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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irement] 책에서 배우는 은퇴의 지혜 - 은퇴를 보는 프레임부터 바꾸자

[Retirement] 책에서 배우는 은퇴의 지혜 - 은퇴를 보는 프레임부터 바꾸자

보험회사에 다니다 은행으로 막 직장을 옮겼을 때의 일이다. 매일 지나는 길의 코너를 돌 때마다 은행지점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수많은 은행지점을 지나치면서 새로 옮긴 직장의 미래가 은근히 걱정됐다. 며칠 사이에 그 많은 은행지점이 새로 생기진 않았을 것이다. 다니던 길에 이렇게 많은 은행지점이 있는지 몰랐을 뿐이다.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프레임』에서 저자는 이런 현상을 한마디로 정의한다. 달라진 건 맨하튼 거리가 아니라 은행원이 된 내가 그 거리를 바라보는 프레임(frame)이라고.

프레임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다. 어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세상에 대한 사고방식(마인드 셋)과 고정관념이 모두 프레임의 범주에 속한다. 어떤 프레임으로 세상에 접근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똑같은 현상도 달리 보고 해석하며, 같은 질문에 전혀 다른 답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보자.



세상을 보는 마음의 창이 프레임TV를 사러 갔는데 가격이 100만원이다. 생각보다 비싸서 고민하고 있는데 매장 직원이 와서 말하길 1시간 거리에 있는 다른 매장에서 특별세일을 하고 있는데 3만원이 더 싸다고 한다.

이번엔 전자계산기를 사러 갔다. 역시 예상했던 것보다 가격이 비싸 고민하고 있는데 매장 직원이 와서 말하길 1시간 거리에 있는 다른 매장에서 특별세일을 하고 있는데 3만원이 더 싸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대다수의 사람은 TV를 3만원 더 싸게 사기 위해서 1시간씩 운전할 마음은 없다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전자계산기를 3만원 더 싸게 사기 위해서는 그렇게 할 의향이 있다고 말하게 마련이다. 1시간 거리에 있는 다른 매장에 갔을 때 절약할 수 있는 절대금액은 TV나 전자계산기나 3만원으로 동일하다. 따라서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두 경우 모두 더 싼 매장으로 가거나, 두 경우 모두 가지 않는 일관된 반응을 보여야 한다.

이걸 상대적으로 비교해보면 100만원짜리 TV의 3만원은 전자계산기의 3만원보다 푼돈으로 느껴진다. 바로 이 ‘푼돈 프레임’의 함정이 합리적인 경제적 선택을 방해하는 것이다. 이처럼 어떤 프레임은 현실을 왜곡시키고 또 어떤 프레임은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프레임을 이해하고, 그 한계와 오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올바른 프레임을 계속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11년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은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주로 떠올리는 단어는 ‘경제적 어려움’, ‘두려움’, ‘외로움’, ‘지루함’, ‘건강 악화’ 등이다.

이와 반대로 영국·프랑스 같은 나라의 국민은 은퇴를 생각하면 ‘자유’나 ‘행복’이란 단어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고 한다. ‘프레임을 바꾸면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은퇴를 바라보는 프레임을 바꾸면 은퇴에 대한 인식도 바꿀 수 있을까? 또 이런 인식의 변화로 삶의 질을 궁극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인가. 행복한 은퇴를 위한 세 가지 프레임을 살펴보자.

먼저 ‘긍정의 프레임’이다. 은퇴생활이란 여생(餘生), 즉 앞으로 남은 자투리 시간이 아니다. 인생의 후반전은 분명 은퇴 이전의 삶과 동등한 가치를 지니며, 어쩌면 인생의 승부를 결정하는 더욱 중요한 시간일 수 있다. 그래서 요즘은 은퇴를 가리켜 ‘인생 3막’, ‘제2의 인생’과 같이 조금 다른 표현을 쓴다. 이처럼 잘못된 프레임을 바로잡으려면 먼저 말부터 바꾸는 것이 좋다. 말 못하는 식물도 매일 “사랑한다” “이쁘다” “잘 자라거라” 라고 속삭여주면 그런 말을 듣지 않고 자란 식물보다 더 잘 자란다고 하지 않는가.

은퇴도 마찬가지다. 긍정의 프레임 안에서 정성을 다해 물을 주고 아껴주면서 희망을 키워나가야 한다. 준비되지 않은 은퇴는 불안하고 암울하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두려운 대상으로부터 회피하려고만 하는 프레임 속에서는 악순환만 되풀이 될 뿐이다. 지금부터 긍정의 프레임으로 은퇴에 대한 인식을 바꿔나가자. 은퇴가 마음 속에서 새롭고 행복한 도전이 되면, 은퇴는 어느 순간 기다려지는 대상이 된다. 그러면 실생활에서도 은퇴를 좀 더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준비하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의미 중심의 프레임’이다.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한 아저씨가 있다. 항상 행복한 표정으로 거리를 청소하는 아저씨가 신기했던 한 젊은이가 그에게 와서 물었다. 분명히 몸이 고될 텐데 어떻게 늘 행복한 표정으로 일하느냐고. 아저씨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지금 지구의 한 모퉁이를 청소하고 있다네!” 그는 자신의 일을 돈벌이나 거리 청소가 아닌 ‘지구를 청소하는 일’로 프레임하고 있었던 것이다.

행복한 사람은 바로 이런 의미 중심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다시는 사랑하지 못할 것처럼 사랑하라” “늘 마지막 만나는 것처럼 사람을 대하라”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이런 말은 반복되는 일상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매 순간이, 또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특별해지는 이유를 알려준다. 이것이 바로 의미 중심의 프레임이 가지고 있는 힘이다.

늘 ‘왜’를 탐구하는 이 프레임은 궁극적인 목표, 즉 큰 그림을 그리게 한다. 지금까지 우리의 삶이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프레임으로 규정되었다면, 오늘부터는 의미 중심의 프레임으로 우리 삶을 새롭게 그려보는 것이 어떨까. 나의 일상에 또 삶에 끊임없이 ‘왜’ 라는 질문을 던지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추구하는 가치, 그 목적이 이끄는 치열한 삶은 분명 그만한 의미가 있다. 은퇴 후 생을 마감할 때까지 주어진 30년이 넘는 시간, 이 정도면 새롭게 도전해 볼만한 충분한 시간이 아닐까.



‘누구와 함께’가 은퇴생활을 좌우마지막으로 ‘관계의 프레임’이다. 행복에 대한 유명한 연구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답한 10%의 사람과 나머지 사람이 보인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관계’였다. 10%의 행복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유지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그들은 친구 사이에서도 인간관계가 매우 좋은 사람으로 평가됐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조사 당시, 상위 10%인 22명의 사람들 중 21명이 이성 친구가 있었다는 점이다. 탁월한 성취를 이룬 사람들, 커다란 역경을 이겨낸 사람들, 자기 삶에 만족하는 사람들, 이들에게는 거의 예외 없이 ‘누군가’가 있었다. 삶에서 중요한 건 ‘어디서’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 하느냐는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을 떠올려보자. 그 여행이 가장 좋았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멋진 풍경, 풍성한 먹거리, 그것도 아니면 근사한 호텔 때문일까. 잘 모르겠다면 역으로 생각해보자. 좋은 풍경에 진기한 먹거리가 넘쳐나고 안락한 호텔이 있는 여행지에, 같이 있으면 불편하고 마음도 잘 맞지 않는 동행과 있다면 어떨까. 과연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을까?

은퇴생활을 디자인 할 때 역시 어디서,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누구와’의 프레임이 더 중요한 것은 이처럼 많은 사람이 관계 속에서 가장 큰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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