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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한·중 수교 20년 향후 과제는 - 한·중 FTA는 동아시아 통합 시금석

[Global] 한·중 수교 20년 향후 과제는 - 한·중 FTA는 동아시아 통합 시금석

1992년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을 당시, 양국 경제가 지금처럼 긴밀한 관계가 될 것으로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수교 후 양국 간 교역 규모는 35배 늘었다. 이제 중국 없이 한국은 성장할 수 없다. 중국 역시 그렇다. 앞으로 양국 경제협력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를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2월 8일 한국금융연구원과 중국 정부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중국사회과학원이 공동 주최한 ‘한·중 교류 20주년 회고 및 전망’ 세미나다. 이 자리에서 중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인 위융딩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교수는 기조연설을 통해 “중국 경제 경착륙은 없다”고 단언했다. ‘한중 경제협력 현황 및 시사점’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이시욱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양국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기반을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금융산업경영연구실장은 ‘한·중 금융협력 증진방안’ 주제 발표에서 “한·중 FTA를 추진하면서 중국이 과도한 금융산업 규제를 풀고 개방의 폭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연 내용을 정리했다.



이시욱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한·중 FTA 일괄 타결 방식 택해야”

1992년 64억 달러 수준이던 한·중 교역규모는 2011년 2206억 달러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약 35배 증가했다. 중국은 우리의 최대 교역대상국이고, 중국 입장에서 우리는 미국, 일본, 홍콩에 이어 제4위 교역국이다. 직접투자 면에서도 중국은 미국에 이어 우리의 2위 투자대상국이다. 수교 이후 방한 중국인은 21배, 방중 한국인은 102배 늘었다.

지난 20년 동안 양국 경제는 빠르게 통합됐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수교 이후 자연스럽게 확대된 경제교류가 질적으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제도적·법적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성장하는 도시에 비유할 수 있다. 인구가 늘고, 상업이 활발해지면서 도시는 성장한다. 그런데 도시가 팽창하면 도로를 새로 깔고 주거와 상업지역을 나누는 등 효율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현재 한·중 관계가 그렇다.

그동안 양국 교역의 가장 큰 특징은 중국이 세계에 수출하는 데 필요한 중간재와 자본재를 우리나라가 중국에 수출했다는 것이다. 2010년 한국의 대중 수출 중 95%가 중간재와 자본재였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로 중국은 대외수출용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나 중간재를 수입하는 형태인 가공무역 비중은 점차 줄고, 내수용으로 수입하는 일반무역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다. 2000년대 중반까지 중국은 수입의 45%가 일반무역이었지만, 2010년에는 55%로 늘었다. 중국이 내수시장 위주로 변하고 있다는 얘기다. 향후 한·중 간 교역구조 역시 중국 내수시장과 관련된 무역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미 중국은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의 제2 투자 대상국으로 부상했다. 우리나라의 대중 투자는 80% 이상이 제조업에 집중돼 있지만 향후에는 도소매업·정보통신·금융업 등 서비스업에 대한 투자가 늘 것이다. 우리 기업의 중국 현지화도 진전됐다. 2006년 우리 기업의 중국 현지 매출 비중은 50%였지만, 2009년에는 59%로 확대됐다. 현지에서 매입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43.9%에서 49.4%로 늘었다.

협상 개시를 앞두고 있는 한·중 FTA는 두 나라의 경제교류를 확대하는 동시에, 질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상품이나 서비스 교역에 대한 관세·비관세 장벽을 축소하고, 불합리한 규제와 관행을 개선하는 등 양국의 경제적 통합을 가속화시키는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 한·중 FTA는 중국보다 한국이 다소 소극적인 입장이었다.

혜택은 적은데, 농업개방 등 국내 경제에 부정적인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가 많다. 한국이 농업부문 개방에 소극적인 이유는 식량안보 같은 전략적 고려보다는 농가 인구 50%가 65세 이상 고령층이기 때문에 전직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인구구조적인 문제다. 때문에 향후 한·중 FTA가 순조롭게 진행되려면, 협상 과정에서 이러한 이익의 균형을 효과적으로 맞추는 데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상품 분야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대중 수출은 부품 및 자본재 위주다. 한국의 대중 수출 중 3분의 2 이상이 이미 관세환급 대상이거나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는다. 한·중 FTA가 체결돼도 상품 수출 확대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상품분야의 핵심 쟁점은 쉽게 말해 양국이 내수를 얼마나 양보하느냐의 문제인데, 양국 간 상품 분야 이익 균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중국 내수시장과 연관성이 높은 한국의 수출 품목에 대한 관세를 인하 내지 철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서비스 분야는 양국 모두 장벽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서비스 부문 자유화는 상품부문에 비해 경제적 이득이 훨씬 큰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전세계 서비스 수출은 전체 수출의 20% 수준이지만, 2020년경에는 서비스 교역 규모가 상품교역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중 양국은 서비스 시장 개방에 보다 전향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서비스 국제거래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개방 논의를 배제하면, FTA 체결 혜택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상품 생산에 투입되는 금융, 정보통신, 유통, 운송 등 서비스 중간재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를 감안할 때 서비스 자유화 없이는 상품 교역 확대에 한계가 있다.

FTA를 통한 서비스시장 개방은 국제무역기구(WTO) 등 다자간 협상을 통한 개방에 비해 국내 서비스 산업 육성에 보다 효과적인 전략이다.

FTA를 통한 서비스 시장 자유화는 서비스 공급자가 글로벌 경쟁에 완전히 노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점진적 개방을 통해 일종의 학습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무엇보다, 아직까지는 양국의 서비스 국제 경쟁력이 그리 높이 않기 때문에 함께 이익을 추구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개방과 협력 확대를 전향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중 FTA 협상은 상품, 서비스, 투자 등 전 분야를 동시에 협상해 일괄 타결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선이후난(先易後難 : 쉬운 것부터 먼저 하고 어려운 것은 나중에 한다)’식의 접근은 결국 낮은 수준의 FTA로 귀착될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한·중 간 경제관계는 경쟁관계가 아닌 ‘너 안에 내가 있고 나 안에 네가 있어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다시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금융산업경영실장“한·중 금융 장벽 과감히 허물어야”

한·중 두 나라의 금융 분야 협력은 상당히 부진하고 높은 장벽이 있다. 1992~2010년 한국의 대중국 투자는 제조업 78.4%, 도소매업 5.5%, 금융 및 보험업 4.6% 순이었다. 한국의 대중국 투자는 수교 이후 누적 272억 달러 규모지만, 중국의 대한국 직접투자는 31억 달러에 불과하다.

이런 와중에 최근 중국 투자자들은 우리나라 채권과 주식 보유를 늘리고 있다. 한국의 외국인 투자자별 채권 보유 현황을 보면, 중국 투자자 비중이 2009년 3.3%에서 2011년 12.3%로 늘었다. 2008년 말 2740억원이던 국내 주식 보유 규모는 2011년 6월 기준 4조2450억원으로 3년 만에 15배 늘었다. 대외적인 금융불안이 발생할 경우 중국 투자자들이 일시적으로 자본을 유출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때문에 한·중 양국 경제에 위험이 전이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통화당국 간 위기대응체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중 통화스왑과 같은 방어 장치를 충분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 양국 민간 상업은행 차원에서 중장기적으로 크레딧라인(신용공여약정)을 확대해 외환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것도 시급하다.

한국의 은행들은 유럽·미국계 은행에 대한 외화자금 차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이를 다변화하는 차원에서도 중국계 상업은행의 크레딧라인을 확보하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또한 두 나라 정책담당자들간 협력채널을 강화하고, 가칭 ‘한·중 금융산업정책협의회’를 정례화해서 금융회사의 상대국 진출과 관련된 애로사항을 협의하고 상호주의에 입각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세부적으로는, 양국 통화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2010년 7월 위안화 결제가 가능한 수출기업을 기존 365개에서 6만7359개로 확대했다. 지난해에는 위안화 무역결제 가능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위안화 무역결제액은 2010년 중국 전체 무역액의 2.5%에서 2011년 9%로 늘었다. 위안화 국제화를 향한 중국정부의 의지를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대중국 교역이 급격히 늘고 있는데도 아직은 결제수단의 대부분이 달러화다. 한국의 대중국 교역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은 2010년 0.4%다. 한국 기업은 위안화 결제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코트라 중국통상전략연구센터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수출하는 기업 104곳 중 46%가 중국 측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위안화 결제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현재 위안한 결제를 하고 있지 않은 기업의 86%가 향후에 결제통화를 위안화로 바꿀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위안화 결제가 확대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몇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달러화 결제에 비해 환전비용이 싸고 편의성이 보장돼야 한다. 또한 위안화를 다양하게 운용하거나 조달할 수 있어야 하며, 위안화의 환위험을 적절히 관리할 수 있는 다양한 헤지수단이 제공돼야 한다.

위안화 환율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결정되지 않고 국제금융시장에서 헤지수단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위안화 결제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 또한 국내에서 위안화 유동성이 어느 정도 확보된다면, 은행간 ‘원-위안화 거래시장’ 개설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최근 중국 인민은행은 중국 내 원화 사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산둥성 등 일부 지역에 대해 원-위안화 거래시장을 시범적으로 개설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중 FTA로 무역거래가 확대되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금융 수요가 증대될 것이고 상대국 금융시장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다. 현재 중국 서비스·금융산업 개방 수준은 매우 낮은 편이다. 개방이 확대되는 추세라 해도 아직은 규제 장벽이 상당히 높다.

중국 입장에서는 풍부한 보유 외환을 활용할 수 있는 투자처를 확대하고,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측면에서 한국 금융시장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한국 금융산업 입장에서도 국제화를 통한 신규 수익원 창출이라는 면에서 중국 시장은 매우 중요하다.

FTA 협상을 계기로, 중국은 한국 금융회사의 중국 진출에 보다 전향적인 입장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한국 금융회사들은 그동안 중국 현지에서 영업망을 확충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예컨대, 외자은행이 중국 내 현지법인을 설립한 후 1년에 세울 수 있는 분행은 사실상 2개로 제한돼 있다. 또한 외국인적격투자자(QFII)를 신청할 때, 자산운영사의 운영자산 기준을 50억 달러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한국 자산운용사의 중국 진출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양국 금융회사 진출 규제 낮춰야현재 운용자산 규모 50억 달러를 충족하는 국내 자산운용사는 KB, 미래에셋, 신한BNP 등 7곳에 불과하다.

증권사 역시 QFII 자격 요건이 운용자산 1000억 달러 이상으로 대부분 한국 증권사는 자격 여건에 미달하는 실정이다. 보험업의 경우도 보험업무 경력 30년 이상, 중국 내 대표사무소 설립 2년 이상, 총자산 50억 달러 등 높은 진입장벽이 있어 한국 보험사 진입을 매우 어렵게 하고 있다.

양국 간 금융협력은 단순히 금융산업 교류를 늘리는 것으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금융은 실물부문의 협력을 더욱 원활히 하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중국 입장에서도 한국은 중국 금융산업과 금융시장의 국제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가 될 수 있다.



김태윤 이코노미스트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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