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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4시간 잘 보내면 30년이 즐겁다

토요일 4시간 잘 보내면 30년이 즐겁다



폭염이 누그러지면서 학생들의 여름방학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방학을 떠올리면 초기에 야심 차게 그린 일과표를 빼놓을 수 없다. 자,

잠시 그때로 돌아가서 동그란 일과표를 머릿속에 그린 다음, 지금 자신의 일과를 채워 넣어 보자. 12시에서 시작해 시계바늘 방향으로 써내려 간다고 하면, 대부분의 일과표가 ‘취침→아침 식사→출근→오전 근무→점심 식사→오후 근무→저녁 식사→퇴근·회식→다시 취침’의 순으로 채워질 것이다. 이번엔 은퇴를 했다고 가정하고 6개월 뒤 하루 일과표를 그려보자. 그 자리에서 자신 있게 하루 일과를 채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우리는 어딜 가도 은퇴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 이른바 ‘인생 100세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 물으면, 돈에대한 걱정만 한가득인 경우가 많다. 물론 재무적인 은퇴 준비가 중요하다. 하지만 재무적인 준비로 모든 은퇴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이 없는 상태로 은퇴를 맞이한다면, 분명 지루하고 재미없는 인생 후반전을 보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은퇴 후의 삶이 보다 풍요롭고 행복해질 수 있을까? 어떻게 준비를 시작해야하는지 몰라 방황하는 많은 사람에게 『토요일 4시간』이란 책이 몇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나는 중산층일까?=중산층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통계청이 발표한 중산층의 기준은 ‘1인 가구를 제외한 도시가구 중월 평균 가처분소득이 151만~453만원인 가구’다. 조세와 4대 연금보험료를 포함한 국민 부담률이 평균 26.5%였다는 점을 반영하면‘세전 수입으로 월 205만~616만 원인 가구’라고 볼 수 있다.프랑스의 어느 전직 대통령은 중산층을 가리켜 “외국어 하나쯤은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고, 폭넓은 세계 경험을 갖추고 있으며, 스포츠를 즐기거나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알아야 하고, 별미 하나 정도는 만들어 손님 접대를 할 줄 알며, 사회 정의가 흔들릴 때 이를 바로잡기 위해 나설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한 저널리스트는 “중산층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적인 생존행위에만 관심을 갖는 여느 계층과 다르다. 삶의 가치를 높이고 삶의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에 관심을 기울이며, 이를적극적으로 지지하거나 참여할 수 있는 계층”이라고 했다. 이들이 생각하는 중산층이란 ‘얼마를 벌어야 한다’보다는 ‘어떻게 살아야 한다’를 고민하는 계층인 셈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난 삶을 돌아보면, 우리는 그저 중산층의 소득 수준을 유지하기에만 급급해 삶의 품질 자체를 높이는 데는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무한도전’으로 시작해‘1박2일’로 끝나는 주말=어느덧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됐지만 늘어난 토요일 반나절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우리의 주말은 이른바 ‘불금(불타는 금요일) 후유증’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늦은 아침 숙취와 함께 일어나 TV를 켠다. ‘무한도전’ 재방송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미 한번 본방송이지만, 다시 봐도 재미있다는 핑계로 멍하니 틀어놓은 채 오전 시간을 보낸다.

늦은 점심을 먹고 나니 다시 한참 야구 중계가 이어지고, 어느덧 무한도전 본방 시간이 다가온다. 일요일은 똑같은 방식으로 ‘1박2일’이 ‘무한도전’의 자리를 대신한다. ‘무한도전’으로 시작해 ‘1박2일’과‘개콘’으로 끝나는 주말이 다람쥐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것이다. 삶의 품질에 대한 고민이 더욱 절실해지는 시점이다.


◇삶의 품질,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바쁜 일과가 계속되는 주중에는 집에 돌아와 잠자기 바쁘고, 주말은 지금처럼 아무 의미 없이 소비하는 생활을 반복한다고 해보자. 이러한 상태로는 지금의 궤도를 벗어날 수도, 원하는 궤도에 오를 수도 없다. 인간은 유인원과 달리 스스로 피로한 일을 선택하고 이를 행하면서 진화해 온 동물이다. 따라서 주말이라고 축 늘어져 시간을 때우기보다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 ‘기분 좋은 피로’를 선택하는 편이 좋다. 그 기분 좋은 피로가 심신에 건전한 자극을 주는 동시에 자아발전까지 꾀할 수 있는 일이라면 더 바랄 것이 없다. 그래서 ‘토요일 4시간’이 중요한 것이다.


◇왜 ‘토요일 4시간’인가=첫째, 시간을 자기 의지대로 배분, 활용하기에 가장 좋다. 주중에는 긴 시간을 투자하지 못해 하지 못하는 일을 토요일에는 할 수 있다. 둘째, 그 일이 힘들더라도 다음 날 회복의 기회가 있다. 토요일은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시간으로, 일요일은 회복과 준비의 시간으로 삼으면 된다. 셋째, 효과적인 몰입을 위해서다. 개인차가 있기는 하지만 사람이 무언가에 몰입하기까지 보통 20분~1시간 정도가 걸린다. 이 점을 감안할 때, 몰입의 효과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 적어도 4시간은 투자해야 한다. 넷째, 4시간은 매주 어떤 모습으로 달라져 있는지를 확인하고 비교하기 좋은 단위다.

하나의 흐름을 갖고 기승전결의 스토리를 이루기에 가장 적절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번 주엔 2시간, 다음 주엔 6시간 등 시간의 쓰임이 들쭉날쭉하게 되면 자칫 생활의 리듬감을 잃기 쉽다.


◇토요일 4시간, 이렇게 만들어보자=첫째, 금요일 술 약속은 피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술 약속을 잡을 때 다음 날 부담이 없는 금요일을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긴장을 푼 채로 더 먹고 마시게 된다. 술 약속은 되도록 월요일 가까이로 잡는 게 어떨까? 월요일이 주는 긴장감 때문에 비록 마음껏 즐길 수는 없지만 그만큼 주말을 알차게 보낼 수는 있다. 둘째, 만찬보다는 오찬을 즐기자. 오찬을 선택하면 본말이 전도되어 대화보단 술을 우선시되는 분위기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 대체로 시간에 제약을 두고 만나기 때문에 보다 밀도 있고 집중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우선 어린 시절의 꿈을 되찾아오자. 학업성적, 경제적 상황을 비롯한 여타의 이유로 학창시절에 접은 꿈이 있다면 작은 것이라도 찾아서 다시 도전해보자. 음악, 그림,스포츠에서부터 요리, 여행, 외국어, 그외 각종 동호회 활동에 이르기까지 관심 분야만 분명하다면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가족, 연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취미도 생각해볼 만하다.

‘일’을 그만두는 은퇴가 ‘삶’으로부터의 은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은퇴란 이제까지의 역할과 책임, 의무를 내려놓고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찾아나서는 ‘인생의 방학’과도 같은 시간이다. 이 기나긴 방학을 지루하게 보내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은퇴 후 무엇을 해야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행복하고 적극적인 은퇴생활을 위해 투자하는 ‘토요일 4시간’은 단순한 은퇴 준비를 넘어 우리 ‘삶의 품질’을 한 차원 끌어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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