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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지금 NHN에선…매출 2조원 NHN이 심상치 않다

[Inside] 지금 NHN에선…매출 2조원 NHN이 심상치 않다

우리나라 PC의 대략 절반은 네이버가 인터넷 시작 페이지다. PC를 켜고 브라우저를 실행하면 네이버가 나온다. 사람들은 여기서 뉴스를 보고, 웹툰을 보고, 블로그를 꾸미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초록색 창에 검색어를 입력한다. 사람들은 네이버를 떠날 필요를 좀처럼 느끼지 못 한다. 네이버는 우리나라 검색 광고 시장의 70%를 차지한다. 네이버와 한게임을 운영하는 NHN의 2007년 매출은 9000억원 수준이었다. 지난해 매출은 2조원이 넘었다. 영업이익률은 30%에 이른다. 네이버를 통한 광고료는 3개 지상파 방송사를 합친 것보다 많다. 이런 고성장에 NHN은 이미 대기업이고, 일도 직원 관리도 대기업 방식으로 한다는 얘기는 꽤 오래 전부터 나돌았다. 네이버에서 오래 일한 한 고참 개발자는 “관리자가 외부에서 온 사람들로 채워지면서 요즘엔 1주일이면 끝낼 일을 한달 걸린다고 보고해도 아무도 모른다”며 “일하기 너무 편해졌다”고 친구들에게 말하고 다녔다. 한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그래서인지 언제부터인가 재미있는 네이버 서비스가 새로 나왔다는 말을 듣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혁신에 계속 도전하기보단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더 잘 하도록 쥐어짜는데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큰 상관은 없었다. 네이버의 매출은 계속 늘었고, 1등 자리는 굳건했다. 지난해 매출은 2조원을 넘었고, 시가 총액은 SK텔레콤이나 KT를 앞섰다.

그러는 사이 스마트폰이, 카카오톡이,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NHN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이 ‘우리나라 1등은 네이버’라고 인정하지만 IT 업계에서 어느 순간 네이버의 혁신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이해진 NHN 이사회 의장은 위기론을 들고 나왔다. 그는 네이버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전략책임자(CSO)이다. 2000년대 초반 사람들이 PC로 인터넷을 이용하기 시작한 변화의 물결에 재빨리 올라 타서 오늘날의 네이버, 그리고 한국 인터넷을 만들어냈다.



매출과 이익은 늘었지만… 이 의장은 1년에 한번 NHN의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연단’에 오른다. 최근 이 의장은 직원들에게 ‘위기 의식’을 주문했다. 그는 “회사가 벤처정신을 잃었다. 편하게 회사 다니려는 사람이 많다.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강조했다. “네이버가 대기업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장은 “소니나 노키아 같은 1등 기업도 한 순간에 날아갈 수 있는 것이 인터넷 산업”이라며 구글 애플 같은 초일류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네이버의 처지를 “철갑선 300척에 맞서는 목선 10척”에 비유했다. 그는 “아침 10시에 출근하는 NHN 특유의 조직 문화는 늦도록 야근하는 사람들을 배려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요즘엔 저녁 7시에 퇴근해 아침 10시에 출근한다”며 “회사를 동네 조기 축구 동호회로 아는 사람이 있다”고 지적했다. 치열함이 사라진 조직 문화에 대한 경계였다.

이후 NHN은 본격적으로 조직 문화 다잡기에 나섰다. 조직을 통폐합하고 팀장 등 보직자를 대폭 줄였다. 대략 20~30% 정도 부서가 사라지고 어제까지 팀장이었던 사람이 일반 직원으로 돌아갔다. 차장-수석-부장 등 복잡하던 인사 제도도 단순하게 바꿨다. 중간 관리자를 줄이고 업무에 집중하자는 메시지다. 직원 통근 버스를 없애고, 동호회 지원도 폐지했다. 1주일에 한번씩 직원들에게 간식을 제공하던 관행도 사라졌다. NHN 본사는 분당 정자동에 있다. 교통이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직원 반발을 무릅쓰고 통근 버스를 폐지했다. 일하는 분위기를 강조하는 기조의 일환이다. 야근을 강조하면서 직원들의 야근도 늘었다.

이런 와중에 오늘의 네이버를 만든 핵심 임원이 줄줄이 회사를 떠났다. 지난해 말 한게임 정욱 대표가 회사를 떠났고 상생 생태계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홍은택 부사장도 3월에 사직했다. 최근에는 네이버 포털 서비스를 총괄하던 최성호 본부장과 네이버의 핵심 비즈니스인 검색 광고 사업을 성장시킨 후 스마트폰 게임 업무를 맡은 위의석 본부장도 사표를 던졌다. 네이버 창업 멤버 중 한 명도 자회사 대표를 맡았다가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 포털 서비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던 일부 다른 임원도 떠날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NHN에서 5~6년 이상 근무한 사람들이다. 그저 그런 신생 인터넷 기업 네이버를 오늘의 절대 강자 포털로 키워낸 공신이지만 그들도 변화의 바람 앞에 예외가 되지는 못한 것이다. 특히 창업 멤버까지 회사를 떠난다는 사실은 사내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반발도 이어졌다. 네이버 직원의 치열함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이 의장의 발언은 즉각 IT 개발자들 사이에서 역풍을 일으켰다. 야근을 아무리 오래 해도 혁신에 필요한 창의성과는 거리가 멀어질 뿐이라는 것이다. 임원뿐 아니라 실무자급에서도 이직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소셜커머스를 비롯한 떠오르는 IT 분야로 자리를 옮기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 같은 NHN 지붕 아래 있지만 네이버와 달리 상대적으로 서자 취급을 받았던 한게임 인력의 이직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NHN 경영진은 강경한 모습이다. 회사 사정이 좋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강하게 조직을 몰아붙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역설이다. 가장 큰 이유는 IT 산업의 중심이 PC에서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사람들이 PC에서 인터넷을 이용하던 시절에 1등에 오른 회사다. 네이버의 DNA는 PC에서 모니터로 접하는 웹에서 콘텐트를 보여주고 수익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점점 PC가 아니라 스마트폰에서 인터넷을 쓰고 있다. 현재 스마트폰을 통한 네이버 검색은 이미 PC를 통한 검색의 60% 수준까지 올라섰다. 올 연말에는 모바일을 통한 검색 유입이 PC 검색을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변화는 스마트폰이 도입된 후 불과 2~3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시장이 급변하는데 현재의 성공에만 안주하다 2류 기업으로 전락한 노키아나 소니가 네이버에게 남의 일이 아닌 이유이다.



모바일·소셜사업에 미래 달려단적으로 요즘 스마트폰을 들고 가장 많이 하는 일은 네이버를 보는 게 아니라 카카오톡에서 메시지를 주고 받는 것이다. 인터넷 시작페이지는 네이버로 정해 놓은 사람이 절반 이상이지만, 스마트폰 화면에선 네이버 앱도 다른 수많은 앱 중 하나일 뿐이다. 게다가 모바일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이 무엇이 될지 아직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국내 모바일 검색 점유율은 네이버가 약 50% 정도, 다음이 10% 후반, 구글이 10% 초반 정도다. 여전히 네이버가 1등이지만 유선 인터넷만큼 압도적이지는 않다. 지금 IT 산업의 화두인 모바일과 소셜 미디어에서 NHN은 뚜렷한 성과가 안 보이는 후발 주자일 뿐이다. 김상헌 NHN 대표는 “이해진 의장의 혁신 추구로 직원들에 ‘디시플린’이 적용돼 인력 운용이 달라질 수 있다”며 “그러나 근본 취지는 비용 절감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에 빠르게 대응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모바일과 소셜 사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고, 유선 웹과는 다른 새로운 모바일 중심, 소셜 중심의 조직을 원하는 것이다. 네이버의 포털 사업을 이끈 주요 임원의 퇴사는 단순한 군기 잡기를 넘어 이 같은 변화의 방향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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