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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 어디로 - 호르무즈해협 막히면 200달러 넘을 수도

국제 유가 어디로 - 호르무즈해협 막히면 200달러 넘을 수도

지난해 12월 배럴당 100달러대 초반까지 떨어진 두바이유가 2월 23일 현재 12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지표가 나아지고 유럽에서 돈을 많이 푼데다 유럽의 한파가 기승을 부려서다. 한 가지 원인이 더 있다. 이란 사태에 따른 공급 차질 우려다. 이란 사태가 유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경제 제재 vs 수출 금지 힘겨루기 일단 몇 가지 변수를 따져보다. 미국은 앞으로도 이란의 핵개발을 억제하기 위해 경제적·외교적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다. 단, 미국 역시 재정 악화와 경기 부진에 시달리고 있어 이란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는 건 바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재정상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악화됐다.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8%가 넘는다. 국가채무도 15조 달러를 돌파했다. 이런 형편에서 미국이 새로운 전쟁을 수행하기란 쉽지 않다. 이란 사태가 전쟁 같은 최악의 상황에 빠지면 유가 급등으로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은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이란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 역시 중동에서 최고 수준의 전력을 갖춘 이란과 쉽게 충돌하진 않을 전망이다. 미국의 대응 기조에 동조할 가능성이 크다. 이스라엘의 단독 공격 후 유가가 오르면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란이 서방의 경제 제재에 큰 충격을 받으면 핵 개발 의지가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미국 주도의 이번 제재는 과거 일련의 조치처럼 이란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기는 힘들 전망이다. 미국을 빼고는 일부 국가가 제한적으로 참여할 확률이 높아서다. 유럽연합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지 않기로 했다. 이와 달리 일본은 이란산 원유 수입 비중이 큰데다 대지진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란 제재에 전면적으로 동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석유 수입이 많은 중국과 인도 역시 이란산 원유 수입 비중을 다소 줄이겠지만 수입을 전면 중단할 가능성은 작다. 중국과 인도는 원유 수입에서 이란산 의존도가 높다. 두 나라 모두 전체 수입 원유 중 이란산 원유 비중이 11%에 이른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미국 주도의 경제 제재는 이란 정권을 위협할 정도로 파괴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란은 이번에도 핵개발을 양보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란은 핵 협상 재개 제스처를 취하면서 석유 수출을 중단하겠다는 위협으로 제재 강도를 낮추려는 시도를 병행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란 경제에 치명타를 날리고 국제적 고립을 자초할 수 있는 호르무즈해협 봉쇄 같은 극단적인 모험을 감행할 확률은 낮아 보인다.

이번 이란 사태는 당분간 이란산 원유 금수조치와 이에 대응하는 이란의 원유 수출 중단조치가 팽팽히 맞설 가능성이 크다.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제한하는 만큼 이란 이외 산유국에 대한 석유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유럽연합이 올 7월에 이란산 원유수입을 전면 중단함과 동시에 우리나라가 미 의회의 감축 제시안을 이행하고 일본이 현재 협상 중인 감축안을 시행한다면 총 53만1000 b/d(1일당 배럴)의 대체수요가 발생한다. 그러나 이건 세계 석유수요의 0.6%에 불과하다. 수급 불안 우려로 유가가 단기적으로 오름세를 보일 수 있지만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력은 크지 않다는 얘기다.

게다가 석유 재고와 세계 석유 생산능력에 비교적 여유가 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상업용 석유 재고는 과거 5년 평균보다 많다. 수요 대비 세계의 석유 여유 생산능력은 2010년 수준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이란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유럽연합의 전면 금지, 한국 18%, 일본 11% 감축)를 시행한다고 가정해도 유사시 공급확대 의사를 밝힌 사우디아라비아(석유 여유 생산능력 220만 b/d)의 증산으로 수요를 충당할 수 있다. 이란이 영국·프랑스에 대한 원유 수출을 중단할 때도 두 나라의 이란산 원유 수입량은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여유 생산능력의 60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에 수급 차질이 생길 가능성은 작다. 물론 이란과 서방의 긴장이 고조되면 유가의 상승 압력은 커지겠지만 극단적인 공급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유가의 급등 확률은 낮은 편이다.

또 다른 불안 요인이 없다면 국제 유가는 석유시장의 수급 변수에 좌우될 공산이 크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산유국의 불안이 국제 유가에 미치는 영향력을 배럴당 4~5달러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 이란의 정세 불안에 따른 영향은 이미 어느 정도 반영됐다. 올 상반기에는 세계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긴 어려울 전망이어서 석유 수요 역시 다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의 공급은 늘어날 전망이다. 유럽의 한파가 한풀 꺾이면 상반기에는 초과 공급 상황이 발생하면서 유가가 조금 조정될 여지가 있다.

거꾸로 하반기에는 세계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석유 수요가 증가세로 돌아서는 반면 공급은 비OPEC을 중심으로 줄면서 석유시장에서 초과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이란산 원유 금수조치까지 겹치면 유가가 오늘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미국의 저명한 에너지 연구기관인 캠브리지 에너지연구소(CERA)는 올해 두바이유 연 평균 가격을 지난해 12월 초에 배럴당 104.5달러로 잡았다가 2월 초에 112.2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이보다 더욱 나쁜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무력 사용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은 현재로선 매우 작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영국의 국제문제 전문 컨설팅 기관인 옥스포드 분석원(Oxford Analytica)은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면 이스라엘이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만약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의 원유 수출이 막히면 세계 석유 수요의 3% 정도가 부족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으로 공급 차질을 상쇄할 수 있겠지만 그 사이 국제 유가는 최대 150달러가 넘을 수도 있다.



대체 공급선 마련 시급예상과 달리 이란의 경제적 고립이 심화돼 이란이 벼랑 끝 전술을 쓸 수도 있다. 그 일환으로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면 세계 해상 원유 수송의 3분의 1이 차질을 빚게 된다. 미국과 유럽의 항모 전단이 원유 수송로를 단기에 확보할 수 있겠지만 세계 석유 수요의 20% 정도가 모자랄 수 있다. 이럴 경우 유가가 일시적으로 최대 200달러 이상으로 폭등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전체 원유 수입 중 이란산 비중이 9.4%로 비교적 크고,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하는 원유와 천연가스의 수입 의존도가 각각 85.2%, 24.1%로 높다. 극단적 상황이 발생하면 큰 위기에 놓을 수 있다. 이란 사태가 장기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안정적인 대체 원유 공급선 확보에 주력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석유 수입선 다변화와 석유 자주개발률을 높일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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