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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 중국의 소비재·유통·관광 1등 기업 주목

[CEO]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 중국의 소비재·유통·관광 1등 기업 주목

종잣돈 1억원을 1년 10개월 만에 156억원으로 불렸다. 그것도 외환위기로 주가가 곤두박질치던 상황에서 선물·옵션 투자도 아닌 가치투자로 말이다. 그중 16억원을 투자해 1999년 7월 에셋플러스 투자자문사를 세웠다. 2008년 6월 자산운용사로 전환 후 3개의 공모펀드를 출시했다. 출시 이후 3년간(2008년 7월~2011년 12월) 운용한 코리아 리치투게더의 누적 수익률은 57.59%, 글로벌 리치투게더 21.49%, 차이나 리치투게더 5.15%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까지 누적수익률은 상위 1%안에 들었다. 남유럽 재정위기 등의 여파로 다소 수익률은 줄었지만 펀드 설정액 1조원에 불과한 소형 운용사가 대형 자산운용사의 이름난 펀드를 제치고 최고의 펀드로 이름을 올렸다는 점은 이례적인 일이다. 개미투자자에서 자산운용 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른 에셋플러스자산운용 강방천(52) 회장 얘기다.

남다른 비결이 있는 걸까. 그가 말하는 투자 원칙은 간단했다. 첫째는 1등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3가지 공모펀드 모두 한국, 중국, 글로벌 1등 기업에 투자했다. 강 회장은 “2008년 7월 펀드를 만든지 얼마 되지 않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다”며 “하지만 위기 때 좋은 기업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는 확신을 가지고 1등 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짠 게 좋은 성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둘째 소비자에게 주목 받는 기업을 선택하는 것이다. 소비자가 어디에 지갑을 열 것인지에 주목하고 관련 유망 기업에 투자하면 답이 나온다고 게 그의 설명이다. 강 회장은 “복잡한 투자 이론이나 기업분석 기법 대신 인내심과 통찰력이 성공비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투자의 미래를 밝게 본다. 기업 가치가 큰 기업이 늘어날 것이란 이유에서다. 강 회장은 이미 1999년 중국 정보통신 회사인 ZTE의 지분 25%를 인수했다. 주주로 참여한 그는 ZTE의 주주총회와 이사회 과정을 지켜보며 깊은 인상을 받았다. 당시 대주주가 전횡을 일삼던 한국 기업과 달리 ZTE는 주총이나 이사회 몇 개월 전에 미리 안건을 보내주고, 안건을 제안한 배경을 설명했다. 여기에 대안이 있으면 제시하라는 안내까지 곁들였다. ‘중국 가면 무조건 망한다’는 말이 나돌 만큼 중국 기업에 대한 불신이 크던 때 중국 기업의 실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는 “주식투자에서 이익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바로 회계 투명성과 기업 지배구조”라며 “중국 기업과 일을 하면서 이 부분에 확신을 갖게 되면서 중국 투자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내심과 통찰력이 성공 비법강 회장은 2004년 중국 상해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1등 종목을 찾기 시작했다. 방법은 국내 투자 때와 다르지 않았다. 단순히 덩치가 큰 기업이 아니라 위기상황이 닥쳐도 살아남는 기업, 더 큰 성장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업을 골랐다. 서류나 숫자만으로 확신이 서지 않는 기업일 때는 베이징과 상하이의 마트와 백화점을 찾았다. 그는 “마트에 가보면 어떤 기업의 상품이 구매자의 눈에 가장 잘 들어오는 위치에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1등 기업의 상품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때 선택한 투자 종목은 강사부홀딩스, 칭다오맥주 등 시장 점유율 선두권 기업이었다. 강 회장은 “2009년 일본의 맥주 시장이 내수 시장 위축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하던 중 중국 맥주 업계 2위인 칭다오맥주의 주식 20%를 취득했다”며 “중국 전역의 판매망이 넓어지면서 동시에 매출도 올라 투자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중국인의 소비가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본다. 그는 “빠른 경제 성장에도 최근 2~3년간 치솟는 인건비로 중국 증시가 주춤하고 있지만 임금 상승으로 중국 소비자의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중국의 위안화 절상은 중국인의 수입산 제품 소비를 자극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세계명품협회(WL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은 유럽에서 총 500억달러 규모의 명품을 사들였다. 이는 전년 중국 내 명품 구매의 4배 규모다. 강 회장은 “기업의 모든 수익은 돈을 가진 소비자로부터 나온다”며 “중국이 세계 최대의 경제국가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앞으로 관광과 레저, 휴양 등 내수 시장을 활용한 기업이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중국 기업의 성장 가능성은 크지만 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이나 일본과 달리 중국은 이제 막 경제성장을 시작한 청년기 국가”라며 “중국의 주식시장은 급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바이 앤 홀드(buy&hold)’ 전략보다는 ‘바이 앤 셀(buy&sell)’ 전략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중국 이외에 투자할 만한 종목으로는 애플을 중심으로 태동하기 시작한 모바일 생태계를 주도할 회사도 잠재력이 크다고 봤다. 강 회장은 “과거 미국시장의 시가총액 1위 기업은 엑손모빌이었지만 지금은 애플의 영향력이 더 크다”며 “새로운 인프라가 모바일에 적용되고 있는 만큼 모바일 생태계가 완성되면 그 속에서 비즈니스를 엮어가는 게임 등의 콘텐트 기업이 주목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 보유보다 사고 파는 전략 유효그린(green) 혁명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산업도 강 회장의 주요 관심 분야 중 하나다. 특히 그는 전지(배터리) 산업을 추천했다. 강 회장은 “그동안 국내 전지업체들의 이익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비즈니스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며 “업계 메이저 업체 중 전기차 배터리 관련 기업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강 회장은 미국 시장에서도 차이나 펀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 7월 에셋플러스자산운용과 첼시인베스트먼트가 50대 50의 비중으로 합작 운용사인 ‘AC원에셋매니지먼트(AC One Asset Management)’를 설립했다. 한국 자산운용사가 해외 현지 투자자문사와 합작해 펀드를 판매하는 건 처음이다. 운용은 100% 에셋플러스에서 맡는다. 첼시인베스트먼트는 1971년에 설립된 투자자문사로 미국 기관을 대상으로 1조5000억원 수준의 자금을 운용 중이다.

2010년 말 해외 기관투자자로는 처음으로 국내 공모펀드인 ‘에셋플러스 코리아리치투게더’ 펀드에 자금을 넣은 게 인연이 됐다. 미국에 판매될 펀드는 이 중 차이나펀드를 복제한 미러펀드(Mirror Fund)다. 강 회장은 “미국 시장에서 한국 가전제품과 자동차가 잘 팔리고 브랜드 인지도도 높아지고 있지만, 금융은 열악한 실정”이라며 “LA지역 교포들의 자금까지 유치하면 3년 내 1000억원까지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성희 이코노미스트 기자 bob28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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