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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온라인서 고객 모아 오프라인판매

[World] 온라인서 고객 모아 오프라인판매

일본의 화장품 회사들은 장기간 침체에 빠져있다. 영업 여건이 갈수록 나빠지면서 실적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거대 화장품 회사가 마침내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시세이도다. 시세이도는 인터넷 시장 진출을 발표한 지 1년 만인 올 4월 모든 준비를 마치고 승부에 뛰어들었다.

시세이도는 4월 초 여성 미용·건강 정보 사이트 ‘뷰티앤코(Beauty&Co)’를 출시한 데 이어 4월 21일 화장품 통신판매 기능을 갖춘 ‘와타시플러스(watashi+)’ 서비스를 시작했다. 뷰티앤코는 일본 최대의 여행사인 JTB(일본교통공사), 파나소닉뷰티, 강담사(출판사) 등 대기업과 제휴를 맺고 저널리스트나 편집자 등 각 분야의 전문가로부터 상품·미용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여기까지는 그리 특별할 것 없는 마케팅 방식이다. 하지만 와타시플러스는 다르다. 시세이도는 와타시플러스를 통해 2600여 개의 자사 제품을 인터넷에서 판매한다. 차트나 일러스트, 동영상을 활용하면 전문 상담원으로부터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위치나 취급상품 등 원하는 조건에 맞춰 화장품 판매 점포를 검색하거나,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상담 예약도 가능하다.



드럭 스토어 밀리며 오프라인 판매 주춤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고객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유도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시세이도가 처음이다. 시세이도는 인터넷 상담 서비스 개시에 맞춰 콜 센터를 설치해 약 40명의 미용 상담원을 배치했다. 고객의 요청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코세(kose)나 가네보(kanebo) 등 다른 회사와의 제휴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시세이도에게 인터넷 시장 진출은 힘든 결정이었다. 그럼에도 결심을 굳힐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1923년 자체적으로 구축한 ‘체인스토어 제도’에 한계가 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체인스토어는 계약을 맺은 전문점에 자사의 상품을 도매하는 동시에 전문점에서 판촉물과 미용 상담 등을 제공하는 제도다. 이 전략은 일본 전국에 지역 밀착형 판매망을 구축해 고도 경제 성장 하에서 시세이도가 좋은 실적을 거두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1997년 생산자와 도소매업자가 상품의 도소매가격을 계약을 통해 결정하는 재판매 가격유지제도가 폐지되면서 타격을 입었다. 정가 판매를 의무화하는 가격유지제도가 사라지면서 화장품 시장의 가격 경쟁이 격화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10년간 저가 상품을 대량으로 취급하는 드럭 스토어(Drug Store: 일반의약품을 중심으로 건강·미용상품이나 일용품, 신선식품 이외 식품을 판매하는 소매 유통업체로 우리나라에는 올리브영, GS왓슨스 등이 대표적이다)가 존재감을 확대하면서 기존 화장품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화장품 인터넷 판매가 일반화되면서 닥터시라보(Dr.Ci:Labo) 등 통신 판매를 주축으로 하는 화장품 메이커들의 강세도 부담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1990년대 시세이도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했던 화장품 전문점 매출은 25%까지 줄어들었다. 매출액은 2011년 3월 기준으로 3828억엔을 기록했는데 10년 새 1300억엔 가까이 감소했다. 시세이도의 화장품사업부 다카모리 타츠오미 상무 역시 “전문점을 축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계속 유지하는 사이 시세이도의 애용자들이 조금씩 감소했다”고 인정한다.

동종 업계 타사들이 차례차례 인터넷 판매를 개시하는 가운데 시세이도 역시 전문점 판매를 고집해서는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인터넷 판매를 시작하면 ‘거품(중간유통)’이 빠지기 때문에 전문점을 궁지로 몰고 갈 가능성도 있다. 시세이도로서는 전문점과의 공생도 고민해야 했다. 단번에 전문점을 잘라내는 것이 아니라 전국에 퍼져있는 점포망을 어떻게든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 끝에 시세이도는 인터넷을 통해 고객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상품을 판매하는 동시에 고객을 전문점으로 유도할 수 있는 서비스 구축했다.



“대형 판매사이트와 경쟁 쉽지 않을 것”전문점 최후의 보루였던 시세이도가 인터넷 시장에 뛰어든다는 소식에 반발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용객이 점차 고령화 되는 추세에서 전문점 경영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 시세이도로서는 상담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층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전국 화장품 소매협동조합 나카가미 요시로 이사장은 인터넷 판매의 중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향후 5~10년 장기적으로 영업을 계속하려면 ‘잘 모르기 때문에 안 한다’는 마인드로는 안 된다”며 “’와타시플러스’의 점포 검색기능을 보면 알 수 있지만 화장품의 경우 매장 카운셀링을 통해서만 가능한 서비스가 있기 때문에 이 점을 고객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라도 인터넷 시장에 뛰어들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드디어 시세이도가 웹 전략을 시작했지만 “정말 이런 방식으로 괜찮은 건지 의문이 남는다”는 냉정한 견해도 있다. 예를 들면 뷰티앤코에서 이용자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부분은 현행 시세이도 제품뿐이다. 화장품 정보 및 판매 사이트 중 선두를 달리는 ‘앳코스메’의 경우 약 2만 3000개 브랜드, 20만개 상품을 갖추고 있다. 규모 면에서도 크게 뒤떨어지는 상황에서 누가 뷰티앤코를 찾을 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댓글과 같이 메이커 주도가 아닌 인터넷상의 평가기준이 일반화되고 있는 요즘 시세이도 주체의 정보사이트가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받아들여질지 미지수이다.

최대 관건인 인터넷에서 전문점으로의 고객 유도에도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유도는 외식분야에서는 널리 퍼져있으나 화장품 업계의 경우 매장까지 가지 않아도 원하는 상품을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에 같은 방식이 통용되기 쉽지 않다.

시세이도는 사이트 개시에 앞서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정보사이트 ‘오즈몰(OZmall)’에서 약 1년간 매장 카운셀링 예약 실험을 실시했다. 물론 ‘전기대비 10%정도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점포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사이트와 오프라인 매장의 연결성은 ‘검색’과 ‘예약’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카모리 상무는 “앞으로 사이트 상에서 수집한 고객의 희망사항을 분석하고 매장 서비스 향상으로 이어가는 등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비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다. 시세이도가 인터넷 판매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면서 안정적이고 발전 가능한 대안을 내 놓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번역=김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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