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Business] 엘피다 인수 포기한 SK하이닉스 - ‘마이크론+엘피다’ 큰 위협 아니다

[Business] 엘피다 인수 포기한 SK하이닉스 - ‘마이크론+엘피다’ 큰 위협 아니다

SK하이닉스가 엘피다 인수 불참을 선언했다. D램 반도체 세계 2위 업체인 SK하이닉스가 3위 업체인 엘피다를 인수해 삼성전자를 넘어 1위 자리를 다퉈보겠다는 꿈을 꿔 봄직도 했다. 주인이 없이 설움을 겪었던 10년의 세월을 한 번에 뒤집어 보자는 호기도 부릴 수 있었다.

SK하이닉스 이사회는 5월 4일 이사회를 가진 뒤 인수전에 최종 불참을 결정했다. 엘피다 본입찰(2차 입찰) 참여 여부를 놓고 심사숙고를 거듭한 끝에 본입찰 참여에 따른 실익이 없다는 데 내부 의견을 모아 결정을 내린 것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사회 참석자들이 엘피다의 실사 결과를 보고 받았고 본입찰 불참은 이사회에서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인수 포기를 결정했다”면서 “결국 이사회에선 안건으로 상정이 되지 않아 찬반 표결까지도 가지 않았다”고 이날 분위기를 전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사회가 끝난 후 “입찰을 할 때는 전략적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전략적 가치를 고려해) 이번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증권가와 언론에서는 최 회장과 SK하이닉스가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재무적 리스크를 떠안고 엘피다를 인수해 가격이 요동치는 반도체 시장에서 풍랑을 맞기보다 D램 가격 회복을 타면서 건강한 체질을 갖추는 것이 낫다는 인수 포기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쏟아졌다. 애널리스트들이 예외 없이 입을 모을 정도라면 과연 SK와 SK하이닉스가 이번 인수전에 뛰어든 배경까지 궁금해질 정도였다.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아특히 D램 업계 4위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이 최종 협상 대상자로 정해진 이후에도 엘피다 인수 포기에 대한 증권가의 반응은 SK하이닉스에 여전히 긍정적인 영향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결국 기술력을 바탕으로 원가경쟁력을 절감하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활황이 아닌 현 시점에서는 기술력이 떨어지는 업체를 인수해 시너지를 발휘한다는 것은 잘못된 셈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렇다면 SK하이닉스가 엘피다 인수를 검토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반도체 업계는 SK하이닉스의 엘피다 인수 의지가 어느 정도였는지 의문을 여전히 표시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엘피다 인수에 있어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했을 것이다. 가격, 기술 역량, 인재 등을 충분히 따져보고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지 판단해 봤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엘피다가 경쟁사의 품에 안길 경우 SK하이닉스가 받을 영향 등을 두고 최종 베팅 여부를 저울질 했을 가능성이 크다.

우선 SK하이닉스가 실제적인 인수의지를 갖고 있었다고 가정해 보자. 모바일용 메모리 시장에서의 역량 확대를 희망하는 SK하이닉스가 노린 엘피다 합병 시너지는 모바일 D램 기술과 생산력이다. 엘피다를 인수하게 되면 D램을 생산하는 히로시마 공장과 엘피다 기술자산 외에도 대만에 있는 렉스칩(대만 파워칩과 엘피다가 합작한 D램 생산업체)의 지분 65%를 소유하게 된다. 엘피다를 가져가면 D램 지배력을 한층 공고히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 또 다른 매력 포인트다.

SK하이닉스는 둘 다 실익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엘피다의 장비가 노후화된 점과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회복의 기미가 아직 없다는 점이다. 모바일 D램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근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여전히 모바일 D램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어 가격 하락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상황에서 D램 가격은 벌써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현 시점에서 엘피다를 인수해봐야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극히 제한적이란 계산이 나온다. 그렇다면 남은 건 마이크론이 엘피다를 인수하게 될 경우 SK하이닉스에 얼마나 큰 위협이 될 것인지를 계산하는 일이다. 일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엘피다 채권단은 마이크론에 인수 의향을 밝히면서 약 3200억엔(약 4조5000억원)의 자금 투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마이크론은 자금 여력이 떨어진다. 2월 말 마이크론의 현금성 자산은 20억 달러(약 2조3000억원)다. 올해 계획된 자체 시설 투자금액만 20억 달러다. 마이크론 역시 엘피다 입찰에 독자적으로 참여하기에는 재무적 우려가 큰 상황이다. 따라서 인수 여부 자체도 아직 불투명하다.

설사 우여곡절을 뚫고 마이크론이 엘피다를 단독 인수하는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위협적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마이크론이 엘피다를 품으면 전체 D램 세계시장 점유율은 2011년 4분기 기준 24%로 높아진다. SK하이닉스(23.7%)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서 삼성전자(43.2%)를 추격하는 것이다. 모바일 D램 점유율은 5.4%에서 23%로 상승해 SK하이닉스(24.6%)에 근접하게 된다.

이런 산술적 계산은 마이크론의 엘피다 합병 이후의 실제 시장 점유율과 큰 차이가 날 것이란 분석이다. 마이크론이 최종적으로 엘피다를 인수하더라도 현금 흐름상 엘피다의 생산능력을 축소해 투자 리스크를 완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김영찬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기업 인수·합병(M&A)으로 공급자가 감소해 가격과 공급 변동성이 줄 수 있다”며 “마이크론의 엘피다 인수가 SK하이닉스에 단기적인 위협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엘피다 인수에 참여해 이득을 벌써 챙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쟁사가 헐값에 인수되지 않도록 경쟁을 벌여 인수 가격을 높이는 효과를 거둔 것이다. 또 경쟁사에 대해 기본 실사 과정에서 경쟁사 기술력에 대한 점검을 통해 자사의 기술 수준을 재평가 해 볼 수 있다는 것 역시 이번 인수전 참여의 전리품이다.



삼성도 느긋인수 우선 대상자가 선정 될 경우 일부 계약금을 걸어야 하는 시점에서 철회를 선언한 것도 노련한 노림수였다는 평가다. 최성제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은 건 경쟁사가 엘피다를 인수한다고 해도 그 영향이 적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쟁사가 엘피다의 공장과 기술력을 흡수한다 하더라도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못할 정도로 엘피다의 기술력이 약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엘피다 인수 상황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인수전에 애초 참여하지 않았고 인수 이후 판도 변화에 대해서도 상관하지 않는다는 게 표면적으로 드러난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자본력과 기술력 부족 등으로 마이크론이 엘피다를 인수한 이후에도 삼성전자를 따라 잡긴 역부족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차세대 반도체 개발이나 대만 업체들과의 연합이나 타 업체와의 공동 인수 등의 다양한 변수가 있는 만큼 여전히 상황을 주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기업은행, 보이스피싱 보상보험 무료 지원…최대 1000만원 보상

2 ‘수출 집중’ 한국GM, 올해 내수 판매 목표 하향

3KB국민은행 임직원·가족, 한강 공원에서 플로깅 행사

4문화·예술 도시 밀라노에서 펼쳐낸 삼성의 ‘디자인 철학’

5조아제약, 마시는 고함량 아르기닌 '조아 아르기닌 맥스' 출시

6조주완 LG전자 CEO “고성과 조직 전환, 핵심은 리더십”

7“즐겨먹던 콘칩과자를 아이스크림으로” 라벨리 ‘빅 아이스 콘칩’ 출시

8카레 프랜차이즈 코코이찌방야, 2개점 오픈

9노사 대화의 중요성…삼성디스플레이, 3년째 임금 협약 완만히 타결

실시간 뉴스

1기업은행, 보이스피싱 보상보험 무료 지원…최대 1000만원 보상

2 ‘수출 집중’ 한국GM, 올해 내수 판매 목표 하향

3KB국민은행 임직원·가족, 한강 공원에서 플로깅 행사

4문화·예술 도시 밀라노에서 펼쳐낸 삼성의 ‘디자인 철학’

5조아제약, 마시는 고함량 아르기닌 '조아 아르기닌 맥스' 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