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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 - 위기의 그리스에서 금맥 캔다

[CEO]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 - 위기의 그리스에서 금맥 캔다

황성호(59)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1월 8일에 일주일 간 유럽 출장 길에 올랐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가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유럽 재정위기의 진앙지인 그리스. 그리스는 가까스로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유럽연합(EU) 등의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합의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외환위기 과정에서 겪은 것처럼 알짜 기업이 싼 값에 나올 수 있다. 투자할 만한 부동산이나 금융자산도 넘쳐날 수 있다. 그리스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공기업을 민영화 하고 나라의 자산도 팔고 있다.

황 사장은 이 점에 주목했다. 구조조정 경험과 자본을 앞세워 실익을 챙길 수 있다는 계산이다. 2월 1일에 서울 여의도 우리투자증권 집무실에서 만난 황 사장은 “그리스의 공기업·금융회사 관계자를 만나 그리스 상황과 전망을 듣고 이야기를 나눴다”며 “좋은 매물이 있으면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 사장은 이틀 간의 그리스 방문 후 프랑스로 이동해 헤지펀드 시딩(Seeding) 전문 운용사인 뉴알파의 안투안 롤랑 대표를 만났다. 시딩이란 우량한 신생 헤지펀드를 발굴해 투자하는 걸 말한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해 9월 아시아 신생 헤지펀드에 투자하기 위해 뉴알파와 1억 달러 규모의 펀드 조성 계약을 하고 시딩사업에 진출했다.

황 사장은 IB부문을 더욱 키우려는 전략에서 이번 출장에 나섰다. 그는 올해를 포함해 해마다 신년사에서 “글로벌 IB를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출범한 한국형 헤지펀드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프라임 브로커 자격을 획득해놨다. 프라임 브로커가 담당하는 프라임 브로커리지는 헤지펀드의 설립부터 결제, 자금 모집, 투자자 소개, 주식매매 위탁을 비롯해 헤지펀드 육성 등 헤지펀드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IB부문을 키우는데 지렛대가 될 서비스다. 황 사장은 “헤지펀드 운용은 물론 IB사업과 연계한 프라임 브로커리지를 본격화할 것”이라며 “프라임 브로커리지 시장 선점과 글로벌 사업 강화를 위해 사업본부를 CEO 직속으로 재편했다”고 말했다.



가장 많은 헤지펀드 운용사와 손 잡아

한국형 헤지펀드는 지난해 말 1500억원 규모로 출범했다. 국내 9개 자산운용사에서 12개 헤지펀드를 만들어 운용하고 있다. 헤지펀드에 개인이 직접 투자하려면 최소 5억원, 펀드에 들 듯 헤지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재간접 헤지펀드 투자하려면 최소 1억원의 돈이 필요하다. 2만명 안팎으로 추산되는 금융자산 30억원 이상의 고액자산가가 한국형 헤지펀드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형 헤지펀드의 출범으로 프라임 브로커가 주목 받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삼성증권 등 5개 증권사가 프라임 브로커리지를 담당한다. 이 가운데 우리투자증권은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은 5개 운용사의 프라임 브로커로 선정됐다. 황 사장은 “한국시장을 대표하는 헤지펀드를 육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자신감은 경험에서 나온다. 우리투자증권은 2007년 증권업계에서 가장 먼저 지금과 비슷한 형태의 프라임 브로커리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2009년 1월에는 프라임 서비스그룹을 만들어 역할을 강화했다. 해외에서의 헤지펀드 비지니스 경험도 강점으로 꼽힌다. 우리투자증권은 2008년 1월 싱가포르에서 헤지펀드 사업을 위해 1억 달러 규모의 우리 앱솔루트 파트너(WAP)를 설립해 블랙스톤·도이치뱅크 등이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를 출시했다. 이런 노하우 덕에 한국형 헤지펀드를 출시한 여러 운용사와 손을 잡을 수 있었다.

우리투자증권이 수적인 면에서 앞설 수 있는 것은 일찍부터 준비했기 때문이다. 황 사장은 씨티은행과 한화 헝가리은행, PCA투신운용 등 30여년 동안 외국계 금융회사에 몸담은 IB 전문가다. 2009년 취임 당시 황 사장은 “한국을 뛰어넘어 글로벌 IB를 지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2009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때로 미국의 대표적인 IB인 리먼브라더스 등이 파산하며 IB에 대한 우려감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황 사장은 그러나 “미국 IB의 몰락은 위험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자본시장이 있는 한 IB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오히려 세계적인 IB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적기”라며 IB 회의론자를 설득했다.

그는 먼저 아시아로 눈을 돌렸다.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에 사무소를 내고 직접 투자하거나 브로커리지 업무를 시작했다. 지난해 5월에는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와 협력 협정을 맺었다. 이런 노력 끝에 우리투자증권의 홍콩현지법인, 싱가포르IB센터와 북경우리환아투자자문사 등이 중화권 시장 전체를 담당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했다. 또 인도 카타르 등 서남아시아권뿐만 아니라 북미·남미·유럽 등에 포진한 투자기관들과도 손을 잡았다. 황 사장은 “최고의 IB가 되려면 브로커리지 트레이딩뿐만 아니라 파생상품과 헤지펀드 등 새로운 영역에 이르기까지 고루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황 사장은 이런 경쟁력을 앞세워 한국형 헤지펀드를 직접 운용할 계획도 밝혔다. 그는 “현재 국내에서는 프라임 브로커를 하는 증권사는 헤지펀드 운용이 금지되고 있다”며 “앞으로 운용사 설립이 가능해지면 그룹 내 헤지펀드 컨셉으로 운용되고 있는 대체투자(AI) 부서를 분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초기 운용 규모는 약 2000억원 정도로 잡고 있다”며 “이 중 절반 이상을 직접 투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코스피지수 올 2분기 2300 전망황 사장이 이렇게 자신감을 보이는 건 국내 경제가 상대적으로 건실하고 기업 실적도 탄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증시 전망도 밝게 본다. 황 사장은 6개월 만에 2000선을 넘은 코스피지수가 2분기에 2300선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코스피지수가 지난해 하반기에 저점을 통과했다”며 “유럽 재정위기 우려 등의 위험 요인이 남아있지만 이들 나라의 경기부양 효과로 3~6개월 정도는 주가가 오를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다만 유럽 은행권의 자본확충 과정에서의 진통, 미국 정부의 긴축 가능성, 국내외 대선 정국에 따른 불투명성 등으로 하반기엔 완만한 조정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정보기술(IT) 자동차, 정유 화학 등의 종목을 눈 여겨 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경기 사이클이 나빠질 수 있는 만큼 아직까지 밸류에이션(기업의 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낮은 종목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성희 이코노미스트 기자 bob28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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