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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글로벌 경영 강화하는 포스코

[Company] 글로벌 경영 강화하는 포스코


올 초 다보스 포럼에서 발표…종합소재기업으로 도약 목표

포스코의 조강 생산량(연간 3700만t)은 세계 4위권이다. 세계 1위는 연산 7000만t이 넘는 아르셀로미탈이다. 단순히 생산 능력만 놓고 보면 포스코가 한참 뒤진다. 이게 다는 아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따지면 다르다. 포스코가 정상권이다.

포스코는 1월 25일 캐나다의 경제 리서치 & 매거진인 코퍼레이트 나이츠가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발표한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100대 기업’에서 30위에 올랐다. 세계 철강기업 가운데 1위였다. 국내 다른 기업으론 삼성전자가 73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보다 순위 높아다보스포럼은 2005년부터 세계의 유수 연구기관의 평가를 토대로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100대 기업을 발표하고 있다. 전체 1위는 덴마크의 제약회사인 노보노디스크가 차지했다. 일본의 토요타(21위)와 히타치화학(28위)도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100대 기업의 평가항목은 다양성, 안전 효율성, 연구개발(R & D) 투자를 통한 혁신역량, 임직원 채용·고용 유지, 에너지·온실가스·수자원 효율성 제고 등 11개 지표다.

포스코는 세계 경기 침체에도 지난해 39조1720억원의 매출(단독 기준)을 기록했다. 2010년 매출(32조5820억원)보다 20% 가까이 늘어난 사상 최고치였다. 포스코가 지분 50%를 가졌거나 30% 이상의 지분으로 최대 주주 지위를 가진 계열사의 실적까지 더한 연결 기준 매출도 2010년보다 40% 넘게 늘어난 68조9390억원이었다(영업이익은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 급등과 철강 수요 감소로 다소 줄었다).

포스코는 그러면서도 t당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용수 사용량은 해마다 줄이고 있다. 포스코는 세계 철강업계에서 가장 먼저 2010년부터 해마다 탄소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또 광석에서 금속을 빼고 남은 찌꺼기인 슬래그를 해양의 갯녹음(백화) 현상을 막는데 활용하고 있다. 갯녹음 현상은 연안 암반 지역에서 해조류가 사라지고 흰색의 무절석회조류가 달라붙어 암반지역이 흰색으로 변하면서 어장이 황폐화되는 걸 말한다.

포스코는 세계 철강업계에서도 경쟁력을 인정 받고 있다. 세계적 철강전문 분석기관인 WSD(World Steel Dynamics)는 지난해 6월에 포스코를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회사로 선정했다. WSD는 세계 34개 철강회사를 대상으로 기술력, 수익성, 원가 절감, 재무 건전성, 원료 확보를 비롯한 23개 항목을 평가한다. 포스코는 2002년, 2003년, 2004년, 2010년에도 정상에 올랐다. 해외 투자 확대로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파이넥스를 비롯한 선진기술을 적극 개발한 덕이 컸다. 포스코는 특히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시가총액에서 세계 1위에 올랐다. 포스코의 시가총액은 약 303억9800만 달러로 조강 생산량 세계 1위인 아르셀로미탈(281억2500만 달러)을 20억 달러 가량 앞섰다.

포스코의 정준양 회장은 기업의 실력을 나타내는 지표 가운데 하나인 주가를 적극 관리한다. 정준양 회장은 2월 2일에 임원진 72명과 자사주 4351주를 매입했다. 정준양 회장과 최종태 사장은 각각 100주씩을, 다른 임원은 50주에서 100주 내외를 매입했다. 전체 금액으로는 약 18억원 규모로 크진 않지만 회사의 실적에 자신감을 나타낸 것이다.

정준양 회장의 올해 첫 해외 출장도 투자자를 만나는 자리였다. 정 회장은 2월 13일부터 사흘간 런던·뉴욕·보스턴에서 ‘최고경영자(CEO) 포럼’을 열고 해외 투자자에게 포스코의 올해 사업계획과 중장기 비전을 직접 설명했다. 정 회장은 2010년부터 해마다 연 초에 해외를 돌며 기업설명회(IR)에 참석하고 있다. 정준양 회장은 고(故) 박태준 회장의 유훈을 실현하는 첫 목표로 주가를 제시했다.

포스코는 올해 시나리오 경영을 강화하는 동시에 현금 창출 능력 범위에서 투자한다는 원칙에 따라 국내외 철강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다른 투자는 필요에 따라 조정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연결 기준으로 매출 70조6000억∼74조3000억원, 단독 기준으로 37조7000억∼41조2000억원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투자는 연결 기준으로 8조3000억∼9조5000억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키움증권의 김종재 애널리스트는 “포스코뿐만 아니라 대우인터내셔널과 포스코건설, 포스코파워 같은 상장 자회사와 포스화인, PNR, 포스코피앤에스 등 비상장 자회사의 매출이 개선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정준양 회장은 “올해 경영계획 화두는 철강사업의 경쟁력 유지와 미래 성장사업의 성과 창출”이라며 “경쟁력 강화와 원가 절감 노력에 힘을 쏟아 경쟁사와 수익성 격차를 더욱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올해도 불투명한 국내외 경제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정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철저하게 시나리오 경영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최선·보통·최악의 경우로 나눠 관리하고 있는데 이를 잘게 나눠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 상황에 맞게 재빨리 경영 전략과 방향을 바꿀 수 있도록 미리 대비하라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진 2009년 초 취임한 정 회장은 늘 위기관리를 강조해왔다. 정 회장은 올 초 패러독스 경영으로 수익성을 높이자고 말했다. 패러독스 경영이란 차별화와 낮은 원가 전략처럼 양립하기 어려운 요소를 조화롭게 결합해 성과를 높이자는 것이다. 정 회장은 새해 구상 프리젠테이션에서 “임진년인 올해는 임진왜란 당시 시대상과 유사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대내외적으로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전제하고 “고유의 신제품 개발과 원가 절감 프로세스, 글로벌 토털 솔루션 마케팅을 접목하는 포스코식 패러독스 경영으로 글로벌 경쟁사와 영업이익률 격차를 현재보다 2%포인트 이상 더 벌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비용 줄이는 게 원가 절감 아니다 정 회장은 이를 위해 올해 월드 베스트 & 퍼스트 제품을 40종 넘게 개발하고, 원가 절감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포스코는 지난해 월드 베스트 & 퍼스트 제품을 99종에서 124종으로 늘려 2010년보다 18.2% 늘어난 553만t을 팔았다. 정 회장은 이와 더불어 스피드와 리스크를 동시에 효과적으로 관리하라고 주문했다. 원가절감·품질관리·안전관리를 모두 실시간으로 이뤄 실행의 타이밍을 놓치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이와 관련 지난해 11월에 포스코 패밀리(계열사) 사장단 회의와 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위기관리 시스템을 모든 계열사로 확대 운영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포스코 계열사들이 자체적으로 위기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늘 강조하는 원가 절감이 단순한 비용 절감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위기관리 차원에서 추진하는 원가 절감이 무조건 모든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선 곤란하다”며 “경영성과를 증대시키는 활동도 원가 절감의 개념으로 볼 수 있다”고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

정 회장은 이런 특유의 위기관리 경영으로 경기 침체의 파고를 넘어왔다. 특히 그가 취임한 2009년 초만 해도 글로벌 금융위기 탓에 세계 유수의 철강사가 모두 적자를 기록하며 허덕였다. 정 회장은 기술 경쟁력 확보, 원가 절감,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강화로 위기를 정면 돌파했다.

그 결과 포스코는 2010년에 글로벌 경쟁력 1위의 철강회사로 지위를 다졌다. 포스코는 2010년에 초고강도강(TWIP강)을 비롯한 고부가 전략 제품의 생산기반을 늘려 영업이익률 20% 수준의 월드 베스트 & 퍼스트 제품 판매량을 468만t으로 늘렸다. 같은 해 세계적인 생산성을 자랑하는 연산 530만t 규모의 포항4고로 개수를 완료하고, 연산 200만t 규모의 광양 후판공장을 준공하는 등 신·증설 설비를 본격 가동했다. 이와 더불어 대우인터내셔널·성진지오텍을 인수해 인수·합병(M & A) 시장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정 회장은 단순한 철강회사를 넘어 종합소재기업으로 도약한다는 큰 그림도 그리고 있다. 그는 철강 본원의 경쟁력 제고를 기본으로 마그네슘·리튬·지르코늄·티타늄을 공급할 수 있는 종합소재기업으로의 도약할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해왔다. 포스코는 2010년에 국토해양부와 각각 150억원씩 모두 300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해 2015년 3월을 목표로 리튬 상용화 기술개발에 착수했다. 포스코가 상용화에 성공하면 현재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리튬을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리튬은 전기자동차, 휴대폰, 노트북PC에 쓰이는 2차전지 원료로 세계적인 전략금속 자원이다.

포스코는 티타늄 생산에도 나섰다. 티타늄은 부식에 강하고 가벼우면서 강도가 높아 화학 플랜트와 원자력 발전, 담수설비에 쓰인다. 가격도 일반 철강재보다 20배 넘게 비싼 고급 제품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10월 카자흐스탄에 연산 6000t 규모의 티타늄슬래브 공장을 착공했다. 일본과 러시아, 미국에 이어 세계 4번째로 티타늄 판재의 일관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포스코는 카자흐스탄의 UKTMP사와 50%씩을 투자했다. 올해 말 준공 예정이다. 공장을 가동하면 UKTMP사는 티타늄 슬래브 제조 원료인 티타늄스펀지를 공급하고 포스코는 카자흐스탄에서 생산한 슬래브를 국내로 들여와 포항제철소의 열연·스테인리스공장에서 판재로 제작해 공급한다.

포스코는 지난해 11월 일본 토요타통상과 마그네슘과 신소재 사업의 상호협력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두 회사는 마그네슘 소재 공급과 제련사업 공동 투자, 기타 신소재 사업에서 공동 협력한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 완공하는 포스코의 강원도 마그네슘 제련공장에서 만드는 마그네슘괴를 토요타자동차를 비롯한 일본 부품 회사에 판다. 포스코 관계자는 “일본에 마그네슘 수출 루트를 확보함에 따라 마그네슘 사업이 신성장 동력의 하나로 떠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포스코와 지난해 11월에 르노자동차와 ‘마그네슘 합금 판재를 이용한 경량 자동차 부품 개발’ 기술 협약도 맺었다. 르노는 지난해 ‘공동 혁신 프로그램’이란 새로운 개발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금처럼 공급사가 만든 부품을 사다 쓰는 게 아니라, 아예 기술 개발부터 자동차에 적용할 때까지 공급사와 비용을 나눠 내며 개발을 진행해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포스코의 마그네슘 프로젝트는 르노의 첫 번째 실험이다. 마그네슘은 철강의 5분의 1, 알루미늄의 3분의 2 수준으로 가벼우면서도 진동 흡수나 열 전도 능력이 뛰어나고 100% 재활용 할 수 있어 자동차 업계의 영원한 숙제인 차량 경량화와 연비 향상에 필요한 최적의 소재로 꼽히고 있다. 마그네슘의 가격은 기존 소재보다 10배 가까이 비싸 현재 대부분 휴대폰·디지털카메라의 케이스 제작에 쓰이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이 일부 부품에 쓰고 있다.



리튬·마그네슘 등 고부가 소재사업도 활발포스코는 지난해에 강원도 강릉에 올해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연간 생산량 1만t의 마그네슘 제련공장을 착공했다. 공장이 완공되면 해마다 약 1만4000t을 중국에서 전량 수입했던 마그네슘괴를 자체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또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전남 순천에 광폭 마그네슘 판재 주조공장도 짓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자동차 판재용으로 쓰려면 얼마나 넓은 폭으로 찍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현재 폭 1500㎜까지 한 번에 찍어낼 능력을 갖췄다”며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이밖에 스테인리스스틸 제품 원가의 약 60%를 차지하는 필수 원료인 니켈과 고부가 탄소 소재인 등방흑연소재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등방흑연소재는 반도체, 태양전지, 발광다이오드(LED) 제조장비의 필수 소재로 쓰인다. 2020년까지 매출 200조원을 올리겠다는 포스코의 비전 2020이 종합소재 사업에서도 무르익고 있는 것이다.



남승률 이코노미스트 기자 namo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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