 속의 발견’은 중국인의 지갑이다. KOTRA 발표에 따르면 2011년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의 수가 200만 명을 넘었다. 명동 거리와 백화점에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보는 건 더 이상 낯선 광경이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본인 관광객이 부기지수였던 명동 거리를 중국인이 휩쓸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명품과 화장품 코너에 가장 많이 몰린다. ‘아모레퍼시픽’ 제품이 화장품 매출의 14%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 명품은 ‘루이비통’, ‘구찌’, ‘버버리’가 30%를 차지하고 있다. 시계는 ‘롤렉스’, ‘오메가’가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인 관광객이 명품과 일부 한국 식품 등을 주로 구입했다면 중국인들은 명품은 물론 의류, 전자제품, 식품을 폭넓게 구매하고 있다. 이들은 씀씀이가 커서 본인이 선호하는 매장의 신상품 모델을 모두 사기도 한다. 호텔업계와 카지노업계 역시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세계 경제의 침체 우려 속에서도 중국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올 1분기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지만 내수시장 발전에 힘입어 중산층이 늘고 있어 성장 잠재력은 여전히 크다. 중국 중산층의 부상으로 이들의 소비 패턴은 ‘생존 필수형’에서 ‘행복 추구형’으로 급격히 변하고 있다. 특히 지난 30년간 공업화·도시화를 추진한 중국이 올해부터 본격적인 소비 주도형 성장 사이클로 진입할 전망이다. 세계 경제를 이끌 차세대 주자인 중국 중산층이 소비하는 상품과 기업이 앞으로 우리가 투자해야 할 ‘생활 속의 발견’ 대상이 아닐까.

세계 경제가 불안한데 소비는 무슨 소비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렇다. 지금 최대 소비국인 선진국이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신흥시장의 소비가 이를 어느 정도 대체하고 있다. 특히 신흥시장의 선두 주자인 중국의 소비는 단연 돋보인다. ‘페라리’, ‘프라다’, 세계적 보석상인 ‘그래프다이아몬드’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가 홍콩에 앞다퉈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그들은 무엇을 보았을까.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한 기본적인 의식주, 같은 값이면 질이 좋은 걸 찾고 레저와 삶을 즐기려는 욕구, 비싼 가격에도 브랜드와 명품을 추구하는 삶의 질을 높이려는 인간의 욕구, 그 속에서 ‘생활 속의 발견’을 본 것이다.



신흥시장 투자 때 환 헤지 않는 게 유리할 수도글로벌 컨슈머랩은 이들 외에도 글로벌 범(汎)컨슈머 주식에 투자한다. 루이비통 같은 명품회사 외에도 애플, BMW, 세계 최대 맥주회사인 앤호이저-부시, 킨들파이어로 새로운 전자상거래 경제를 구축하려는 아마존닷컴 등이 글로벌 범컨슈머 주식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컨슈머랩은 투자 대상 선정 때 네 가지 테마에 주목한다. 세계적인 명품 수요 증가, 여행·레저 수요 증가, 소비 욕구 증가, 뉴 트렌드를 선도하는 혁신 기업 등이다. 이 모든 테마가 궁극적으로는 위에서 언급한 신흥시장 소비자와 관련이 있다. 거의 모든 글로벌 범컨슈머 회사들이 사업 구상 때 중요도 1순위로 신흥시장, 특히 중국 공략을 꼽고 있다.

보통 신흥시장 수혜주라고 하면 신흥시장의 증시에 상장된 회사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글로벌 기업이 진정한 수혜주라고 볼 수 있다. 이미 세계 명품 매출의 22%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고 피자헛, 타코벨, KFC 등을 운영하는 글로벌 프랜차이즈 기업 ‘Yum! Brands’는 중국에서 KFC·피자헛의 현지화 전략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신흥시장 수혜주라고 다 같은 게 아니다. 좀더 확고한 글로벌 브랜드와 진입 장벽을 갖춘 글로벌 기업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만 글로벌 컨슈머랩 투자에서 기억해야 할 건 해외 펀드와는 달리 환 노출이 된다는 것이다. 고객 계좌에서 직접 외화로 표시된 해외 주식을 거래하기 때문에 해외 주식 가격뿐만 아니라 환율 변동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환 노출 전략은 환손실과 환차익이 모두 가능한 양날의 칼이지만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보면 환 노출 전략이 유리하다고 본다. 경제가 성장하면 그만큼 통화 가치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의 ‘해외 주식투자 환헤지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2000~2009년 중 해외 주식투자 때 환헤지 포트폴리오는 환노출 포트폴리오보다 투자 위험이 컸고 수익률도 낮았다. 국민연금공단도 해외 주식의 환헤지 비중을 꾸준히 낮추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만약 해외 주식을 환노출로 투자했다면 환율 상승으로 주식 손실 부분을 꽤 만회하는 효과를 봤을 것이다.

주식 투자가 부담스럽다면 글로벌 그레이트컨슈머펀드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앞서 설명한 명품 관련 주식 외에도 글로벌 컨슈머 기업에 투자한다. 특히 명품 브랜드, 글로벌 신(新)투자테마, 신흥시장 내수 성장 수혜주 등 세 가지 테마에 부합하는 글로벌 선두 기업을 발굴한다. 이 모든 테마가 궁극적으로는 이미 언급한 신흥시장 소비자와 관련이 있다. 글로벌 소비, 특히 신흥시장의 소비 증가를 염두에 두고 관련 글로벌 기업에 꾸준히 관심을 둔다면 출렁대는 국내 시장을 보완할 효율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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