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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irement] 책에서 배우는 은퇴의 지혜
좋아하고 잘하는 일로 노후 준비하라

[Retirement] 책에서 배우는 은퇴의 지혜
좋아하고 잘하는 일로 노후 준비하라

1991년에 미국 국회 도서관이 ‘미국인의 삶의 바꾼 25권의 책’을 선정한 적이 있었다. 리스트에는 『성경』, 『돈키호테』, 『호밀 밭의 파수꾼』 등 익히 알려진 세계의 고전·명작이 열거돼 있다. 알파벳 순으로 나열돼 있는 리스트 끝 부분 『전쟁과 평화』 와 『오즈의 마법사』 사이에 있는 책, 25권 중 유일한 실용서인 책은 바로 『What Color is Your Parachute? (당신의 낙하산은 무슨 색깔입니까?)』였다. 이 책은 40년 전인 1972년에 처음 출간됐다. 이 책의 부제까지 번역하자면 ‘당신의 낙하산은 무슨 색깔입니까? : 구직자와 재취업자를 위한 실용적인 가이드’ 정도 되겠다.

40년 동안 거의 매년 새로운 판이 나오고 있다. 288주 동안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였으며, 지금까지 총 판매 부수가 1000만부가 넘는 이 ‘취업가이드’의 장수 그리고 성공의 비결은 무엇일까. 이 책의 저자인 리처드 넬슨 볼스가 40년 전에 던진 알쏭당쏭 한 질문 ‘너의 낙하산은 무슨 색깔이니?’가 어떻게 미국인의 삶을 바꾼 걸까.



나이 들수록 삶의 목적이 중요 이 책에서 저자는 졸업 후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대학생들, 직장을 잃은 실업자들, 지금까지 하던 일을 접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싶은 중년 이후의 사람들에게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구직 방법을 소개한다. 얼마 전 나온 2012년판에서는 오늘날 구직시장의 특징, SNS를 활용한 경력관리, 구직 활동 방법을 소개하는 등 바뀐 환경에 맞는 새로운 방법론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정보를 전달한다고 해도 단순한 취업가이드가 미국인의 삶을 바꾼 25권의 책에 선정되었을 리는 없지 않을까.

이 책의 저자는 한 인터뷰에서 “이 책은 취업가이드를 가장한 희망에 관한 책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렇게 덧붙였다. “사람들은 단순히 바쁘게 일하는 것만을 원하지 않아요. 젊었을 때는 그걸로 충분할지 몰라도 나이가 들면서 사람들은 일 속에서 삶의 목적, 사명감 같은 것을 추구하게 됩니다.”

실제로 얼마 전 새로 나온 2012년 판의 제1장은 희망으로 시작한다. 희망을 찾는 방법(How to Find Hope). 첫 직장을 구하고 있는 20대나, 원치 않는 명예퇴직을 한 40대나, 생계를 위해 또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50대에게나 가장 필요한 것은 희망이다. 그렇다면 그 희망의 열쇠는 무엇일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방법(혹은 대안)’이다.

적어도 각기 다른 두 가지의 자기 소개 방법을 가질 것, 구직 정보를 알아내는 적어도 다른 두 가지 이상의 루트를 가지고 있을 것, 적어도 다른 두 가지 이상의 직종 혹은 직군을 타깃으로 삼을 것 등이다. 즉, 어떤 상황에서도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적어도 두 가지 이상 가지고 있는 것이 희망의 열쇠라는 것이다.

통계적으로 구직 정보를 얻는 방법이 하나 밖에 없는 사람은 두 가지 이상의 방법을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 한달 후에 포기할 확률이 2배 가까이 높다. 희망을 잃은 것이다. 한 가지 방법으로 한 가지 직종, 한 회사 만을 쫓는 것은 절망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항상 모든 단계에서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방법을 가지고 접근하라. 항상 대안을 생각하고 준비하라

오늘날 우리 사회, 베이비부머에게 가장 절실한 한 가지가 무엇일까. 바로 오래 일할 수 있는 직장 혹은 커리어가 아닐까. 100세 시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두 가지 있다. 첫째는 늘어난 수명을 보장할 수 있는 노후 자금이고, 둘째는 30년이 넘게 늘어난 노후에 무엇을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정년은 정책과 시스템에 의해 결정되며, 따라서 사회적 합의와 노력이 만나서 풀어내야 할 과제이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중년 이후 새로운 커리어를 찾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하고 있다.

새로운 커리어를 선택하는 방법(How to Choose a New Career)은 첫째 나에게 흥미로운 일이라면, 또 관심이 간다면 어떤 직장, 어떤 직종도 좋다. 단, 현재 그 직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먼저 다음과 같이 물어보라. 가장 좋은 점은, 가장 싫은 점은, 그리고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

둘째, 변화도 중요하지만 지킬 것은 지켜라. 즉, 모든 것을 바꾸지 말아라. 아르키메데스의 지렛대를 기억하자. 그는 긴 지렛대와 지렛목만 있으면 지구라도 움직일 수 있다고 했다. 우리에게도 지렛목이 필요하다. 각자의 신념, 원칙 그리고 가치들이 바로 우리 자신의 지렛목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 이를 견고히 지킬 때 비로소 나 자신을 위한 또 나에 의한 변화도 이뤄 낼 수 있다.

셋째, 상황에 휘둘리지 말아라. 내가 원하는, 내가 좋아하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한창 유행하는 최신 트렌드만 무작정 쫓다 보면 어느새 ‘나’라는 주체는 없어지고 상황에 종속돼 버린다. 그렇게 해서 찾은 커리어에 열정을 쏟아 붓기는 힘들다. 커리어가 당신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커리어를 선택하는 것이다

넷째, 시간과 공을 많이 들일수록 새로운 커리어에 대한 더 나은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하지만 끝까지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다섯째, 이 모든 과정을 즐겨라. 스스로 재미를 느끼고 즐길수록 새로운 커리어에 대한 확신이 커질 것이다. 잘하는 사람은 노력하는 사람을 따를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따를 수 없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평균 6년 늦게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그리고 한창 일할 나이에 정년을 맞는다.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바로 내가 좋아하는 그리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오래할 수 있게 하는 삶과 일에 대한 계획이 아닐까. 그리고 그 계획을 짤 때 꼭 기억해야 할 한가지가 바로 ‘변해선 안 되는 것’을 지켜내는 것이다.



‘변해선 안 되는 것’은 지켜야세상은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생애주기에 따라 우리들의 삶의 형태가 변하고 직장의 의미가 변하며, 구직의 방법이 변한다. 세상에 적응하기 위한 끊임없는 변화는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변해선 안 되는 것’을 지켜내는 것이다.

내 삶의 원칙, 내게 소중한 가치, 가족, 사랑, 신의처럼 내 인생의 중심을 잡아주는 가치들을 지키는 것이다. 그 지렛목에서 내 삶의 원칙을 붙들고 단단히 서 있을 때 일과 삶에 대한 계획이 지렛대가 되어 평생 커리어를 일구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 원칙들이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고 그 변화를 주도해 낼 수 있는 자기계발, 자기혁신의 원동력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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