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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각광 받는 스트레스 비즈니스
멘탈 피트니스부터 심리카페까지 다양

[Business] 각광 받는 스트레스 비즈니스
멘탈 피트니스부터 심리카페까지 다양

# 대기업에 근무하는 이기영(38)씨는 올해 초 과장으로 승진했다. 그러나 2개월 만에 사람이 달라졌다. 평소 자상하고 너그럽던 사람이 매사에 짜증을 부리고 노골적으로 부하 직원을 불신하기 시작했다. 건강도 눈에 띄게 나빠졌다. 끊었던 담배도 다시 피우고 수시로 각종 알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정신과 전문의도 찾았다. 승진 압박감에서 생긴 스트레스에 따른 우울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 중견기업의 팀장인 김진균(48)씨는 늘 피로감을 달고 살았다. 주말이면 종일 잠을 자곤 했다. 하지만 월요일 출근길부터 무기력증이 반복됐고 목과 어깨가 뻐근하고 온몸에 통증을 느끼는 일도 많았다. 평일에는 극심한 피로감에 낮에도 몽롱한 상태로 지내야 했다. 간 기능이 약해졌거나 몸에 큰 병이 온 게 아닌가 고민하던 김씨는 병원을 찾았다. 간기능 검사를 비롯한 각종 검진에도 별다른 이상소견을 찾지 못했다. 병원에서 정신과 클리닉을 추천해 전문의와 상담한 결과 신체적 피로와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발생하는 ‘만성피로증후군’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출근하면 우울해지는 직장인 74%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의 87%가 직무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직무 스트레스로 무기력증, 소화기 질환 등 정신적·육체적인 이상을 경험했고 출근만 하면 우울해지는 ‘회사 우울증’을 경험한 직장인도 74.4%에 달했다.

이런 사람을 겨냥한 ‘스트레스 비즈니스’가 뜨고 있다. 헬스케어, 명상, 에스테틱(Aesthetic)은 대표적인 스트레스 비지니스로 커지고 있다. 특히 피부관리와 스파로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에스테틱 시장 규모는 1조원(2010년 기준)을 넘어섰다. 과거 에스테틱은 미용이라는 개념에만 초점을 맞췄지만 지금은 휴식과 치료 등으로 의미가 확장됐다. 실제로 혈액순환과 림프순환을 촉진시켜 신체의 리발란스와 독소를 배출하는 정화작용을 통해 스트레스를 푸는데 큰 도움이 된다. 창업몰 경제연구소 CERI 관계자는 “에스테틱 산업은 세계적 트렌드인 웰빙과 자연주의, 스트레스 해소에 대한 현대인의 욕구가 증가하면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모레피시픽 한방브랜드 ‘한율’의 에스테틱숍 ‘정’ 명동점. 2008년 문을 연 ‘정’은 한방이라는 동양적 요소와 에스테틱이라는 현대적 요소를 가미하면서 20~50대 여성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정 명동점 관계자는 “현재의 컨디션과 평소 느낀 건강상의 문제를 짚어주고, 솔루션을 제시하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스파와 피부관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30~50대 남성도 늘고 있다. 그랜드 하얏트호텔의 ‘더 스파’ 이용객 2명 중 1명은 남성이다. 남성 고객이 점차 증가하면서 4:6이었던 남녀 비율이 5:5로 바뀌었다. 특히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은 ‘CEO를 위한 최고급 안티에이징 트리트먼트’. 가격은 65만원으로 4시간 30분짜리 프로그램이다. 1차로 두피 스케일링을 통해 두피 마사지를 제공한 다음, 2차로 프랑스 온천염을 이용한 유럽 정통 온천욕을 진행한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묵은 각질을 제거하고 마사지로 근육을 풀어줬다면 마지막으로 7가지 안티에이징 성분을 통해 얼굴 안색을 정화시켜준다. 중견기업 CEO인 홍인호(48)씨는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가끔 주말에 와서 이용한다”며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목과 어깨 통증이 있는데 강한 지압으로 마사지하면서 스트레스도 풀 수 있어 매우 좋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멘탈 피트니스 등과 같은 전문적인 스트레스 비즈니스가 각광받고 있다. 꼭 정신과를 찾지 않더라도 다양한 수단을 동원한 심리치료가 등장해 누구나 쉽게 자신의 마음상태를 정비할 수 있게 됐다. 유비쿼터스(u)-케어 발달로 정보기술(IT)을 활용한 보건의료기술(HT)도 진화해 스트레스 관리가 더욱 쉬워지고 있다. 국내 의료기기 전문업체인 락싸는 개인별 스트레스 진단과 바이오 피드백 훈련을 위한 토털 솔루션 상품을 선보였다. 바이오 피드백은 몸에 감지기를 붙이고 근육 긴장도, 혈압, 심박동수, 뇌파 등에 따라 달라지는 생리 신호를 환자가 컴퓨터 화면을 통해 직접 관찰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환자는 이를 통해 심박동수와 호흡의 리듬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일종의 ‘마음 다스리기’를 할 수 있다.

병원을 찾지 않더라도 심리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 서울 서교동에 위치한 심리치유카페 ‘멘토’. 테이블이 있고 바가 있고 커피와 차를 만드는 메이커가 있고 공간 끝에는 흡연실이 마련돼 있다. 지하에는 상담실과 세미나실과 휴게실이 있다. 심리 상담을 받고 싶다면 누구나 들어가서 차 한 잔 시켜놓고 스태프에게 요청하면 된다. 부담 없이 편하게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상담 스태프가 상담을 하다 손님이 들어오면 안내도 하고 차도 만들어 준다. 서울 신사동 주택가에 위치한 ‘홀가분’에서도 심리상태를 알아볼 수 있다. 카페는 1층과 지하 1층으로 이뤄져 있다. 돌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면 기분지수를 체크하는 컴퓨터와 마주하게 된다. 컴퓨터는 ‘오늘의 기분지수’와 ‘스트레스지수’를 체크해준다. 테스트를 실시하면 스트레스 요소와 정서 상태, 발현 패턴을 과학적으로 분석해준다. 이곳의 노미선 매니저는 “심리치료를 받기 전 단계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며 “매일매일 운동을 하듯 가벼운 마음으로 이곳을 활용한다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집에서도 손 쉽게 마음 다스려스트레스를 줄이거나 해소하는 제품은 시중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입욕제 제품인 ‘더허브스토리 바블바스’는 천연 허브 추출물과 과일 추출물이 함유돼 입욕하는 동안 풍부한 거품과 은은한 천연향이 아로마테라피 효과를 낸다. 내추럴 스킨케어 브랜드 아비노는 스트레스 해소를 테마로 한 ‘스트레스 릴리즈 바디 워시’와 ‘스트레스 릴리프 모이스춰라이징 로션’을 판매하고 있다. 김정문알로에는 알로에와 허브 복합체 성분이 함유돼 머리를 감으며 아로마테라피 효과를 볼 수 있는 ‘아로마 내츄럴 허브 샴푸’와 ‘아로마 내츄럴 허브 트리트먼트’를 선보였다. 아로마 브랜드 아로마리즈는 가습기에 아로마 에센셜 오일을 발향할 수 있는 기능을 더한 ‘발향 전용 미니 가습기’도 내놨다. 탈모와 두피관리를 위한 제품도 많다. 다모생화건강의 ‘스트레스싹’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두피와 목 뒤에 뿌려주면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승철 수석연구원은 “스트레스는 개인별 평생관리 대상”이라며 “연령별, 성별, 직업별로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는 상품의 개발과 기획, 마케팅에 이르는 관련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성희 이코노미스트 기자 bob28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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