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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그룹 어윤대 회장 - 벽 느끼지만 혁신은 계속된다

KB금융그룹 어윤대 회장 - 벽 느끼지만 혁신은 계속된다

2010년 7월 13일 오전 11시20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4층 강당에 KB금융의 임직원 150여명이 모였다. 어윤대(67) KB금융 2대 회장을 맞는 자리였다. 10분 뒤 강당문이 열리고 어 회장이 등장했다. 모두 일어나 박수로 환영했다. 어 회장은 환한 미소를 띠며 단상 앞으로 걸어갔다. 마이크 앞에 서자 그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그의 취임사 첫 마디는 “KB금융은 비만증을 앓는 환자의 모습”이라는 쓴소리였다. 이어 “KB금융이 몰락한 미국 1등 기업 제너럴모터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임직원이 머리를 싸매고 노력해야 한다”며 “비용을 줄이기 위해 내 월급부터 깎겠다”고 말했다.



젊고 역동적 이미지로 변신어 회장의 눈에 비친 KB금융은 소매금융의 리딩뱅크가 아니라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비대한 조직이었다. 그는 “3주간 내정자 신분으로 보고를 받아 보니 KB금융의 체질이 이렇게 약한 줄 몰랐다”며 “경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금부터 체질을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KB금융은 이익을 내고 있었지만 경쟁자와 비교하면 허점이 많았다. KB금융의 2009년 순익은 5398억원으로 전년(1조3335억원)보다 71.2%가 줄었다. 자산 규모 3위인 신한지주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 반면 1년간 쓴 돈은 2368억원이다. 순익의 43%에 이르렀다.

그로부터 1년 6개월이 지났다. 어 회장은 KB금융을 어떻게 바꿔놓았을까. 1월 11일 오후 서울 명동의 KB금융 집무실에서 만난 어 회장은 “군살을 빼고 근육을 키우는 노력을 해서 체력을 키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KB금융의 경영효율과 수익성은 어 회장 취임 전보다 높아졌다. KB금융은 지난해(9월 말 누적 기준) 2조1539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수익 창출능력을 나타내는 순이자마진은 2010년 2.62%에서 3.06%로 상승했다. 무엇보다 영업이익경비율(CIR·은행이 벌어들인 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썼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이 50%에서 41.7%로 10%포인트 가까이 낮아졌다.

어 회장은 KB금융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세 가지를 바꿨다. 첫째는 조직이다. 그는 취임 후 2주 만에 영업통으로 알려진 민병덕 부행장을 국민은행장으로 선임했다. 13명의 부행장은 10명으로 줄이고 5명을 교체했다. 전략을 담당하는 지주회사에는 외부 인력을 영입했다.

KB금융 사장에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차관을 지낸 임영록 사장을, 재무담당 부사장에는 윤종규 김&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을, 전략기획 부사장에는 박동창 한국글로벌금융연구원 소장을, 홍보·IR 담당 부사장에는 김왕기 국무총리 공보실장 겸 대변인을 뽑았다.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인물이다.

둘째 브랜드 가치 제고다. 이를 위해 ‘젊은 은행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를 세우고 20대 초반 대학생을 주요 타깃으로 삼은 ‘락(樂)스타존’ 지점을 열었다. 기존에 딱딱하고 보수적인 국민은행 이미지 대신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로 바꿔 젊은 고객층을 확보하자는 어 회장의 아이디어였다. 지난해 1월 20일 숙명여대와 이화여대를 시작으로 수를 계속 현재 전국적으로 41개 지점을 열었다. 락스타 지점 개설 때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곳에 인력과 비용을 들인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락스타 지점은 설립 6개월 만에 10만 계좌를 모았다. 지난해 12월에는 고객 수 22만명을 돌파했다. 하루 평균 1100명이 가입했다. 어 회장은 “애초 예상한 3년보다 이른 1년 6개월이면 손익 분기점에 이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가 꼽은 세 가지 과제 가운데 비용 절감 문제는 아직 미진하다고 자평한다. 어 회장은 취임 초에 3244명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했다. 당시 국민은행의 직원 수는 2만6000여명으로 은행권에서 가장 많았다. 그러다 보니 1인당 생산성이 신한은행의 10분의 1수준에 불과했다.

어 회장은 구조조정으로 1인당 생산성을 신한은행의 80% 수준(2011년 상반기 기준)으로 끌어올렸다. 인원 감축으로 지난해 9월 말 현재 판관비도 2조8476억원으로 2010년(4조3300억원)보다 64% 줄였다. 그러나 신한지주(2조8009억원)보다 여전히 많다. 어 회장은 “아직 더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1년 반 동안 변화를 위해 뛰었지만 벽을 느낀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혼자 변화를 외치기보단 임직원 모두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데 공감대 형성이 쉽지가 않다”며 “변화해야 한다는 데 동감하고 있지만 한 마음으로 조직을 걱정하고 변화하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3년 임기 중 절반을 보낸 그의 또 다른 고민거리는 주가다. 경영 성과는 개선됐지만 주가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취임 초 약간 올라 6만원을 웃돌던 주가는 현재 3만원 대까지 떨어졌다. 그는 “글로벌 위기 여파도 있지만 판관비 등이 기대보다 줄지 않아 투자자를 만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하락세에 대해선 “정부가 고배당 자제를 주문하면서 주가가 영향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금융 경쟁력 키우려면 정부도 변해야본사 신입사원의 절반을 유학파로 채운 그는 한국 금융의 세계화에도 관심이 많다. 특히 금융산업에서도 삼성전자처럼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회사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 회장은 “국내 금융산업은 지금까지 제조업의 보조 역할을 해왔지만 소득 3만 달러 시대로 가려면 서비스·금융·유통·의료 등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금융산업이 세계무대에 나가려면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데 보수적이고 변화를 싫어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글로벌 인재 육성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인재를 발굴해 키워야 한다”며 “이들이 금융산업의 주축이 되는 10년 후쯤에는 우리 금융산업의 경쟁력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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