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3주의 반등 잔치에 흥분 말라

3주의 반등 잔치에 흥분 말라



외국인이 주식을 많이 사들였다. 7월 하순부터 3주가 안 되는 사이에 순매수 금액이 5조원을 넘어 단기 유입 규모로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다. 올 초에 외국인이 5조원어치의 주식을 매수하는데 두 달이 걸렸던 상황과 비교가 된다.외국인 매수에는 두 가지 힘이 작용하고 있다. 첫째는 우리 시장이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는 점이다. 7월 25일 종합주가지수가 연중 최저치를 기록할 당시 선진국 주가는 바닥에서 이미 10% 가까이 오른 상태였다. 외국인들이 이 차이에 주목했는데, 매수의 동력이 가격인 만큼 저가 매력이 존재하던 시기에 순매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선진국 주가 대비 저가 메리트 줄어두 번째는 금리다. 7월 한 달 동안 금리가 집중적으로 떨어져 국내외 모두에서 사상 최저 수준이 됐다. 금리 하락이 극단적으로 진행

됐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밖에 없었는데 외국인 매수에 일차적으로 효과가 나타났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금리 하락

으로 비용이 낮아진 자금을 상대적으로 오르지 않은 시장에 투입해 안전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도가 만들어진 셈이다. 그 결과 3

주 사이에 5조원에 가까운 주식 매수와 주가 급등이 이루어졌다.

외국인이 주식을 얼마나 더 살까? 앞의 매수 요인의 변화 여부를 살펴봐야 하는데 우선 저금리는 변함없이 계속될 전망이다.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처지도 아니고 정책적으로 올리려는 의지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인데, 이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 매수는 국내와 선진국간 주가 차이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3주간 국내 시장이 선진국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낮은 주가에 대한 매력이 사라졌다는 의미가 되는데 이런 변화로 인해 외국인 매수가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외국인 매수=주가 상승’의 관계가 성립하는 것도 아니다. 2003년 6월이 대표적인 예인데 당시 외국인들은 3개월에 걸쳐 시가총액의 3.4%에 해당하는 8조9000억원의 주식을 사들였다. 이를 요즘 기준으로 따지면 38조원에 해당하는 금액인데 주가는 623포인트에서 767포인트로 23% 정도 상승했다. 시가총액의 3%가 넘는 순매수가 이루어졌다는 점, 그리고 2003년이 대세상승이 시작되는 때라는 점을 감안하면 23%는 인상적인 상승이 아니다.

대세 상승이 아닌 경우 외국인 매수의 영향력은 더 떨어진다.2001년이 시작되자마자 외국인이 매수에 나서 약 한 달간 시가총액의 1.5%에 달하는 2조9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외국인이 매수를 계속하는 동안 주가가 520포인트에서 600포인트로 상승하지만 매수를 끝내고 한 달 만에 주가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이를 통해 시장의 대세가 좋던 나쁘던 상관없이 외국인 매수는 단기간에 주가를 올릴 수 있는 요인이 되지만 매수가 마무리된 후에 영향력이 급격히 줄어듦을 알 수 있다. 수급에 의한 주가 상승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2분기 실적 발표가 사실상 끝났다. 주요 160개 기업의 실적을 보면 매출액은 1분기에 비해 소폭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7.3%와 19.2%가 감소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감소폭이 더 커져 순이익이 24% 가까이 줄었다. 2분기 실적 감소는 거시변수 악화의 영향이 컸다. 유럽 재정위기로 수출과 내수가 둔화됐는데 그 효과가 실적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2분기 실적 둔화 요인은 3분기에도 계속된다. 경기가 여전히 어려운 상태이고 업종별로 이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IT가 이익 증가를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3분기 실적이 예상대로 좋지 않을 경우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 최근 시장을 보면 몇 가지 괴리 현상이 발견되는데 우선 거시변수와 주가 사이에 괴리가 있다. 과거에는 경기가 나쁠 때 주가가 고점 대비 최소 30% 넘게 하락했지만 지금은 미국 시장이 고점 대비 7%, 우리 시장은 13%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만큼 주가가 높은 상태라는 의미가 되는데 이 상태에서 주가가 더 올라가기 위해서는 기업 이익 증가가 필수적이다.

둘째는 거시 변수와 기업 실적간 괴리인데 지난 몇 분기 동안 국내 기업의 실적이 다소 둔화됐지만 거시 변수는 크게 악화됐다. 미국의 경우 괴리가 더 심해 기업 실적이 계속 사상 최고를 기록하는 동안 경제성장률은 1%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비용 절감을 통한 이익 증가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인데, 이런 현상으로 인해 기업 이익이 주가를 만드는 힘이 과거보다 약해지고 있다.

주가를 결정하는 요인은 세 가지다. 우선 주가수준인데 주가가 낮으면 여러 걸림돌에도 가격이 오를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는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 지금 주가가 싼 편이 아니다. 거시 변수와 괴리가 있고, 이익이 줄어든 만큼 주가가 조정을 한 것도 아니다. 그래서 실적과 수급이다.이익이 꾸준히 증가한다면 조정 과정을 거치더라도 주가는 올라간다. 반대로 주가가 높은 상태에서 실적이 둔화될 경우 부담이 한꺼번에 커지면서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

외국인 매수를 포함한 수급 개선은 주가를 단기에 끌어올릴 수 있는 힘이다. 외국인 매수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주가를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지만 매수가 마무리되면 수급 공백에 따른 타격이 올 수 있다. 지금은 세 가지 상승 요인 모두가 좋지 않은 상태다. 주가가 높고, 외국인을 추가로 끌어들일 수 있는 요인이 약해지고 있다. 3분기에도 이익 개선을 기대할 상황이 아니다. 당분간 시장은 단기 급등에 따른 반락이 예상된다.


주요 종목 고루 올라 반등 성격 강해3주간의 반등 국면에서 올 초와 달라진 부분이 하나 있었다. 삼성전자가 23% 오르는 동안 LG화학이 26%가 올랐고, KB금융과 대우증권은 각각 16%와 20%가 올랐다는 사실이다. 어떤 한 종목이 두드러지게 상승하지 못했고, 약간의 차이가 있었을지 언정 소외된 주식 또한 없었다. 이는 이번 상승이 반등의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인데 삼성전자에 의해 시장이 좌우되던 올 초와 다른 형태다. 당분간 순환매와 단기 하락폭에 의한 상승이 결정되는 흐름이 계속될 전망이다. 주도주가 형성될 정도로 시장의 폭이 넓지 않고, 주가가 낮은 종목도 없다. 당분간 투자와 관련한 여러 한계가 만들어 지고 이를 넘으려는 시도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중동 이슈에 출러이는 亞증시…달러·유가만 '고공행진'

2'2000명 증원' 물러선 정부 "내년 의대 신입생 자율모집 허용"

3중동서 전쟁 확산 우려에 국내 건설사들…이스라엘·이란서 직원 철수

4크로커다일 캐리어, 국내 최다 4종 캐리어 구성상품 런칭

5이스라엘-이란 전쟁 공포 확산에 환율 출렁…1380원대 마감

6노용갑 전 한미약품 사장,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으로

7KB금융, 홀트전국휠체어농구대회 지원…“장애인 인식 개선”

8SK하이닉스, 파운드리 세계 1위 ‘TSMC’와 협력…차세대 HBM 개발

9LG전자, 에어컨에 AI 탑재하니 판매량 30% ‘쑥’

실시간 뉴스

1중동 이슈에 출러이는 亞증시…달러·유가만 '고공행진'

2'2000명 증원' 물러선 정부 "내년 의대 신입생 자율모집 허용"

3중동서 전쟁 확산 우려에 국내 건설사들…이스라엘·이란서 직원 철수

4크로커다일 캐리어, 국내 최다 4종 캐리어 구성상품 런칭

5이스라엘-이란 전쟁 공포 확산에 환율 출렁…1380원대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