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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가 꿈을 대신하는 순간 늙는다

후회가 꿈을 대신하는 순간 늙는다



20세기 최악의 대통령으로 지목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그러나 퇴임 이후 그는 세계 평화와 사회·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

정 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또 해비타트의 ‘사랑의 집짓기’ 사업에 참여해 무료로 집을 짓고 고치는 일을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그는 “후회가 꿈을 대신하는 순간 우리는 늙는다”고 말하며 88세 나이에도 젊은 사람 못지않게 뛰고 있다.지미 카터가 이렇게 성공적인 인생 후반을 보내고 있는 것은 그가 인생의 하프타임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하프타임은 축구와 같이 전·후반으로 나눠 치르는 경기에서 전·후반 사이의 쉬는 시간을 말한다. 전반전을 내주고도 하프타임 후 후반전에서 뒷심을 발휘해 짜릿하게 역전하는 경우를 많이 봤을 것이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하프타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인생 전후가 완전히 달라질수 있다.


하프타임을 잘 활용해야『하프타임(Half Time)』은 미국의 한 케이블 방송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밥 버포드(Bob Buford)가 자신의 이야기를 토대로 쓴 책이다. 다른 사람들을 위한 봉사로 여생을 보내고 있는 그는 이 책을 통해 지금까지보다 더 나은 인생 후반을 보낼 수 있는 길을 알려준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인생 전반부는 ‘성공하는 삶’에 초점을 두었다면, 인생 후반부에는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며 생애 최고의 간을 맞이하라는 것이다.

인생의 전반부는 목표 달성과 돈벌이에 집중하며 성공을 위해 달리는 시기이다. 교육을 받고, 직장을 잡고, 가정을 꾸린다. 집도 산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뭔가 부족하다. 특히 40대 중반을 넘어서면 그동안 애

착을 쏟던 것에 어느 날 갑자기 허무함을 느끼기도 한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자리에 올랐지만 이게 과연 행복일까 싶다. 만약 조금이라도 이런 생각이 든다면 하프타임에 가까이 온 것이다.

미국의 한 심리학자는 사람이 마흔을 넘기면 다른 큰 일에 도전하려는 욕구가 생긴다고 말한다. 회사에 잘 다니던 사람도 자기 사업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추진력만 있으면 성공할 것 같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그러다가 하프타임에 오면 자신이 할 줄 아는 것이라곤 ‘사고, 팔고, 관리하는’ 것뿐임을 깨닫는다. ‘딱 그 수준만큼만 살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40,50대에 일찍이 은퇴한 사람들은 당시 10~20년은 더 일할 수 있었는데 기회가 없었다고 푸념한다. 생계수단으로서의 일 외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등산,TV 시청, 산책 등 이른바 시‘ 간 때우는 일’ 외에 할 일이 없었다 것이다. 저자는 무의미한 인생 후반을 보내지 않으려면 하프타임에 들어섰을 때 다음의 과제들을 수행하라고 말한다.

먼저 자신의 현재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 전반부에 했던 일들과 현재 상황을 잘 살펴봄으로써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미래를 함께 할 배우자와 상의하는 일도 중요하다. 두 번째 과제는 자신의 강점을 파악하는 것이다. 현재 직업, 지위와 역할, 업무에 필

요한 능력과 나의 역량을 나열해 인생 후반의 사명을 찾아보자.

세번째로 내 안에 숨어있는 능력, 열망 등의 진정한 나의 모습 ‘한 가지’를 찾아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한 가지를 끝내 찾지 못하고 방황한다. 은퇴 후 여행과 운동에 돈과 시간을 뿌리고, 갖은 모임에 참석하며 허전함을 달랜다. ‘나는 누구이며, 무엇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가? 보수나 대가 없이도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고점 도달 전 새 인생 추구할 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 둘 필요는 없다. 좀 더 의미 있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180도 바꿔야 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이 생길 수 있다. 지금의 일을 계속 하고 싶거나 반대로 생계를 위해 그만둘 수 없는 상황이라면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길은 있다. 시간을 충분히 투자해 지금의 일과 병행할 수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다행히 장기간 일을 하게 되면 익숙해져 훨씬 빨리 끝낼 수 있다. 그런 다음 남은 시간과 힘으로 인생 후반부를 준비하면 된다.

영국의 경영철학가 찰스 핸디(C. Handy)는 『패러독스의 시대』에서 ‘S자 곡선’을 이용해 인생의 성장 비결을 얘기한다. 인생은 출생

이후 유년기를 거쳐 최고점을 향해 가다 은퇴에 임박해 빠르게 하강하는데, 최고점에 도달하기 전 새로운 인생을 추구한다면 계속

성장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보다 현재의 일이 끝나기만을 기다린다. 하지만 기다림을 통한 이득이 새로운 도전이 부르는 불확실성의 위험보다 더 큰지는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그렇다면 어떤 자세로 인생 후반부를 맞이해야 남은 인생을 더 가치 있게 보낼 수 있을까? 먼저 ‘나를 사랑하는 법’을 제대로 알고 실천해야 한다. 인생 전반부에서는 나의 성공이 가장 큰 기쁨일 수 있지만,후반부에는 내가 가진 것을 타인과 나눌 때 자존감을 높이고 행복해질 수 있다. 둘째, 사회 변화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 평생 배워야 한다. 자신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꾸준히 학습해야 하는데 그렇지않을 경우 도중에 실패해 낙담하기 쉽다. 정규 교육과정 외에도 독서, 토론회, 인터넷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

셋째, 사람 사이의 갈등, 업무나 가사 부담, 우리를 얽매는 사회 규범과 같은 피할 수 없는 환경 요인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 있어야한다. 젊어서는 대게 이런 것들로부터 벗어나려 애쓰지만, 나이가 들수록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되고 그 과정에 숨겨진 또 다른 세상

을 깨닫게 될 수도 있다. 넷째, 본인의 재정 상태와 시간, 체력 등을 감안해 인생 설계를 해야 한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보자.

재정적으로 여유가 없다면 예전 경력을 살려 가볍게 할 수있는 일을 병행하는 것도 좋다. 물론 인생 후반을 대비해 미리 금전적인 준비를 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지금 열심히 일하는 이유가 ‘은퇴 후 마음껏 즐기기 위해서’라면 생각을 바꿔보길 바란다. 물론 지난 수고에 대해 스스로 보상을 할수도 있다. 하지만 은퇴 후 오랜 시간을 ‘전업여가’로만 보낸다면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이로울 게 없다. 인생의 하프타임은 단순히 쉬는 시간이 아니다. 은퇴자만의 것도 아니다.

더 나은 인생 후반을 준비하려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시간이다. 카터는 존경 받는 전직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다. 당신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자, 잠시 일을 내려놓고 하프타임에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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