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7조원 대 中애니메이션 시장 잡아라

7조원 대 中애니메이션 시장 잡아라

상하이에서 고속철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창저우시. 이곳에는 모두 세 곳의 테마파크가 있다. 공룡을 주제로 한 ‘중화공룡원’, 춘추전국시대를 재현해놓은 ‘춘추엄성’, 그리고 온라인게임과 애니메이션 테마파크인 ‘조이랜드’다. 이 가운데 지난해 개장한 조이랜드는 2500년 역사의 고도인 창저우의 이미지를 순식간에 창의적인 첨단도시로 변화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경절 연휴기간에만 20만여 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았다. 비결은 비주얼 컴퓨팅 기술 분야에서 최고 수준인 미국의 앤비디아사와 손을 잡고 유명 인터넷 게임과 애니메이션 200여 개를 3D로 설계해 실물로 제작한 중국 최초의 주제공원이기 때문이다.

창저우시가 위치한 장수성은 중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메카로 불린다. 2010년 말 현재 장수성의 문화산업 투자규모는 500억 달러를 넘는다.



각광 받는 창의산업문화산업 관련 종사자 수는 110만 명에 달하고 애니메이션 제작 분량도 단연 중국 내 1위다. 각종 문화산업 단지 140곳 중 국가급 애니메이션 단지가 난징, 쑤저우, 우시, 창저우 등 4개 지역에 위치해 있다. 중국의 애니메이션 산업은 문화와 과학기술이 결합된 창의산업으로 21세기에 가장 각광 받는 블루오션으로 부상 중이다.

중국 13억 인구 중 14세 이하 인구는 5억명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애니메이션 고객이 있는 나라다. 중국 만화잡지 ‘만동주어’에 따르면 중국산 애니메이션 연간 제작건수는 일본의 1%에 불과하다. 그만큼 중국 애니메이션 시장의 발전 잠재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애니메이션 시장 규모는 2010년 기준 208억 위안에서 불과 3년 만에 2배 확대된 405억 위안(7조 2402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애니메이션 산업 진흥을 위한 중국 정부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중국 정부는 최근 ‘중국 애니메이션 산업 12.5(2011~2015) 발전계획’을 마련하고 애니메이션 산업을 국가 중점 육성 문화산업 중 하나로 지정하면서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소관부처인 국가광전총국은 창작 애니메이션 기업을 대상으로 각종 세금 우대정책을 마련했다. 또한 ‘중소기업 해외시장 개척기금’ 지원과 은행의 신용대출 우대, 수출실적에 따른 보조금 지원 혜택 등 다양한 혜택을 마련했다. 베이징, 상하이, 충칭, 쑤저우, 광저우, 선전, 다롄 등 지역에서도 각각 애니메이션 산업 우대정책을 발표하고 관련 산업기지를 건설했다. 이밖에 200여 개 대학에서 애니메이션 관련 학과를 개설했고,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전시회, 포럼, 교육연수반 등 관련 행사도 잇따라 개최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현재 47개 도시의 지방 방송국이 어린이 채널을 보유하고 있고, 3개의 만화전문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연간 100만 분에 달하는 폭발적인 애니메이션 수요는 애니메이션 산업 발전을 촉진하는 촉매제라고 할 수 있다.

연관 산업의 파급력 또한 엄청나다. 비즈니스와 관련되는 분야만도 만화, 영화, 게임, 완구, 캐릭터, 로열티 등 다방면에 걸친다. 문구류의 연간 매출액은 600억 위안, 아동 식품은 350억 위안, 완구는 200억 위안 규모이다. 아동의류는 연간 900억 위안어치가 팔려 나가고, 아동 멀티미디어물과 출판물은 연간 100억 위안의 매출을 기록 중이다. 이들 산업이 잘 나가는 애니메이션과 결합하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목할 시장은 온라인과 모바일 애니메이션이다. 온라인 애니메이션 시장은 2010년 1억 위안의 규모로 추산된다. 중국 애니메이션 시장은 방송 애니메이션 중심으로 형성됐기 때문에, 온라인 애니메이션 시장 규모 자체는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인프라와 플랫폼 기술의 발전, 판권 등 신규 수익 창출로 앞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또한 인터넷 보급의 증가와 온라인 광고 시장의 성장 역시 시장발전의 원동력이다.

모바일 애니메이션 시장 규모는 2010년 기준 6억 위안 정도이다. 3G 기술의 도입과 무선 인터넷 속도 향상으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 확대에 따라 사용자의 이용 편의성도 한층 개선됐다. 스마트기기에서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보는 형태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관련 앱 시장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모바일 애니메이션의 인기순위를 보면, 3위 ‘시양양과 후이타이랑’ 을 제외하고 대부분 일본과 미국 애니메이션이 점령하고 있다. 이는 중국 모바일 애니메이션의 내용이 부족하고 창의성이 떨어지는 등 콘텐트 면에서 수익성을 찾기 어려워 대부분 해외 모바일 애니메이션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도 시장진출을 서둘러야 하지만 제약 요인도 적지 않다. 우선 외국 애니메이션 콘텐트를 극장에 상영할 때 2년간 CCTV에서 방영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극장 상영 없이 바로 TV에 방송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또한 외국 영화가 한 해 20편밖에 들여오지 못하기 때문에 외국 기업의 진입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중국과 외국 합작 애니메이션이나 해외 제작 애니메이션은 국가 광전총국의 심사를 통과하고 애니메이션 발행허가증을 취득해야만 방영할 수 있다.

특히 조심할 것 중 하나가 지식재산권 침해다. 특히 홈비디오용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가장 침해가 심하다. 2010년 중국 홈비디오용 애니메이션 시장 규모는 전체의 1%인 2억 위안 정도에 불과하지만 불법 복제물이 시장에서 범람하고 있다. 영화관에서 상영된 애니메이션이 홈비디오용 제품으로 나오기 전에 불법 복제품이 먼저 시중에 깔리는 게 다반사다. 정부의 지재권 보호인식 부족과 홈비디오용 애니메이션 출판·발행 채널의 미성숙은 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중국 애니메이션 시장 진출 때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중국인의 정서와 문화적인 특성을 작품에 투영시키는 노력이 중요하다. 중국산 애니메니션 ‘토끼협객 전기’는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다. 1억 위안을 쏟아 부어 90분 전체를 3D로 제작한 작품으로 최신 애니메이션 기술을 총동원한 작품이다. 하지만 이 작품을 만든 쑨리쥔 총감독은 “중국 애니메이션은 기술보다 문화적인 매력을 표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를 영입해 스토리를 쓰고, 태극권에 정통한 무술인을 초빙해 화려한 무술 장면을 만들었다.



중국적 정서와 문화 중요중국에 진출한 대표적인 한국 애니메이션인 ‘짜장소녀 뿌까(Pucca)’의 성공 비결 역시 이와 유사하다. 이 작품은 한국의 문화 대신 중국적인 동양풍의 이미지를 강조해 호평을 받았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기 전에 중국 캐릭터 시장에서 먼저 인기 여부를 검증했다. TV 시리즈를 제작하기 전에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제공했다. 플래시 애니메이션의 짧은 분량에 아쉬워하던 팬을 겨냥해 26회 분량의 TV 시리즈물로 만들어 큰 인기를 끌었다. 이른바 ‘궈칭(國情)’으로 표현되는 중국시장 특성에 맞는 현지화 전략이 애니메이션 산업에도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운 대표적인 사례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삼성바이오에피스, '피즈치바' 유럽 허가...산도스와 판매

2종근당, 큐리진과 유전자 치료제 도입 계약 체결

3한미약품 "이중항체 'BH3120', 키트루다 병용 임상 진행"

4LG유플러스, AI로 더욱 안전한 천안시 교통체계 만든다

5소파전문브랜드 자코모소파, 4월 백화점 특별 이벤트 진행

6SKT, ‘에이닷 통역콜’로 언어와 요금 장벽 낮춘다

7컴투스, 방치형 슈팅 게임 ‘전투기 키우기: 스트라이커즈 1945’ 출시

8DGB금융그룹, ESG 이해관계자 상생 위한 간담회 개최

9KB국민은행, 개인사업자를 위한 맞춤형 플랫폼 ‘사장님+’ 오픈

실시간 뉴스

1삼성바이오에피스, '피즈치바' 유럽 허가...산도스와 판매

2종근당, 큐리진과 유전자 치료제 도입 계약 체결

3한미약품 "이중항체 'BH3120', 키트루다 병용 임상 진행"

4LG유플러스, AI로 더욱 안전한 천안시 교통체계 만든다

5소파전문브랜드 자코모소파, 4월 백화점 특별 이벤트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