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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김환영의 아포리즘 경영학 (14) 관계 - 삶은 끝나도 관계는 끝나지 않는다

[Management] 김환영의 아포리즘 경영학 (14) 관계 - 삶은 끝나도 관계는 끝나지 않는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거미줄처럼 얽힌 관계의 그물 속에서 산다. 관계 중에서도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를 인연(因緣)이라고 한다. 인연은 질기다. 인연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이용가치가 없으면 관계가 아예 형성되지 않거나 종결될 수 있을까. 영국 태생의 미국 시인·저술가인 W H 오든(1907~1973)은 그렇다고 봤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인간 관계의 대부분은 상호 착취나 지적·신체적 물물교환의 형태로 시작한다. 관계는 대부분 그런 형태로 유지되다가 한 쪽이나 양쪽 모두 줄 게 없으면 종결된다(Almost all our relationships begin and most of them continue as forms of mutual exploitation, a mental or physical barter, to be terminated when one or both parties run out of goods).”

죽은 사람은 줄 게 없을 것 같다. 한 쪽이 죽으면 관계도 끝인가. 그렇지 않다. 적어도 살아 있는 사람의 마음 속에선 관계가 영원하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Tuesdays with Morrie)』의 주인공인 미국 사회학자 모리 슈워츠(1916~1995)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죽음으로 삶은 끝나지만 관계는 끝나지 않는다(Death ends a life, not a relationship).” 우리 생활을 돌아봐도 죽음으로 관계가 끝나는 게 아니다. 조상에게 제사를 지낸다. 조상은 꿈에서 나타나 복권 번호를 가르쳐 주기도 한다.

세상을 떠난 다음에도 받을 게 있고 줄 게 있다. 산 사람은 더욱 줄 게 많다. 우선 사랑과 존경을 줄 수 있다. 미국 배우 조디 포스터는 “사랑과 존중은 양육을 포함해 모든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측면이다(Love and respect are the most important aspects of parenting, and of all relationships)”라고 주장했다.



모든 관계의 ‘감초’는 사랑사랑은 모든 관계의 핵심에 자리잡은 ‘약방에 감초’다. 영국 축구선수 닉 리처드슨의 말처럼 “어떤 관계에서 이기심을 전부 덜어내면 사랑이 남는다(Love is what is left in a relationship after all the selfishness is taken out).”

좋은 관계를 위해선 충실한 내 모습을 줘야 한다. 부처는 이렇게 말한다. “건강은 최고의 선물, 만족은 최고의 재산, 충실함은 최고의 관계다(Health is the greatest gift, contentment the greatest wealth, faithfulness the best relationship).”

겸손한 내 모습도 줄 수 있다.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은 이렇게 말했다. “겸손은 윗사람에게는 의무, 나와 동등한 사람에게는 예의, 아랫사람에게는 기품이다(To be humble to superiors is duty, to equals, courtesy, to inferiors, nobleness).”

사람마다 어려움을 겪는 관계의 분야가 다르다. 미국의 가수 존 바에즈는 이렇게 말했다. “내게 가장 쉬운 관계는 1만명과 맺는 관계다. 가장 어려운 관계는 1대1 관계다(The easiest kind of relationship for me is with ten thousand people. The hardest is with one).”

윗사람-아랫사람 관계만큼 어려운 것은 없다. ‘답지 않음’이 한 원인이다. 사장답지 않은 사장, 신입사원답지 않은 신입 사원이 있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말했다.

“사람들을 그들이 응당 갖춰야 할 모습을 이미 갖춘 것처럼 대접하라. 그렇게 하는 것은 그들이 될 수 있는 존재가 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Treat people as if they were what they ought to be, and you help them to become what they are capable of being).” 부장답지 않은 부장도 부장으로 대하면 실제로 부장답게 된다는 이야기다.

아랫사람이나 윗사람이 ‘이상하게’ 보이기 때문에 관계를 유지하는 게 싫은 경우가 있다. 남들에게 이상하게 보이면 왕따가 될 수도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미국 코미디언 조 앤시스는 누구나 다 비정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정상적인 사람은 여러분들이 잘 모르는 사람들 외에는 없다(The only normal people are the ones you don’t know very well).”

나를 무시하기 때문에, 나로 하여금 열등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에 관계가 껄끄러워질 수 있다. 그런 경우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부인인 엘리너 루스벨트(1884~1962)가 한 다음과 같은 말을 참조할 만하다. “여러분의 동의 없이 여러분이 열등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No one can make you feel inferior without your consent).”

주는 것 없이 미운 사람이 있다. 아일랜드 작가 오스카 와일드(1854~1900)의 말처럼 “미움은 사랑과 마찬가지로 맹목적이다(Hatred is blind, as well as love).” 그런 경우에는 차라리 서로의 이용가치를 생각하는 게 낫다. 맹목적으로 미워하지 말고 주고 받을 게 있으면 주고 받아야 한다.



조직은 서로 좋아해야 하는 곳연인이나 부부 사이에서도 그렇지만 직장 내에서도 사랑과 미움이 교차하며 사이클을 그릴 수 있다. 그래도 걱정하거나 근심할 필요 없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주앙도(1888~1979)는 말했다. “어떤 사람에 대해 진정으로 알려면 번갈아 그를 사랑도 해보고 미워도 해봐야 한다(To really know someone is to have loved and hated in turn).”

사람은 조직 생활과 개인 생활을 넘나들 때 자유자재로 감정의 스위치를 끄고 켤 수 없다. 그렇게 할 수 있는 훈련과 배려가 필요하다. “우리는 무엇 무엇 ‘때문에’ 좋아하지만 무엇 무엇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We like someone because. We love someone although).” 프랑스 작가 앙리 드 몽테를랑(1895~1972)이 한 말이다. 그런데 조직은 무엇 무엇에도 불구하고 멤버들이 서로 사랑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서로 좋아해야 하는 곳이다.

미국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는 “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가 미워할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에 대해선 무관심하다(Those whom we can love, we can hate; to others we are indifferent).” 공동체는 무관심 또한 허용할 수 없다.

『어린왕자』의 작가 앙트완 드 생 텍쥐페리(1900~1944)는 “인간 관계를 빼면 그 어떤 즐거움의 희망도 없다(There is no hope of joy except in human relations)”라고 했다. 나라의 발전, 지역 공동체의 번영, 회사의 번창도 결국 인간 관계 속에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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