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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um] 기업경쟁력도 양극화 심화 - 5대 기업이 국내 R&D 투자 40% 차지

[Forum] 기업경쟁력도 양극화 심화 - 5대 기업이 국내 R&D 투자 40% 차지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과 내수기업, 제조업과 서비스업, 기업과 가계 양극화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 간에도 양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3월 20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최로 열린 ‘한국경제의 재조명-양극화로 치닫는 기업경쟁력’ 토론회에서다. 이날 발제에 나선 김주훈 KDI 부원장(발제문은 우천식 KDI 선임연구위원이 작성했지만 개인 사정으로 김 부원장이 발표했다)은 “외환위기 이후 본격 진행된 양극화가 최근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어 전방위로 확산하고 심화됐다”고 말했다. 김 부원장은 “대기업 그룹 내에서도 격차가 벌어지는 분기점에 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양극화는 성장률 둔화와 함께 국정 최대 현안 과제로 떠올랐다”며 “성장 잠재력은 물론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토론자로 나온 장석인 산업연구원 산업경제연구센터 소장은 “지난 정부에서 중장기 과제로 제기한 양극화 해소 정책을 현 정부가 사실상 내팽개치면서 양극화가 더 심화됐다”며 “양극화는 진보, 보수의 문제가 아니며 정권이 바뀐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발제문과 토론 내용을 정리했다.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원장



사람 지원으로 정책 전환해야”2004~2005년 정부는 다수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특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양극화의 실태, 원인, 정책적 대응방향을 종합 검토했다. 양극화는 경기회복만으로는 해소될 수 없는 우리 산업·기업의 구조적 문제라는 것이 당시 연구 결과였다. 또한 산업·기업 간 성과 격차가 소득·고용 격차로 이어지고, 인적자원과 연구개발(R&D) 등 혁신기반의 격차로 연결돼 다시 산업·기업 간 격차가 더 벌어지는 양극화의 악순환 구조가 형성된 것으로 관측됐다.

실제로 2000년 대 중반 이후 산업·업종·기업규모별 양극화는 심화됐다. 특히 제조업·서비스업을 막론하고 각 집단 내 개별 주체 간에도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기업 그룹 내에서도 소수 대기업은 글로벌 기업으로 약진하고, 섬유·음식료 등 생활 관련형 경공업체는 경영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서비스업에서 선도 대형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늘고, 국내 중소업체는 과잉 경쟁 속에 수익률이 악화됐다. 특히 경쟁력이 낮은 제조업 분야 인력이 퇴출당하면서 대거 생계형 서비스 업종으로 진입해 소매·숙박·음식업 등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제조업 내에서도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에 노동생산성과 1인당 급여액 등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또한 대기업 부문과 중소기업 부문 각각에서 생산성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박사급 연구원 중 50%가 상위 20개 기업으로 몰리고, 국내 R&D 투자액 중 상위 5대 기업이 40%를 차지하는 등 대기업 내에서도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업이익률이나 차입금 의존도 등을 살펴보면 서비스업과 제조업 격차가 2000년 대 중반 이후 더 벌어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양극화 현상은 급변하는 대내외 경제환경, 국내 산업·고용구조의 취약성, 정부의 부적절한 정책 대응 등이 복합돼 발생했다. 앞으로도 지속되고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산업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핵심 부품소재 산업이 취약하고, 전체 취업자의 28%를 차지하는 과다한 영세자영업자 문제가 심각하다. 허리가 취약하다 보니 IT(정보기술), 자동차 등 소수 대기업이 주도하는 고생산 수출업종의 혁혁한 사업성과가 국내 수요 창출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는다. 또한 서비스업을 키우려면 전문화·대형화·기업화해야 하지만 저학력·저숙련·저자산 자영업자들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혀 정책 추진 역시 쉽지 않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 취약부문을 보호하는 단순한 사업보전성 정책은 한계가 있다. 이는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고, 성장과 분배의 악순환 고리를 고착화해 빈곤계층을 양산할 위험이 크다. 개방과 경쟁, 구조조정 촉진 등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정책 역시 한계가 있다. 사회안전망이 취약해 과도기적으로 고용불안 계층이 증가해 분배구조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선도부문과 낙후부문의 동반성장 전략이 필요하다.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과 첨단산업 성과는 극대화하고,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등 경쟁 취약계층은 자생적으로 대응능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핵심적인 생산요소인 사람들의 대응능력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기업에 대한 지원에서 사람에 대한 지원으로 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서비스업 구조개선을 위해서는 업종간 융합이나 신사업 창출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제거하고 정책을 신속하게 결정해야 한다. 또한 교육·의료 등 지식서비스 시장 개방을 확대해 고급서비스의 국내소비를 유도하고, 제조업의 강점을 살려 기업지원서비스의 성장 촉진을 유도해야 한다. 영세서비스 업종 인력을 고성장·고생산성 업종으로 흡수할 수 있는 정책 마련도 중요하다.

중소기업 고도화를 위해서는 융자보다는 투자 중심의 지원으로 전환하고, 기술인력 채용 보조금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 또한 부품소재 중소기업을 집중 지원해야 한다. 대·중소기업 협력 강화를 위해 공동기술개발, 협력투자, 기술지도에 대한 세제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불공정 하도급 거래업체에는 정부조달 사업 참여를 제한하고 명단을 공개하는 적극적인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불특정 다수에 배포되는 중소기업 정책으로 퇴출당해야 마땅한 중소기업이 연명하는 것도 문제다. 한계기업은 퇴출하고, 퇴출 인력이 고성장 기업으로 재편입할 수 있는 슬기로운 중소기업 지원 정책이 요구된다. R&D 지원 체제를 개선해 지원 후에는 성과가 시장에서 판명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부품소재 분야 해외직접투자(FDI) 유치노력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산업경제연구센터 소장



사회통합 저해 수준으로 양극화 확산”


양극화 문제는 진보·보수정권에 상관없이 우리 사회와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다. 2004~2005년 이 문제를 다룰 때만 해도 양극화 정도가 심각하지는 않았다. 다만, 신자유주의 정책과 지식기반 산업 확대, 중국의 부상 등으로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는 예상은 했다. 하지만 직전 정부가 양극화 해소를 위해 총동원한 정책은 이번 정부에서 후속조치 없이 사실상 내팽개치면서 양극화는 더 심화됐다. 이제는 양극화가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수준까지 왔다. 그렇다고 이분법적 구도로 대기업 팔을 비틀고 협력지수 같은 것 만들어 압박한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정부가 규제와 강압으로 나가면 선도 부문은 정권이 바뀌거나 규제가 약해질 때를 기다려 편법을 마련할 것이다. 건강하고 경쟁력 있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기업에 무조건 책임을 부과하기보다는 대기업이 스스로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이끌어가고, 신사업을 발굴하고 정부의 R&D 지원과 연계해 인력을 대대적으로 키우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제안한다.



전수봉 대한상공회의소 조사1본부장



중견기업·중산층에 신경 써야”

양극화는 두 개의 무엇인가가 반대되는 쪽으로 멀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양극화는 중간 영역이 없는 극단적인 용어다. 양극화에 집중하면 ‘중간’에 소홀할 수 있다. 기업으로 치면 중견기업, 국민계층으로 보면 중산층이 중간 영역이다. 경제·사회적 격차가 커지고 불균등이 심화할 때 양극화가 강조되면, 재분배를 통해 문제를 풀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인플레이션 문제도 함께 다뤄져야 한다. 인플레이션은 소리 없이 병을 키우는 경제질병이다. 양극화가 부각된 시점을 보면, 외환위기 이후와 글로벌 금융·재정위기 직후다. 모두 유동성이 풀리면서 물가가 올랐다. 대내외적으로 인플레이션 촉진 요인이 많은 만큼 물가관리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양극화 현상은 시장 실패기도 하지만, 정책 실패도 적지 않다. 정책을 펼 때 부작용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계에 달한 중소기업을 계속 지원하는 것 역시 정책 실패 사례다. 또한 자영업자 전직 훈련과 관련해, 그들을 재교육해 고직능으로 재취업 시킬 수 있는 가능성은 상당히 작다고 본다.



주영환 기획재정부 차관보



공생발전으로 양극화 악순환 벗어나야”양극화의 악순환 고리를 어떻게 끊느냐는 결국 동반성장, 공생발전에서 찾아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필요에 의해 건전한 경제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대·중소기업이 동등한 파트너로 역할을 정립될 수 있도록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 아울러 중소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

중소기업이 중견으로 성장하고, 대기업으로 클 수 있는 유인과 경쟁 조건을 어떻게 만들어 주느냐도 고민거리다. 중소기업 정책 역시 R&D나 자금 지원 못지 않게 시장을 창출해 줄 있는 정책을 병행하겠다. 정부가 범부처적인 차원에서 체계적이고 적확한 서비스 정책을 펴려면, 서비스산업발전법 제정이 필요하다.

양극화는 구조적인 문제다. 당장 눈에 띄게 격차를 줄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어렵다. 격차 확대를 줄여나가는 노력을 견지해 나가겠다.



최영희 한국생산성본부 연구기획단 팀장



대기업의 보복방지 대책 마련해야”

2008년 노동생산성을 100으로 봤을 때 2011년 현재 제조업은 122, 서비스업은 108이다. 기업 규모로 보면 대기업은 118, 중소기업은 110이다. 물론 대기업끼리도 노동생산성 격차가 크다. 공장 가동률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5%포인트 정도 차이 나고, 대기업 중소기업은 10% 포인트이상 차이 난다. 국내 중소기업의 35%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한다. 이런 격차는 불공정 거래 문제, 기업가 정신 약화 등 여러 이유가 있다고 본다. 대·중소기업 사이의 전문 중견기업을 육성하는 데 정책을 집중했으면 한다. 또한 대기업이 책임감을 갖고 1~3차 협력사에 기술지원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불공정 거래를 중소기업이 고발했을 때 대기업이 보복하는 걸 막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히 과징금 매기고, 개선 명령할 게 아니라 포괄적 심의 조사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우선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지원 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 또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김형만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



인력 격차 해소 위해 학습복지 검토해야”

양극화 해소를 위해 학습복지 개념을 고려해 봐야 한다. 사회통합으로 가기 위해 중요한 수단이다. 그냥 돈을 쓰는 복지가 아니라, 일을 하면서 능력을 기를 수 있는 복지가 중요하다. 정규교육 과정에서 직업과 진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학사 졸업자 중 50%는 전공과 상관없는 일을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진로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 성인에 대한 재교육 인프라도 너무 취약하다. 각 정부부처에 산재돼 있는 프로그램을 조정해야 한다. 또한 일자리를 유지하면서 전직 훈련을 받을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지역거점 학습 프로그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산업계와 학교, 지자체가 공동 프로그램을 운영해 고직능 인력을 육성하는 것이다. 양극화된 인적자원 투자 문제를 개선하고 양극화 고리를 끊는 전략이 될 것이다.



김태윤 이코노미스트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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