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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기업이 다시 뜬다

대만 기업이 다시 뜬다



샤프와 업무 제휴를 체결한 대만의 홍하이정밀공업이 화제다. 대만의 경우 중소형 수탁 브랜드가 대부분이라 그 동안 일본이 대만 기업을 의식하는 일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묵묵히 실력을 쌓은 대만 기업들의 성장세가 매섭다. 대만은 일본에게 4번째로 비중이 큰 무역상대국이다. 일본계 기업이 인수한 현지법인 숫자에서는 중국, 싱가포르 등에 이어 6위다. 그만큼 대만 기업과의 비즈니스 관계는 깊다. 이미 컴퓨터 메이커인 에이서나 아수스, 휴대전화 메이커인 HTC 등이 자사 브랜드를 걸고 일본 시장에 뛰어들었다. 사용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대만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대만 기업 2011년 매출 순위를 살펴보면 홍하이정밀공업의 규모가 압도적이지만 다른 기업들도 꾸준히성장하고 있다. 전자 계통 메이커가 대부분이나 반도체나 화학관련 기업도 상위에 들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식품·유통업도 날다성장세는 분명하지만 구조적으로는 큰 변화가 눈에 띈다. 과거 전자 분야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한 대만기업이지만 최근 10여년간 중국에 선수를 빼앗겼다. 물론 대만 기업이 중국대륙에 진출한 것도 큰 이유 중 하나지만 D램이나 액정 판넬, 태양전지, LED등 과거 대만의 4‘대 산업’이라 일컬어졌던 분야가 지금은 ‘4대 참업’이라 불릴 만큼 활력을 잃었다. 대만에서는 공동화 우려가 언급된 지 오래다.

반면 중국 내수시장을 노린 식품이나 유통, 타이어, 자동차 업종은 활기를 띄고 있다. ‘올드 이코노미(Old Economy)’라 불리지만 안정된 수요 덕분에 파죽지세로 대륙에서 실적을 쌓아가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 대만 기업을 인수하거나 제휴를 체결하는 일본기업도 늘고 있다. 대만정부 역시 일본 기업의 기술력을 상당히 높게 평가하고 있으며, 정부 주도의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이다. 앞으로 일본과대만 기업과의 관계가 강화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대만의 전자 및 반도체 산업은 상당수가수탁 제조에서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IT업계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 분야에서 대만기업의 존재감도 상승해 왔다. 홍하이정밀공업을 비롯해 큰 폭의 성장을 이룬 대부분의 기업이 이와 같은 패턴이다. 대만의 제조업 매출 순위를 살펴보면 10개 회사 이상이반도체나 전자부품, 컴퓨터 제조 기업이다.이들 기업은 제품 개발도 수탁(ODM)하면서 실력을 다져왔다. 델이나 휴렛패커드와같은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차기 기종의 컨셉등을 지시 받은 뒤 이를 대만기업이 설계, 상품화해 제조까지 추진하는 방식이다.

특히 1990년대 이후 대만 전자기업 제품 개발력이 향상되면서 미국 기업은 자사 브랜드 관리 및 마케팅에 집중하고 개발·생산을 외부에 위탁하는 체제로 변했다. 콴타나 컴팔 등의 회사는 수탁제조 브랜드로 일본에서 지명도는 낮지만 최근 자사 브랜드를 연이어출시하며 구조 전환에 나서고 있다.

전통적인 강호를 전자라고 한다면 지금 대만에서 가장 활기 넘치는 산업은 소매·유통업이다. 타이페이에 가면 편의점이 여기저기 들어서 성황을 이루고 있는데 이미 대만시장은 포화 상태다. 그럼에도 성장을 멈추지 않을 수 있는 원동력은 뭐니뭐니해도 중국대륙이다.

특히 상하이를 중심으로 세븐일레븐을 개점하는 통일초상은 대만에만 5000여 개점포를 가지고 있는 업계 1위다. 이미 상해에 100개 이상의 점포를 열었다. 통일초상의 모 회사는 대만을 대표하는 대기업인 통일기업이다. 식품제조에서는 최고 명문기업이다.1967년 창업해 즉석면 시장에서 90%라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스타벅스 등 친숙한 외식업계에 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데 일본의 라쿠텐과도 합병 사업을 진행 중이다.

CCH는 상해에서 500개 이상의 패밀리마트를 개점했다. CCH의 대주주는 정신그룹이다. 즉석면이나 음료 등에서 대만 사람 모두가 아는 기업이다. 특히 즉석면은 그 맛과 가격 면에서 ‘중국 13억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고 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바로 여기에 일본의 산요식품이 공헌하고 있다.

통일초상은 미쓰비시상사나 미쓰이물산,CCH는 이토츄상사 등 일본 기업과 손잡고 중국 시장에 뛰어들었다. 일본-대만 제휴로 중국시장을 제패한 성공사례 중 하나다.백화점 업계에서는 미쓰코시 이세탄 홀딩스가 출자한 신광삼월과 일본과 대만기업의 합작사인 태평양 SOGO가 쌍벽을 이루고있다. 양사 모두 중국에 진출해 고급 이미지와 양질의 상품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금융권도 조금씩 꿈틀대고 있다. 국태금융은 대만 최대 금융그룹으로 은행을 비롯해 증권, 보험회사 등을 산하에 둔 대기업이다. 총 자산은 약 15조엔 이상이고 지난해 영업이익은 약 1조3000억엔 규모다. 대만금융계는 1980년대 후반 이후 금융 기관의 설립 러쉬가 진행되면서 난립상태에 빠졌다.

그 때문에 경쟁이 격화되고 부적절한 융자가 횡행했다. 여기에 2000년대 초반 아시아통화위기와 미국경기 악화 등이 겹치면서 금융기관의 불량채권이 급증했다.이에 대만 정부는 금융개혁에 나섰고 국태금융 역시 2001년 국태은행과 세화연합상업은행이 합병해 설립됐다. 아직 구체적인

대외활동에 나선 것은 아니지만 마잉주 정권이 추진하는 ECFA(양안경제협력기조협의)에 따라 대만 은행이 중국에도 지점을 개설할 수 있게 돼 조만간 본격적인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관측된다.


자동차는 유륭기차, 과자는 왕왕이 선두권자동차는 유륭기차가 선두주자다. 사실 대만 브랜드의 자동차는 딱히 그 이름이 떠오르지 않지만 유륭기차가 2010년부터 투입한럭스젠(LUXGEN)은 이미 중국시장에서 존재감을 확인하고 있다. 유륭기차의 모회사인 유륭집단은 50년 전부터 닛산, 미쓰비시 등으로부터 기술을 제공받아 대만 내에서 자리를 잡았다.

1995년에는 중국 기차공업집단과 합병해 동남기차를 설립했는데 이를 통해 중국시장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수년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자동차 관련 대출이나 중고차 판매 등과 같은 기타 사업에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뛰어들고 있다. 정신상교공업은 타이어 판매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미 20년도 전에 중국 아모이에 공장을 건설했는데 맥시스(MAXXIS) 브랜드는 하루 100만대 규모로 타이어를 출하

하고 있다.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계 톱10 타이어 브랜드 중 하나다.

왕왕은 중국에서 과자 브랜드로 압도적인 지명도를 얻고 있다. 일본 이와츠카 제과와 제휴해 중국 유수의 식품회사를 키웠는데‘쌀’이라는 한자를 모토로 디자인한 소년 캐릭터는 중국 슈퍼마켓에서 쉽게 만나볼 수있다. 최근에는 대만 유력지인 ‘중국정보’를 인수하는 등 미디어 사업에서도 의욕을 보이고 있다.일본 NTT에 해당하는 중화전신, 대만대가대, 원전전신 등이 경쟁하는 통신업계도 성장 속도가 빠르다. 제휴를 고려해 볼만한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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