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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irement] 책에서 배우는 은퇴의 지혜
‘난 노인인데…’라는 불평이 노화의 신호

[Retirement] 책에서 배우는 은퇴의 지혜
‘난 노인인데…’라는 불평이 노화의 신호

1982년 국내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여러 선수가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하지만 노년이 되어 더욱 빛이 났던 인물로는 단연 김성근 감독을 꼽을 수 있다. 그는 2007년 65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SK 와이번스 구단 감독으로 부임해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프로야구 역사상 빼놓을 수 없는 한 명이 됐다. 70세를 넘어선 지금도 그는 야구장에서 배트를 잡고 하루 반나절 이상 선수들을 지도한다. 청장년 시절과 다를 바 없이 활발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의 이런 열정을 보면서 우리의 노후생활이 앞으로 어떤 모습일지를 생각한다. 노후를 위해 난 지금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연금계산기 몇 번 두드리고는‘이 정도면 노후에 걱정 없겠지’라며 다시 바쁜 일상에 파묻혀 살고 있진 않은가. 은퇴준비는 비단 재무적인 준비만이 전부가 아니다.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지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부터 구상해봐야 한다. 그럼에도 아직 많은 사람이 ‘나이 든다’, ‘늙어 간다’는 말에 거부감을 느끼며 이 당연한 명제를 의식적으로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



나이 들수록 더욱 자립해야일본의 소설가 소노 아야코는 42세가 되던 해인 1972년 『나는 이렇게 늙고 싶다』라는 계로록(戒老錄)을 발간해 당시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당당하고 현실성 있게 자신의 노후를 상상하고 준비하는 그의 자세가 사회적으로 공감대를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이후 그녀는 2010년, 79세의 나이로 『당당하게 늙고 싶다』라는 책을 통해 다시 한번 노년을 준비하는 우리의 불성실한 자세를 경고했다.

작가는 책의 말머리에서부터 ‘어찌하여 노인은 지혜를 잃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고령화 사회를 사는 이 시대의 노인들을 질타하고 있다. “나는 늙었으니 버스에서 당연히 자리를 양보 받아야 하며, 충분히 그런 특권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지 마십시오. 고령은 젊음과 마찬가지로 육체의 상태를 보여 주는 하나의 수치에 불과합니다. 나이 듦은 선(善)도 악(惡)도 아니며, 자격도 지위도 아니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는 ‘해주지 않는다’라는 불평이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바로 정신적 노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인이라고 말한다. 정부와 사회의 적극적인 보호, 지원을 당연하게 여기는 ‘해주세요 심리’가 생기는 순간부터 사람은 늙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가령 ‘내일은 비가 오니 우산을 챙겨야 한다던가 추우니 스웨터를 입어야 한다’는 등 일기예보에서 ‘친절하게’ 알려주는 정보에 의존하지 말라고 한다. 이렇게 소소한 일 하나에서부터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기 시작하면 나이가 들수록 자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누군가가 당연히 해줘야 하는 것으로 여기기 쉽다.

그렇다고 노인의 자립을 핑계 삼아 그동안 베풀던 지원을 축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정부, 사회적 차원의 지원서비스를 건설적으로 발전시키면서 고령사회를 조금 더 생동감 있게 만들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사회는 개인 스스로가 자신의 노후를 미리부터 생각하고 준비할 때만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당당하게 늙기’ 위해서 우리는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할까. 소노 아야코는 고령화 시대를 앞둔 우리 시대의 중장년층과 노년층에게 더 당당하게 나이 들어 갈 것을 요구한다. 진정한 자립과 행복의 주체로 서는 법, 죽을 때까지 일하며 사는 법, 자녀와 잘 지내는 법, 돈 문제로 어려움을 겪지 않고 사는 법, 인생을 즐겁게 보내는 법 등 일상생활에서 실천 가능한 구체적인 노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먼저, 나이가 들어서도 자립하겠다는 다짐을 해야 한다. 체력이 허락하는 한 세탁과 요리는 직접 하는 것이 좋다. 기본적으로 자기 삶에 대해 책임을 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립할 생각이 없는 사람에겐 자율도 없으며, 자율이 없으면 고령화 사회 안에서 사람들 간의 불협화음은 더 커지게 마련이다. 내 일은 아직까지 내 스스로 할 수 있다는 행복, 그 행복을 아는 사람들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그 나이에 어울리는 자신만의 생활 패턴을 찾아내 이를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다음으로 죽을 때까지 일하고 놀고 배워야 한다. “나이에 구애 받지 말고 몸이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생산적인 일을 하세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당신의 기분은 어떠한가. 이 질문에 대한 반응을 보고 그 사람의 정신적 건강상태를 가늠해볼 수 있다고 한다. 당연히 이 말을 듣고 버럭 화를 내는 사람보다는 기분 좋게 듣는 사람의 정신건강이 더 좋을 것이다. 2055년이 되면 일본 인구 2.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이라고 한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 또한 머지않은 미래에 일본과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중장년층 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부양의 짐만 던져 줘서는 40년 뒤 우리 사회에 미래가 없다. 몸을 가눌 수 없는 마지막 순간까지 일하고 움직이겠다는 생각으로 노후를 맞이해야 한다.

자녀와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와 예의로 대해야 한다. 상대방에 대한 불평과 원망은 노년기의 모든 인간관계를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체념하고, 덜 깊게 고민하며,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는 작은 노력 하나만으로도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기서 ‘체념’이라는 것은 ‘욕심 내지 않는 것’과 같은 의미인데, 체념할 수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 비해 돈 문제로 인한 어려움을 덜 겪는다. 노욕(老慾)으로 인해 소중한 것들을 더 많이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적절한 체념은 우리 삶의 폭을 최소한도로 줄이는 동시에 그 안에서 누릴 수 있는 감동과 즐거움은 두 배로 불린다.



고독과 사귀며 인생을 즐겨라마지막으로 고독과 사귀며 인생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누구나 본질에 대한 추리력, 통찰력이 늘어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세상사에 대해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되고 타인에 대한 미움과 원망도 점차 누그러트릴 수 있다. 반대로 자기 세상에 갇혀 사는 사람들은 인생을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줄어든다.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에 머뭇거리지 말고, 나와 다르다는 사실을 거부하지 말자. 내가 누구든 또 어떻게 살고 있든지 간에 자신의 시간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예술가이고 그의 인생 또한 작품이 될 수 있다.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나는 앞으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야구장 가는 길 위에서 끝날 때까지 부딪히며 살아갈 것이다. 그것이 나의 베스트다.” 김성근 감독의 고백에서 누군가에게 ‘기대는 삶’이 아닌,‘기대되는 삶’을 살기 위해 당당히 준비해 나갈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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