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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김환영의 아포리즘 경영학(17) 신뢰

[Management] 김환영의 아포리즘 경영학(17) 신뢰


남을 신뢰해야 나도 신뢰 받아…자유주의는 사람에 대한 신뢰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원제는 ‘Dead Poets Society’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사람들이 시를 읽지 않을 정도로 메말라, 시인들이 ‘죽은’ 삭막한 사회를 연상시키지만 여기서 Society는 사회가 아니라 회(會)·모임·협회·학회·조합·단체·연구회를 의미한다.(‘죽은 시인들’은 지난 여러 세기를 빛낸 쟁쟁한 시인들이다).

이 영화 속에서 고대 로마시인 호라티우스(기원전 65~8)의 시에 나오는 ‘오늘을 잡아라(Seize the day)’라는 뜻인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는 아포리즘이 등장한다. 더 길게는 ‘오늘을 잡아라. 내일에 대한 그 어떤 신뢰도 하지 말라(Seize the day, put no trust in tomorrow)’가 된다.

오늘을 잡지 않고 내일을 잡을 수 없다. 오늘을 잡으려면 오늘을 신뢰해야 한다. 오늘을 신뢰한다는 것은 ‘오늘의 나’를 신뢰하는 것이다. 아일랜드 시인 제인 와일드(1821~1896)는 “자기 신뢰는 성공의 첫째 비결이다(Self-trust is the first secret of success)”라고 주장했다. 미국 수필가 랠프 에머슨(1803~1882)도 “자기 신뢰는 영웅적 자질의 진수다(Self-trust is the essence of heroism)”라고 했다.



직감에 대한 신뢰가 창의성의 원천누구나 자신을 신뢰할 만한 근거가 있다. 초대형 베스트셀러인 『아기와 아동을 돌보기 위한 상식』(1946)으로 유명한 미국의 소아과 의사 벤저민 스폭(1903~1998)은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스스로를 신뢰하라. 여러분은 여러분이 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안다(Trust yourself. You know more than you think you do).”

자기 신뢰는 직감에 대한 신뢰를 낳는다. “직감을 신뢰하라. 직감은 보통 의식 바로 아래 저장된 여러 팩트에서 나오는 것들이다 (Trust your hunches. They’re usually based on facts filed away just below the conscious level).” 미국 심리학자 조이스 브라더스가 한 말이다. “창의성은 신뢰에서 나온다. 직감을 신뢰하라(Creativity comes from trust. Trust your instincts.).” 미국 작가 리타 메이 브라운이 한 말이다.

사랑하고 사랑 받는 것만큼 신뢰하고 신뢰 받는 것도 중요하다. 스코틀랜드 시인 조지 맥도널드(1984~1905)은 이렇게 말했다. “사랑보다 신뢰의 대상이 되는 게 더 큰 영광이다(To be trusted is a greater compliment than to be loved).”

사랑해야 사랑 받는다. 신뢰해야 신뢰 받는다. 영국 총리를 지낸 해럴드 맥밀런(1894~1986)은 이렇게 말했다. “오랜 경험으로 내가 발견한 것은 아무도 신뢰하지 않는 사람은 누구의 신뢰도 받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In long experience I find that a man who trusts nobody is apt to be kind of man nobody trusts).”

누구를 얼마만큼 신뢰할 것인가. 언제 어디서나 모든 사람을 무조건 신뢰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직이 최선의 방책이다(Honesty is the best policy)’를 패러디 해서 ‘신뢰가 최선의 방책이다’라는 말을 만들 수 있다. “잘못을 저지르는 것보다는 남이 저지른 잘못 때문에 고통 받는 게 낫다. 남을 신뢰하지 않는 것보다는 속임을 당하는 게 더 행복할 때가 있다(It is better to suffer wrong than to do it, and happier to be sometimes cheated than not to trust).” 영국 수필가 새뮤얼 존슨(1709~1784)이 한 말이다. 우정에 는 특히 신뢰가 필수적이다. 프랑스 작가 라로슈푸코(1613~1680)는 이렇게 말했다. “친구에게 속는 것보다는 친구를 신뢰하지 않는 게 더 부끄러운 일이다(It is more shameful to mistrust one’s friends than to be deceived by them).”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정직해야 한다. 그러나 신뢰의 범위와 정도는 제한될 수 있다. 셰익스피어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작은 수의 사람만을 신뢰하며 그 누구에게도 잘못을 저지르지 말라(Love all, trust a few, do wrong to none).” 신뢰 거부 대상에 대해 미국 정치인 존 콜린스는 이런 주장을 폈다. “모든 사람에 대해 좋은 말만 하는 사람은 절대 신뢰하지 말라(Never trust a man who speaks well of everybody).” 참조할 만한 가치는 있는 말이다.

미국 장로교 목사 프랭크 크레인(1861~1928)은 이렇게 말했다. “지나친 신뢰 때문에 속임을 당할 수 있으나 불충분한 신뢰는 고통스런 삶을 살게 한다(You may be deceived if you trust too much, but you will live in torment if you do not trust enough).”

지나침도 부족함도 없는 신뢰의 양을 가늠하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호혜성(reciprocity)이다. 호혜성은 조건적이다. 신앙의 영역에서는 조건이 없다. “신앙은 입증되지 않은 것을 믿는 게 아니라 조건 없이 신뢰하는 것이다(Faith is not belief without proof, but trust without reservation.” 미국 신학자 D. 엘턴 트루블러드 (1900~ 1994)가 한 말이다.



신뢰가 최선의 방책이다세상살이에서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커뮤니케이션의 양을 늘리려면 우선 내가 고운 말을 많이 해야 한다. 신뢰 증진도 마찬가지다. 미국 수필가 랠프 에머슨(1803~1882)은 이렇게 말했다. “남들을 신뢰하면 그들도 내게 진실된 존재가 된다. 남을 위대하게 대하면 그들도 위대한 모습을 보여준다(Trust men and they will be true to you; treat them greatly and they will show themselves great).” 미국 정치가 헨리 스팀슨(1867~1950)은 이렇게 말했다. “어떤 사람을 믿을만한 사람으로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그를 신뢰하는 것이다(The only way to make a man trustworthy is to trust him.”

영국 정치가 윌리엄 글래드스턴(1809~1898)에 따르면 보수·진보의 차이는 신뢰에 대한 관점이 차이에서 나온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자유주의는 신중함으로 순화시킨, 사람에 대한 신뢰다. 보수주의는 두려움으로 순화시킨, 사람에 대한 불신이다(Liberalism is trust of the people, tempered by prudence; conservatism, distrust of people, tempered by fear).” 글래드스턴이 말한 신뢰·불신의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 곳은 ‘죽은 신뢰’의 사회나 회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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