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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주목받는 미국 와인 - 브르고뉴 넘보는 오리건 피노 누아

[Business] 주목받는 미국 와인 - 브르고뉴 넘보는 오리건 피노 누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3월 15일 발효되면서 가장 눈길을 끄는 품목이 바로 와인이다. 미국산 수입 와인에 붙던 관세 15%가 즉시 철폐되기 때문에 국내 와인업계가 들떠 있다. 국내에서 한동안 시들했던 와인 열풍이 다시 불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와인 시장은 프랑스·칠레·이탈리아가 70%의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3강 체제를 구축해왔다. 반면 미국산 와인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10% 정도로 4위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한·미 FTA로 미국산 와인 가격이 떨어짐에 따라 올 하반기엔 이탈리아산 와인을 제치고 미국산이 3위로 등극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내 와인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산 와인이 3만~5만원대에서 경쟁력이 뛰어난 편”이라며 “FTA 발효로 가격 인하 효과를 바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와인 수입사들은 미국산 와인 가격을 10%가량 내렸다. 금양인터내셔날은 미국산 와인 가격을 한·미 FTA 발효일인 3월 15일에 맞춰 평균 10% 내렸다. 값이 내린 와인 중에는 매년 국내에서 10만 병 넘게 팔리는 ‘칼로 로시’도 포함됐다. 신동와인도 이 회사가 수입하는 미국산 와인의 가격을 10∼14% 내리면서 지난해 15만 병이 팔린 인기 와인 ‘로버트 몬다비’의 올해 판매 목표량을 20만 병 이상으로 늘려 잡았다. 나라셀라는 3월 초부터 미국산 와인을 30%가량 할인하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들도 한·미 FTA 발효에 따른 ‘와인 특수’를 기대하며 할인행사에 나섰다. 이마트는 3월 15일부터 미국산 와인 80여종을 15%에서 최대 40% 할인판매하고 있다. 특히 미국산 와인인 ‘아포틱 레드(355㎖)’를 반값 수준인 1만7500원에 판매한다. 롯데마트도 3월 28일까지 미국산 인기 와인 50여개 품목을 최대 40%가량 저렴하게 판매하는 행사를 기획하면서 물량을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준비했다. 홈플러스도 3월 28일까지 미국산 와인 18종을 최대 40% 할인 판매한다.



가격 대비 품질 좋은 워싱턴 와인그렇다면 미국산 와인 중 어떤 와인들이 주목 받을까. 미국 와인 하면 대부분 캘리포니아의 값비싼 나파밸리 레드 와인만 떠올리기가 쉽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난 미국산 와인이 널려 있다. 와인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맛볼만한 와인을 골라봤다.

미국 서북단에 위치한 워싱턴주는 한국인에게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DC와 헷갈릴 정도로 인지도가 낮다. 하지만 와인 애호가들에겐 그 어떤 곳보다 친숙한 곳이다. 캘리포니아와 함께 미국 와인 산업의 쌍두마차로, 가격에 비해 품질 좋은 와인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실제 인터넷 동호회에서 가격 대비 뛰어난 와인을 고르는 설문 조사에선 항상 톱3에서 빠지지 않는다.

워싱턴주가 와인 산지로 각광받는 것은 남다른 기후가 빚은 다양한 토양 덕택이다. 만년설로 뒤덮인 캐스케이드 산맥부터 남미를 연상시키는 광활한 초원, 거대한 컬럼비아 강을 낀 용암지대에 이르기까지 와인 재배의 폭이 넓다. 워싱턴주에선 샤르도네·리슬링·메를로·카베르네 소비뇽 등 주요 품종은 물론 아르헨티나에서 유명한 말벡, 이탈리아의 대표 품종 산지오베제도 재배된다.

전 세계 기후대를 사바나·몬순·해양성 등 7가지로 구분할 때 워싱턴주에선 이 중 6가지를 만날 수 있을 정도. 고급 와인의 필수조건인 큰 일교차도 특징이다. 여름철 한낮엔 35도를 오르내리지만 저녁이 되면 15도로 기온이 뚝 떨어진다. 메마르고 추운 겨울을 통해 각종 포도병균도 살아남지 못한다. 주한 미국대사관 농업무역관의 오상용 상무관은 “워싱턴주의 경우 아직은 역사가 짧지만 와인 생산에 적합한 기후와 토양, 그리고 와인 생산자들의 실험정신을 통해 갈수록 좋은 와인들이 생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주를 대표하는 와인은 생미셸 그룹이 만드는 샤토 생미셸과 컬럼비아 크레스트다. 모두 대량 생산되는 와인들이지만 품질에 대한 명성이 높다. 컬럼비아 크레스트는 연간 판매량이 170만 케이스로 미국 내에선 단일 브랜드로 가장 많이 팔리는 와인으로 꼽힌다. 품질에 대한 명성도 높다. 컬럼비아 크레스트의 ‘컬럼비아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의 경우 2010년 미국 와인스펙테이터가 뽑은 올해의 와인 1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세계적 와인 평론가들로부터 90점 이상을 받은 2만~3만원대 와인도 수두룩하다.

샤토 생미셸도 1년에 160만 케이스씩 팔려 나갈 정도로 인기다. 와인 애호가로 유명한 이원복 덕성여대 교수가 샤토 생미셸의 열렬한 팬이다. 이 교수는 “한마디로 가격 대비 최고의 와인”이라며 “캐나다에 살 때는 아내와 함께 박스로 사다 마셨다”고 말했다. 최근 FTA 발효를 맞아 5만원대인 샤또 생 미셸 콜럼비아 밸리 메를로를 3만6000원으로 할인해 팔고 있다.



과감한 투자와 전통 양조방식의 조화프랑스 부르고뉴와 비슷한 위도(45도)와 기후를 자랑하는 오리건은 가격 대비 뛰어난 피노 누아 생산지로 각광받는다. 실제 오리건을 방문해 보면 경사진 언덕에 위치한 포도밭, 하루 사이 초가을과 한여름 날씨를 오가는 큰 일교차, 붉은색을 띤 점토질 등이 부르고뉴와 꼭 닮은꼴이다. 오리건주 크리스톰 와인의 존 다나 이사는 “화산 지형과 해안 지형으로 나뉘는 오리건 포도밭들은 토양에 미네랄이나 철분이 많아 와인의 산미가 높고 복합적인 풍미가 있다”며 “부르고뉴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와인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오리건 와인에선 미국인들의 혁신과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오리건 양조장 오너들은 대부분 순수 와인 애호가들로 제약회사 최고경영자(CEO)에서부터 엔지니어, 항공기 조종사 등에 이르기까지 본업을 따로 가지고 있다. 이들은 비용에 구애 받지 않고 최고의 와인만을 추구한다. 재력을 바탕으로 최신식 설비 투자에 돈을 아끼지 않지만 양조 방식은 부르고뉴 전통을 따른다. 오리건 와인의 명성을 세계에 알린 도멘 시린(Serene)이 좋은 예다. 제약회사를 운영하던 그레이스와 켄 이븐스태드 부부가 조성한 이 양조장은 유기농 재배를 하면서 수확량을 조절해 집중력이 높은 와인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회사가 내놓은 이븐스태드 와인(사진)의 경우 현지 전문가들을 상대로 한 시음회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는 로마네 콩티보다 높은 점수를 받아 화제가 됐다.



비싼 값 하는 컬트 와인여유가 있다면 평소 만나기 힘든 미국 컬트 와인에 눈을 돌려보자. 컬트와인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되는 와인으로 수집가들에게 표적이 되는 와인을 말한다.

스크리밍 이글, 할란 이스테이트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엔 가격대가 낮아지면서 더 다양한 컬트 와인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한·미 FTA 발효를 맞아 미국 컬트 와인들도 한정 수량이지만 할인 판매하고 있다. 대표적인 와인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칠순잔치 답례선물로 화제가 됐던 피터 마이클 벨코트 샤도네이. 정상 소비자 가격은 29만원이지만 지금은 20만3000원에 선보이고 있다. 미국 10대 컬트 와인 쉐이퍼 힐사이드 셀렉트 카베르네 소비뇽은 48만원(정상 소비자가 65만원)에 구매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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