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활짝 열린 모바일 금융시장 - 예금·카드·주식도 모바일에 빠지다

활짝 열린 모바일 금융시장 - 예금·카드·주식도 모바일에 빠지다

직장인 경원호(32)씨는 지난해 8월 한 은행이 내놓은 스마트폰 전용 예금에 가입했다. 고객이 스마트폰 앱 속에서 농장을 운영하며 추가 금리를 받는 상품이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고픈 마음을 꾹 참고 3만원짜리 술 아이콘을 누르면 농장 내 먹이가 늘어난다. 그러면 만기일이 가까워질수록 농장에 있는 동물 수가 많아지고 이에 따라 금리도 높아진다. 독특한 재테크 방식에 푹 빠진 경씨는 트위터에서 팔로워들에게 이 예금을 추천하고 0.1%포인트의 우대금리도 받았다.

경씨가 가입한 예금은 KB국민은행이 2010년 11월 출시한 ‘KB Smart★폰 예금’이다. 돈을 버는 게임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려 실제 예금 상품에 적용했는데 2012년 1월 10일 현재 예·적금을 합해 약 14만좌가 개설돼 9000억원에 달하는 판매고를 올렸다. 딱딱한 재테크에 게임이라는 흥미 요소를 끌어들 게 주효했다. SNS 사용자의 심리도 적극 활용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1년 3분기 말 모바일 뱅킹 등록고객 수는 2149만명이다. 3개월 새 10.1% 늘어났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면서 증가세도 가팔라졌다.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뱅킹을 이용하는 사람은 812만명으로 전 분기에 비해 33.7%나 증가했고, 이용액도 4210억원으로 전년 대비 3733억원이나 늘었다. 4분기 통계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1000만명 시대가 열릴 것은 확실해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2000만명을 넘어서면서 2015년에는 국민 2~3 중 한 명이 스마트폰 뱅킹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금융권의 변화 속도도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금융 거래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장소의 한계를 뛰어 넘은 편의성 때문이다. 스마트폰만 있다면 길을 걷다가도 계좌이체 등 간단한 은행업무를 할 수 있고, 예금이나 펀드에 가입할 수도 있다. 불룩한 지갑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모바일 카드를 이용해 손쉽게 결제할 수 있다. 이용자가 늘면서 금융권의 풍경도 달라졌다. 아직 예금이나 펀드 가입자 대부분은 직접 지점을 찾거나 인터넷을 이용하지만 이제 스마트폰 이용하는 고객의 숫자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번거로움도 덜고 높은 금리까지 보장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은행권이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국민은행의 스마트폰 뱅킹 이용자는 200만명을 돌파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역시 150만명을 넘어섰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앞다퉈 스마트폰 전용 예·적금 상품을 내놓고 있는데 다양한 혜택에 고객 반응이 좋다.

경씨가 가입한 ‘KB Smart★폰 예금’의 기본 금리는 4.4%다. 일반 정기예금보다 0.2%포인트 정도 높은 금리다. 여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예금을 추천하면 0.3%포인트의 추가 금리까지 받을 수 있다. KB국민은행 이상수 수신부팀장은 “택시비나 커피값 등 일상생활 속에서 가볍게 절약을 실천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파격적인 상품 디자인이 고객의 눈길을 끌었고 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NH농협이 판매하고 있는 ‘내 사랑 독도 예금’ 역시 독도에서 낚시 게임을 하면서 레벨이 오를수록 추가 금리를 받는 상품이다.

신한은행이 출시한 ‘두근두근 커플 적금’도 눈에 띈다. 커플이 함께 가입해 커플샷 앱에서 커플사진을 인증하면 0.3%포인트의 추가 금리혜택을 준다. 500만원 이상 가입한 경우 최고 4.3%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의 ‘우리 스마트 정기예금’은 일반 정기예금보다 0.1%포인트 높은 금리를 주고 세금 우대 혜택도 준다. 하나은행의 ‘하나 e-플러스 정기예금’ 역시 조건에 따라 연 4.5%의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지점을 찾는 번거로움도 덜고 높은 금리까지 보장받는 것이다.

증권사들은 수수료를 인하하고 신규 가입자들에게 무료로 스마트폰을 제공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고객 유치에 나섰다. 대신증권은 새해부터 모바일 증권 전용 앱인 ‘사이보스 터치’ 신규 가입자에게 1년 간 수수료를 면제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이용해 매월 100만원 이상 주식을 거래하는 고객에게는 최신 단말기의 할부금을 지원한다. 키움증권은 수수료를 내렸다. 이 회사의 조준범 리테일기획팀장은 “원래 모바일 주식거래 수수료는 0.12%였지만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동일한 0.015%로 내렸다”면서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증한 것을 반영한 결과”라고 말했다.

신용카드와 각종 멥버십카드를 스마트폰에 넣고 다니는 ‘모바일 지갑’도 편리한 기능이 추가되면서 사용자가 크게 늘었다. 아직 12만명에 불과하지만 업계는 모바일카드 사용자가 2013년에 212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거래금액도 지난해 170억원에서 2015년에는 44조원에 육박하리란 예상이다. KT는 최근 신용카드와 교통카드, 멤버십 카드 등을 한 곳에 관리할 수 있는 ‘올레마이월렛’ 앱을 출시했다.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어 관리하기도 편하지만 가맹점 별로 할인 폭이 큰 카드를 추천해주기도 한다. 1년 반 전에 출시한 SK플래닛의 ‘스마트월렛’은 이미 가입자가 300만명을 넘어섰다.



스마트폰으로 바로 결제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스마트카드의 본격적인 도입도 눈 앞으로 다가왔다.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을 이용한 스마트 카드는 10㎝ 이내의 거리에서 신용카드 결제를 대체할 수 있다. 메뉴판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배달 주문을 할 수 있고, 스마트폰으로 영화 포스터를 비추면 곧장 예매까지 할 수 있는 것도 NFC 때문이다. 커피 한잔을 사먹고 신용카드 대신 NFC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을 내밀면 결제가 끝난다.

비밀번호만 누르고 사인하는 절차는 그대로지만 지갑을 꺼낼 필요가 없고 자동으로 쿠폰도 적립해주니 일석이조다. 아이폰 사용자(4S 이상)는 KT에서 출시한 NFC케이스를 끼우기만 하면 손쉽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서울 명동에서 이동통신사와 카드사 합동으로 NFC 존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NFC가 결제 수단으로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하면 2015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400조원 규모의 새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가죽 지갑이 사라질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의미다.

보험업계 역시 시동을 걸었다. 삼성화재는 국내 보험업계 최초로 2013년 ‘모바일 청약 시스템’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서비스를 시작하면 보험설계사와 상담원 없이 고객이 직접 상품을 선택하고, 청약할 수 있다.

두 달 전부터 스마트폰 주식 거래를 시작했다는 박용운(53) 씨는 “젊은 친구들이나 사용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배워보니 예상보다 사용법이 쉬웠다”며 “여러 혜택이 많아 앞으로는 스마트 카드도 사용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스마트폰 은행 서비스와 주식 거래는 각 은행과 증권사 앱을 다운받아 공인인증서만 넣어두면 쉽게 사용할 수 있다. 모바일 카드 역시 카드사에서 카드를 발급받아 앱에 넣기만 하면 된다. 어렵다고, 귀찮다고 포기하지 말고 도전해보자. 몰랐던 혜택이 넘친다.



■ 스마트폰 자산관리 앱■

더욱 편하게, 더욱 스마트하게


새해가 되면 결심했다가 금방 포기하는 것 중 하나가 가계부 쓰기다. 챙겨야 할 항목도 많고 무엇보다 귀찮아서다. 스마트폰 앱 이용하면 훨씬 더 간편하게 자산관리를 할 수 있다. 최근에 나오는 앱은 따로 써 넣지 않아도 카드사용을 알려주는 문자와 연동해 지출 항목이 자동 기입된다. 매달 특정 날짜를 지정하면 정기적금, 보험료 등이 자동으로 입력된다. 일, 월, 년 별로 통계수치를 보여줘 소비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 현재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다운 받아 사용할 수 있는 가계부 앱만 20여종이다.

대표적인 앱이 ‘편한가계부 pro($1.99)’다. 2011년 앱스토어에서 가장 많이 다운받은 유료앱 순위 2위에 올랐다. 사용법이 간단하고 깔끔한 디자인으로 인기가 좋았다. PC와 연동해서 쓸 수 있다. ‘ez 포켓가계부($9.99)’는 비싼 가격만큼 기능이 많다. 조금 수고를 들여서라도 전문적으로 자산을 관리하고 싶은 사람에게 유용하다. 현금, 신용카드, 체크카드, 적금, 펀드, 주식 등으로 자산을 분류해 관리 할 수 있다. 반면 “복잡한 것은 싫다”는 사용자에겐 무료앱이 좋다. ‘카드생활’, ‘카드플래너’ 같은 앱은 기본적인 신용카드 사용 정보 자동 등록 기능을 갖추고 있다. 신용카드 소비 패턴 분석 정도의 기능만 원하는 사람에게 유용하다.

복잡한 돈 계산을 해주는 계산기 앱도 있다. ‘스마트 금융계산기($0.99)’는 금융과 관련된 모든 것을 계산해 준다. 금리와 기간을 넣어 적금의 만기금액을 계산할 수 있고 반대로 목표액을 설정해 놓고 기간을 계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현금의 미래가치를 더해 전·월세 가격차이까지 계산해 준다. 근로자 유형별로 적합한 퇴직연금 유형과 수령법을 알 수 있는 ‘퇴직연금 계산기(무료)’, 각종 세금계산을 도와주는 ‘연말정산 절세계산기’ 등도 유용한 계산기 앱이다.

앱 속에는 돈을 벌 수 있는 정보가 가득하다. ‘뱅크 앤 세이빙(무료)’은 각종 금융기관의 상품정보를 제공한다. 조건을 입력해 내게 맞는 금융상품을 추천 받을 수 있다. 복수의 상품을 골라 비교하는 기능이 있다. 한국석유공사가 제공하는 앱 ‘오피넷(무료)’은 구글 지도와 연동해 주변해서 가장 저렴한 주유소 정보를 제공한다. 다양한 소셜커머스 사이트의 상품을 한 곳에 모아 보여주는 앱 ‘하루하나(무료)’을 통하면 경제적인 소비를 할 수 있다.     

박성민 이코노미스트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자연채광 살리고, 친환경 요소 더하니…사각지대서 ‘핫플’로 변신

2G20 일부 회원국 “억만장자 3000명에 부유세 걷어 불평등 해소하자”

3이재명-조국 “수시로 대화하자…공동법안·정책 추진”

4 미국 1분기 GDP 경제성장률 1.6%…예상치 하회

5연세대·고려대 의대 교수들, 5월 말까지 주 1회 휴진한다

6경찰, ‘이선균 수사정보 유출’ 관련 인천지검 압수수색

7독일 Z세대 3명 중 1명 “유대인에 역사적 책임 동의 못한다”

8미국, 마이크론에 반도체 보조금 8.4조원…삼성전자와 규모 비슷

9이재명, 조국에 “정국상황 교감할 게 있어” 러브콜…오늘 비공개 만찬

실시간 뉴스

1자연채광 살리고, 친환경 요소 더하니…사각지대서 ‘핫플’로 변신

2G20 일부 회원국 “억만장자 3000명에 부유세 걷어 불평등 해소하자”

3이재명-조국 “수시로 대화하자…공동법안·정책 추진”

4 미국 1분기 GDP 경제성장률 1.6%…예상치 하회

5연세대·고려대 의대 교수들, 5월 말까지 주 1회 휴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