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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Estate] 강남 아파트 가격↓ 청약경쟁률↑

[Real Estate] 강남 아파트 가격↓ 청약경쟁률↑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은 ‘투자 1번지’로 불린다. 한적한 농촌이었던 강남 일대는 1961년 서울시로 편입된 후 1970년대 들어 본격적인 개발이 이뤄지면서 땅값·집값이 크게 오르기 시작했다. 이후 강남권은 30여 년간 부동산 투자의 핵심 지역으로 꼽혔다.

이런 강남권의 아성이 최근 흔들리고 있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거래는 끊기고 집값은 떨어지고 있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 조사에 따르면 올 들어서만 강남권 아파트값은 0.94% 떨어졌다. 강남권의 아성이 흔들리는 데는 재건축 시장의 난기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올 들어 3월 8일까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은 1.55% 내려 하락세를 주도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은 3.3㎡당 3162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2009년 1분기(3.3㎡당 3055만원) 이후 가장 낮은 금액이다. 재건축 아파트값이 정점을 찍은 2006년 4분기(3.3㎡당 3562만원)의 85% 수준이고, 지난해 1분기(3.3㎡당 3386만원)의 93% 정도다.



은마아파트 실거래가 3년 만에 최저치강남권 재건축의 대장주로 꼽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실거래 가격은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2월에 은마아파트 77㎡형(이하 전용면적) 실거래 신고가격은 7억9000만~8억3000만원이다. 가장 가격이 높았던 2006년 11월(11억6000만원)보다 30% 떨어진 가격이다. 대치동 삼성공인 관계자는 “심리적인 마지노선이라는 것이 있는데 7억원대로 떨어졌다는 것은 매수심리가 얼마나 위축됐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시장이 시들해진 데는 규제 중심의 서울시 재건축 정책 탓이 크다. 최근 서울시는 강남구 개포주공을 중심으로 소형주택비율을 확대하고 있다. 용적률·종 상향 신청도 대부분 보류하고 있다. 조합원 간 의견 충돌 등으로 쉽지 않은 재건축 사업에 걸림돌이 생긴 것이다. 소형주택비율이 늘어나면 사업성이 떨어져 조합원의 자금 부담이 커진다. 재건축 단지 조합원들이 용적률을 높이거나 종 상향을 원하는 것도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반포동 반포공인 관계자는 “재건축 시장이 완전히 안개 속에 휩싸이면서 가뜩이나 위축된 거래가 실종될 지경”이라며 “가장 큰 문제는 언제 또 정책이 바뀔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라고 말했다.

소형주택비율 확대 방침의 직격탄을 맞은 개포동 개포주공의 경우 일주일새 2000만원씩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3단지 36㎡형은 지난해 12월 6억원에 거래가 이뤄졌지만 최근 5억5000만원선에 시세가 형성됐다.

식을 줄 모르던 전세시장도 보합세다. 1월 변동이 없었던 강남권 전셋값은 2월 들어 매주 평균 0.02%씩 떨어지고 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1% 올랐다. 도곡동 도곡렉슬 85㎡형 전셋값은 현재 6억1000만원선이다.

지난해 11월 7억원에 비해 8000만원 낮아진 가격이다. 유독 강남권 아파트 전셋값만 떨어지는 데는 강남권 전세시장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학군수요가 분산된 영향이 크다. 수능이 쉬워지고 자율형 사립고·혁신학교가 확산되면서 ‘강남8학군’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치동 토마토공인 김성일 사장은 “새 학기가 시작하기 전인 1~2월 강남권 전세수요자 대부분은 ‘맹모’인데 이들이 빠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세시장마저 침울한 기존 주택시장과는 달리 분양시장에는 봄바람이 온풍이 불고 있다. 올 들어 강남권에서 분양한 단지마다 사람이 몰리며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2월에 삼성중공업이 강남구 역삼동에 공급한 주거형 오피스텔인 강남역 쉐르빌(297실)은 평균 26대 1, 최고 54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효성이 같은 지역에 공급한 인텔리안 더 퍼스트 오피스텔(358실)도 경쟁률이 평균 28대 1이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계약 3일만에 계약률이 90%를 넘었다”고 전했다.

기존 주택시장에서는 찬밥인 재건축 단지도 분양시장에서는 인기다. 삼성물산이 2월에 도곡동에 분양한 래미안 도곡 진달래(397가구)는 평균 6대 1, 최고 51대 1의 경쟁률로 1순위에서 청약을 마쳤다. 롯데건설이 방배동에 분양한 방배 롯데캐슬 아르떼도 순위 내에서 전 주택형이 마감됐다. 9개 주택형 중 5개 주택형은 1순위에서 주인을 찾았다.

분양시장 청약 성적표가 좋은 데는 규제 완화가 작용했다는 평이다. 지난해 말 정부는 강남권을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했다. 이에 따라 3~5년이었던 전매제한은 1~3년으로 줄고 재건축 조합 설립 이후에도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해졌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전매제한이 완화되면서 거래 제한에 대한 부담이 줄어 새 아파트를 분양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재건축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도 있다. 주택을 지을 땅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강남권에서 새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재개발·재건축이다. 하지만 서울시의 규제로 재개발·재건축이 어렵게 되면서 사실상 새 아파트가 공급되기 어려워졌다. 때문에 ‘새 아파트 프리미엄’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주택사업개발전문업체인 내외주건 정연식 상무는 “빈 땅이 남아있다고 해도 크기가 작은데 사업이 막바지인 재건축 단지의 경우 단지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일반분양에 사람이 더 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 아파트 프리미엄 높아져낮아진 분양가도 영향을 미친다. 이전까지 재건축 단지의 일반분양물량은 분양가가 높은 편이었다. 분양가를 내리는 만큼 조합원의 추가 부담금이 늘어나기 때문에 분양주체인 조합은 분양가를 쉽게 낮추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미분양에 대한 부담으로 일반분양 물량의 분양가가 주변 시세 수준으로 낮아지면 주택 수요자에게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래미안 도곡 진달래 분양가는 3.3㎡당 평균 2900만원선이다. 방배 롯데캐슬 아르떼도 3.3㎡당 3000만원선에 분양됐다. 현재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시세는 3.3㎡당 3162만원. 낡고 오래된 기존 재건축 단지를 팔고 자금 부담 없이 새 아파트를 분양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분양가가 낮아졌다고 하지만 섣부른 투자는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강남권 주택시장의 주요 수요층을 형성한 학군수요가 빠져나가고 있고 재건축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투자 측면에서는 랜드마크로 부상할 수 있는 단지 외에는 투자성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투자보다는 실수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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