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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주가 1800~2050에서 머물 듯

당분간 주가 1800~2050에서 머물 듯



돌이켜 보면 5월 말~6월 초가 시장이 가장 어려운 때였다. 유럽에서는 그리스가 결국 유로존을 탈퇴하리란 우려가 있었고, 스페인은 국채금리 상승으로 구제 금융을 신청할 수 밖에 없으리란 전망이 우세했다. 미국은 경기 둔화가 문제였다. 5월 신규 고용이 예상보다 작은 6만건 정도에 그치고, 실업률이 8.2%로 높아지면서 추가적인 고용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대두됐다. 그래도 국내 코스피 지수는 1800선을 지켰다. 웬만한 악재는 이겨낼 수 있을 정도로 예비 매수가 시장에 축적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올 2~3월은 주식시장에 대단히 우호적인 환경이었다.

미국의 고용과 부동산이 안정적인 회복을 계속하고 있었고, 유럽에서는 모처럼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이 수면 밑으로 내려갔으며, 1조 유로에 달하는 장기저리대출 프로그램(LTRO)으로 은행 부실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국내 시장에서는 외국인 매수가 5조원을 넘어 수급 회복이 돋보였다. 상황이 이렇게 좋았지만 주가는 2050선을 넘지 못했다.

이 둘을 통해 이미 시장의 한계와 가능성 모두가 드러났다. 현 상황에서 경제가 심하게 악화되지 않는 한 종합주가지수가 1800선을 크게 밑돌지 않을 것이며, 반대로 펀더멘털 회복 없이 정책 변화만으론 2000선을 크게 상회하기 힘들다는 걸 보여주었다. 당분간 시장은 상하 300포인트 내에서 방향을 모색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주가 하락을 막는 가장 큰 힘은 유동성과 저금리다. 오래된 주제이지만 아직도 주가가 일정 수준 밑으로 내려가지 않게 지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요즘 들어 저금리 현상이 특히 두드러지고 있는데 국내는 기준이 되는 국고 3년물 금리가 정책 금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은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주식의 배당수익률에 못 미치는 상태인데 국내 금리는 기간 리스크를 생각하지 않고 있고,미국 시장은 주식 투자에 따른 기회 이익을 염두에 두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유럽 문제 영향력은 떨어져주가가 2000선을 넘어 크게 오르지 못하는 건 경제에 가로막혀서다. 1분기 경제 성장률이 2.8%까지 낮아졌지만 국내 경제가 완전히바닥에 도달했는지 확신할 수 없다. 그리고 바닥을 통과했다 하더라도 이번은 과거에 비해 성장이 대단히 약할 가능성이 있다. 저성장 상태에서는 주가가 오르는데 한계가 있고, 지속적인 상승 또한 기대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유럽 재정 위기가 예상보다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스페인 금리가 7%를 넘어 시장에 위기감이 고조된 것에 비하면 주가가 크게 후퇴하지 않았고, 반대로 그리스가 2차 총선을 통해 연정 구성에 성공하고 스페인이 구제 금융을 신청하는 긍정적인 재료들도효과가 하루에 그쳤다.유럽의 영향력이 약해진 건 향후 진행 방향이 예측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리스 1차 총선에서 2차 총선까지 일련의 과정을 정리해보면 분명해진 게 있다. 우선 지원을 해줘야 하는 국가 입장에서 문제국가를 유로체제에서 밀어낼 생각이 없다는 점이다.

퇴출이란 극단적 방안을 배제할 경우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문제가 커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방법 밖에 없다. 문제 국가도 스스로 유로를 나갈 생각이 없다는 게 확인됐는데 그러면 유로존에 남기 위한 최소한의 방안을 수용해야 한다. 사태가 진행되면서 양극단의 정책이 제외된 상태여서 앞으로 유럽은 큰 흐름을 변화시키기보다 개별 재료로서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로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유럽은 합의를 통해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과정으로 발전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유럽 국가들이 독일에게 대승적 차원의 금융 지원

을 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앞으로는 이런 일방적인 요구보다 유로채권 발행 등 금융동맹에 대해 어느 정도를 얻어내고, 재정 감독권을 비롯한 재정 동맹에서 일정 부분을 양보하는 형태로 합의를 내리라 기대된다.

문제의 중심이 스페인으로 옮아 왔지만 지나치게 공포심을 가질필요가 없다. 물론 구제금융신청 이후 오히려 금리가 오르는 등 시장의 예상과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는 한국의 외환위기를 돌아보면 이해 못할 상황도 아니다. 1997년 11월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후 국내 금리와 주식시장은 12월 말까지 심리적 쇼크에 시달렸다.

스페인도 마찬가지다. 구제금융을 신청했지만 스페인 금융기관의 부실이 1000억 유로에 그칠지, 또 1000억 유로가 조달 가능한 수준인지, 스페인 정부가 얘기했던 대로 지원 자금이 아무 조건 없이 이루어지는 것인지 등 의문이 계속 제기될 수 밖에 없고 이 부분이 금리 상승을 촉발하고 있다. 그러나 구제금융을 제공하겠다는 국제 약속이 이행되지 않았던 전례가 없고, 유럽 국가들이 유로존 존속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스페인은 조만간 안정을 찾으리라 전망된다.

유럽 재정 문제가 실제로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점과 향후 타협을 통해 계속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고 있는 점을 감

안하면 시장이 유럽 때문에 계속 하락하거나 상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유럽은 경제가 만들어 놓은 주식시장의 틀 안에서 그때 그때 방점을 찍는 재료로 생각하고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뚜렷한 주도주는 없어주식시장의 가능성과 한계를 감안할 때 당분간 시장은 1800~2050선 사이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5월 중순 이후 주가가 100포인트 정도 오르는 동안 업종별로 변화가 있었다. 우선 2분기 중반까지 선도주자였던 삼성전자 등 IT는 힘이 약해졌다. 반년 동안 주가가 배 가까이 오른 게 부담이 되기 때문인데 2분기 실적이 시장의 예상을 크게 뛰어 넘지 않는 한 새로운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자동차가 IT보다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이 또한 고주가에 대한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해 지속적인 상승을 담보하기 어렵다.화학, 조선, 은행 등 낙폭이 컸던 종목은 하락을 어느 정도 만회할 때까지 상승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약점은 이 과정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상태여서 추가 상승 동력이 강하지 않고, 이익 증가등 새로운 모멘텀 역시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어떤 업종도 시장 주도주로 부상하기 힘든 상황이다. 업종과 종목별로 돌아가며 조금씩 오르고 내리는 형태가 예상되는데, 등락을 결정하는 원동력은 단기 하락률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한기에 접어든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숙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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