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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맥쿼리 민자사업 갈등 확산

지자체-맥쿼리 민자사업 갈등 확산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7월 11일 광주광역시 제2 순환도로 1구간 운영을 두고 마찰을 빚던 민자 사업자 광주순환도로투자와 광주광역시 간 다툼에서 광주시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서울시·인천시도 후속 대응에 나섰다.

광주순환도로투자 대주주는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이하 맥쿼리인프라)로 서울시 지하철 9호선과 우면산터널, 인천시 인천대교 등 전국 13개 민자 사업에 1조7000억원대를 투자하고 있다.


전국 13개 민자사업에 1조7000억 투자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광주순환도로투자가 광주시를 상대로 낸‘원상회복을 위한 감독 명령 취소 청구’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맥쿼리인프라는 2003년 광주시와 협의 없이 투자 회사인 광주순환 도로투자 자기자본을 29.91%에서 6.93%로 낮췄다. 자기자본을 줄이고 타인자본을 늘리면서 맥쿼리인프라가 400억원을 빌려주는 대신, 이에 대해 15~20% 이자를 받았다.

그러자 광주시는 “높은 이자 비용으로 적자가 늘면서 시에서 보전해야 하는 규모가 커졌다”며 “자본 구조를 원상회복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광주순환도로투자가 불복해 권익위에 취소 청구를 냈으나 기각된 것. 행정심판위는 “사회기반시설은 공공성이 중요하고 선량한 경영을 위해서는 자본구조 변경 시 해당 지자체와 협의해야 한다”면서 “광주시 원상회복명령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광주 제2 순환도로 1구간(두암IC~지원IC 5.67㎞)은 민간 투자자 대우건설컨소시엄이 1816억원을 들여 2000년 완공했으며, 개통 3년 뒤 맥쿼리인프라로 넘어갔다. 예상 통행료 수입에 부족분이 발생할 경우 85%까지 광주시가 보전하도록 계약이 되어 있다. 광주시는 투자액의 9.34% 수익률을 약속하고,28년간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비율 85%를 명문화했다.

이 도로는 통행량이 기존 예측의 40%에 그쳐 1000억원이 넘는 세금이 투입돼 ‘세금 먹는 하마’라고 불려 왔다.호주계 금융그룹인 맥쿼리는 맥쿼리인프라를 통해 사회간접자본(SOC)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일반인에게는 낯선 곳이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내 웬만한 인프라 사업에는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는 ‘공룡 회사’로 인식돼 있다.

맥쿼리인프라는 문제가 된 광주 제2순환도로 이외에도 서울메트로 9호선, 우면산터널, 경남 마창대교,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 등에 투자했다.투자자의 돈을 모아 각국 도로나 공항, 항만 등 대규모 기간사업 건설에 투자하고, 시설 운용에서 나오는 수익을 나눠 갖는다.

맥쿼리인프라는 2006년 3월 한국거래소와 런던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인프라펀드로 지분참여 방식의 간접투자로 이익을 얻는다. 이 회사는 지금은 폐지됐지만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도입한 ‘최소운영수입보장제 (MRG)’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둬 재테크 투자처로 인기를 끌었다.

인프라 투자 성과금에 따라 매년 배당금을 받을 수 있는데다 인프라건설과 관련해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통행료 수입이 부족할 경우 일정 수준에서 보전해 주기 때문에 투자자들로선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다.

특히 주식으로 상장돼 있어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는데다 순이익의 100%를 반기마다 분배금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원리금 상환형 채권의 성격도 강해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됐다. 올 들어서만 주가가23% 올라 7월 10일 종가 634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현재의 자산 포트폴리오가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6000원에 주식을 산다면 30년간 연 평균 주당 793원을 받을 수 있다.

30년간 현재 가격 기준으로 약 10%의 수익률을 기대해볼 만하다. 대표적인 투자위험 요인은 금리가 상승하면 상대적인 투자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저금리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큰 걱정거리는 아니다. 게다가 통행료 수입은 물가지수 상승률에 연동하도록 설계돼 있다. 올 1분기 맥쿼리인프라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늘어난 299억원이었다.

이런 장점 덕에 잘 나가던 맥쿼리인프라 주가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 판정 이후 이틀째 내렸다. 7월 11일 3%에 이어 12일에도 2.44%내린 6000원으로 마감했다. 중앙행정심판위가 지자체의 세금으로 적자를 메우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민자사업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 급락 요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맥쿼리인프라가 전체 기업가치 가운데 1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광주고속도로사업에서 아예 철수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올 1분기 순익 299억원광주시는 지난해 10월 “맥쿼리인프라 측이 광주순환도로 자본금을 임의로 변경해 스스로 재무상태(부채총액 2338억원)를 악화시켜 공공도로의 정상 운영이 어렵게 됐다”며 자본구조 원상회복 명령을 내렸다. 법인을 설립할 때 설정한 액수(543억원)만큼 다시 자본금을 늘리라는 것이다. 맥쿼리인프라는 사업 인수 후 자본금을 130억원으로 줄이고, 후순위채권을 330억원으로 늘렸다. 다시 자본금을 늘리면 이자 지급액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결손 금액이 작아지고,자본구조가 건전해진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맥쿼리인프라 측은 “자본구조 변경은 자율적으로 이뤄진 것이고, 이를 통해 광주시의 재정부담이 늘어났다거나 고속도로 통행료가 인상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 없다”며 “광주시에서 자본구조 변경을 요청하는 공문이 올 경우 행정소송으로 가기 위한 법적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정심판 결과는 지하철 9호선과 우면산터널 운영을 두고 맥쿼리인프라와 갈등을 빚는 서울시에 고무적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맥쿼리인프라는 9호선과 우면산터널에 각각 24.5%, 36% 지분을 갖고 있다. 서울시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9호선 측과 재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행정소송까지 겪고 있다.

백호 서울시 교통정책관은 “이번 판결로 감독 명령 개입 여지가 넓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으로 민자 사업자에 대한 감독을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는 뜻이다. 인천시 정태옥 기획관리실장도 “민자 사업이 너무 지나친 이익을 독점적으로 누리고 있다”면서 “민자 사업 계약 조건을 합리적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행정심판 결과 탓에 맥쿼리인프라가 사업을 철수하는 것으로 확대 해석해선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이왕상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행정소송으로 갈 가능성이 큰데, 만일 행정소송에서 지더라도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금을 늘리는 조치를 취하면 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행정심판 결과가 다른 인프라 사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최근 자본구조 변경의 경우 주무 관청과 협의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며 “다만 이번 건의 경우 지침이 없던 2004년 이뤄진 부분이기 때문에 행정소송 결과가 나와 봐야 입장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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