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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지진공포가 새 빌딩 값올려

[World] 지진공포가 새 빌딩 값올려

도쿄 도심에서 오피스 빌딩 건설이 잇따르고 있다. 2012년 1월 미쓰비시 지쇼가 치요다구에 건설한 마루노우치 에이라쿠빌딩과 팔레스 빌딩이 준공했다. JP타워 역시 올 봄 준공을 앞두고 있고, 오테마치 파이낸셜시티도 9월쯤 문을 열 예정이다. 부동산 전문 연구기관인 도시미래종합연구소에 따르면 2012년 도쿄 시내에 공급 예정인 오피스 빌딩 면적은 총 268만㎡다. 2003년 298만㎡를 공급한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이 중에서 마루노우치나 오테마치 등이 들어서는 도쿄역 서쪽 지역(치요다구)이 총 공급면적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지만 새로운 오피스 빌딩의 인기는 여전하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안전한 빌딩을 찾는 기업의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새로 짓는 건물은 더욱 엄격한 내진 설계 규정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더 안전하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한 층을 통째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각 팀간의 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는 점도 입주 기업 입장에서는 매력적이다.

단순히 보면 빌딩의 신축은 부동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호재지만 그 이면에는 ‘2차 공실’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한 기업이 신축 빌딩으로 떠나면 다른 기업이 자리를 채워야 하는데 현재 일본의 상황은 여의치 않다. 사실 부동산 업계는 몇 년 전부터 2차 공실에 대한 우려를 제기해왔다. 현재 도쿄 도심부의 공실률은 7%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4~5년 전 1%대에 머물렀던 것에 비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평균 임대료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일본 경제 전체가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던 2007년 전후에는 빌딩 임대료가 대체로 높은 시세를 유지했고, 오피스 확장을 위한 이전 수요도 꾸준히 있었다. 지금보다 신규 빌딩의 공급 적었기 때문에 2차 공실을 메우는 것도 비교적 쉬웠다. 부동산 회사 CBRE의 와타나베 요시히로 빌딩영업본부장은 “수요가 늘어나면서 기존 빌딩이 재건축 대상이 되는 일도 많아졌고, 이 때문에 공실률이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2008년 중반까지 공실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기업 환경이 나빠지면서 임대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전을 고려하는 기업이 늘어나자 빌딩주들은 이전을 막기 위해 임대료를 대폭 삭감해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기 시작했다. 가격 파괴로 기존 입주 기업을 붙들다 보니 신축 건물이 들어서도 임대 계약이 이뤄지지 않는 일이 많아졌고 자연스레 공실률이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오피스 빌딩이 연이어 준공해 공급과잉이 확대되면 2차 공실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그래도 도쿄역 주변과 같은 노른자위 땅은 아직 사정이 좋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입지조건이 좋기 때문에 임대료만 조금 낮추면 충분히 공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신바시 등 도심 주변부 지역이다. 특히 중소형 빌딩주들은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금은 3.3㎡(1평)당 임대료가 1만엔을 밑돌아도 들어올 기업이 없는 상황이다. 빌딩주 입장에서 1만엔은 충격적인 가격이다. 빌딩 중개업을 하고 있는 다쿠 엔터프라이즈의 아베 류지 사장은 “10여 년 전,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딩이나 이 정도 가격을 받았다”며 중소 빌딩주들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도쿄 중심부 공실률 7%대수요 감소뿐만 아니라 대형 부동산회사의 공격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건물의 한 층을 파티션으로 나눠 소규모 오피스를 공급하는 방법으로 2차 공실 문제에 맞서고 있다. 그런 다음 중소형 빌딩 정도의 임대료를 책정하고 공용 설비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어필해 임대 실적을 늘리고 있다. 중소형 빌딩주 입장에서는 재건축을 통해 임대료 상승을 노리는 방법도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해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다. 수요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것도 불안하다. 아베 사장은 “임대료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위험부담에도 중국계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려는 빌딩주들이 늘고 있다”며 “건물 유지비용은 계속 늘어나는데 사무실을 비워둔 채 있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신규 빌딩 공급이 한 차례 마무리되는 2012년 중반이 지나면 상황이 조금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견해 역시 도쿄역 주변에만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다. 게다가 2013년에도 10여 개의 신축 빌딩들이 준공을 앞두고 있다. 수요가 크게 개선될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오피스 공급 과잉이 가속화되면 중소형 빌딩주는 물론 대형 부동산 회사도 버티기 힘들어 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번역=김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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