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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설득하지 말고 투명하게 보여줘라

[People] 설득하지 말고 투명하게 보여줘라

2007년 착공한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이 올해 1단계 공사를 마친다.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은 올해 안에 2단계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공단은 현재 2단계 방폐장을 1단계 때의 동굴방식과 다른 천층방식으로 지을 계획이다. 지표 가까운 곳에 폐기물을 매립하기 때문에 방사능 유출에 대한 주민 불안도 우려된다.

공단은 3월12일부터 3일 일정으로 프랑스 로브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 파트리스 토레스(34) 관리센터장과 로브 방폐장이 있는 슐랭두이시 필립 달마뉴(49) 시장을 경주로 불러 천층방식 방폐장 설립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로브 방폐장은 1992년 완공돼 59개 프랑스 원전에서 나오는 중저준위(원전에서 사용한 장갑 등 방사성 발생량이 적은 물질)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99만㎡ 부지에 200리터 기준 500만 드럼 규모다. 현재 연간 22만5000 드럼을 처분하고 있다. 프랑스는 40년 이상 천층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이 분야 노하우가 풍부하다.

토레스 센터장은 “동굴방식이든 천층방식이든 설계방식, 처분용기, 처분과정이 정확하게 디자인됐다면 안전성은 비슷하다”면서 “로브처분장을 운영해본 경험에 비춰볼 때 천층방식이 경제적으로 더 싸고 폐기물을 향후 관찰하기 편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처하기 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향후 30~100년이 지나 폐기물 처리기술이 발달했을 때 천층방식은 폐기물을 쉽게 꺼낼 수 있지만 동굴방식은 그렇게 하기 어렵다”면서 “동굴방식처럼 땅속 깊은 곳에 폐기물을 넣을수록 방사성 차폐 효과는 더 높다. 하지만 경주나 로브처럼 중저준위 물질에 대한 차폐 효과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로브 방폐장 역시 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설립됐다. 달마뉴 시장은 “1984년 로브방폐장 사업이 시작될 당시에는 주민 95%가 반대했지만, 지난해 조사를 보면 주민 70%가 찬성하고 있다”면서 “지방자치단체가 방폐장사업자에게 안전성 조사를 맡기지 않고 주민들이 직접 실험실을 운영해 방사선량을 측정해 감시할 수 있도록 하면서 신뢰를 얻었다”고 말했다.

토레스 센터장은 “주민을 설득할 때 가장 어려웠던 게 난해한 기술을 이해시키는 것이었다. 우리는 방식을 바꿔 이해시키기보다 그냥 모든 것을 투명하게 보여주기로 했다”면서 “매 분기 신문을 발행하고 인터넷과 페이스북으로 방폐장 뉴스를 수시로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로브처분장은 현재 공기, 물, 식물, 우유 등 1700개 항목에서 정기적인 환경시료를 채취해 조사·분석한다. 방사선조사는 일, 주, 월간, 분기 단위로 이뤄지고 이에 대한 정보를 모두 공개하고 있다.



박상주 이코노미스트 기자 sa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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