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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 높아지면 금리 인하 요구하라

신용 높아지면 금리 인하 요구하라



은행이 고객에게 대출할 때 매기는 불합리한 가산금리가 사라질 전망이다. 신용등급별 대출금리는 매월 공시되고 신용대출에 한해 ‘금리인하 요구권’이 은행 내규에 도입돼 대출금리 인하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은행연합회와 협의해 이 같은 내용의 ‘대출금리 체계 모범규준’을 마련했다고 10월 25일 밝혔다.

모범규준은 대출 기준금리와 가산금리 운용 지침을 은행 내규에 반영하고, 목표이익률 등 주요 가산금리를 조정하거나 새로 만들 때 타당성 심사를 거치도록 했다. 영업점장 전결금리는 가계대출에서 사라진다. 기업대출은 구체적인 부과 기준에 따라야 한다. 금융감독원 이기연 부원장보는 “대출금리는 은행 스스로 정하지만 타당성을 갖춰야 한다”며 “불합리한 가산금리로 금리 인하를 희석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별 대출금리는 주택담보대출, 가계신용대출, 중소기업대출로 나눠 매월 은행연합회 홈페이지(www.kfb.or.kr)에 공시한다. 은행들은 자체 신용등급별 대출금리(기준금리+가산금리)를 10단계로 변환해 1~3등급, 4등급, 5등급, 6등급, 7~10등급에 해당하는 금리를 제시해야 한다.

신용등급에 따라 가산금리가 달라지는 신용대출의 경우 대출자가 금리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금리인하 요구권’이 은행 내규에 명시된다. 개인과 기업을 막론하고 대출자는 자신의 신용등급에 견줘 대출금리가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되면 은행에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은행은 개인 신용대출의 만기를 연장할 때 대출자의 승진, 이직, 소득 증가 등 신용도 개선 요인을 반영해 가산금리를 조정해야 한다. 변동금리 대출의 금리 변경 주기가 되면 대출자에게 문자메시지 등으로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알려야 한다. 이번 모범규준은 은행별 내규 개정을 거쳐 11월부터 적용된다. 대출금리 비교공시는 전산시스템을 보완해 내년 1월 시작한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자가 금리 인하를 체감하지 못한 데는 은행들의 불합리한 가산금리 체계가 작용했다. 저금리기조에도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은 그만큼 가벼워지지 않았다는 지적은 감사원 등을 통해 꾸준히 제기됐다. 금융감독원이 은행연합회 등과 대출금리 체계 모범규준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파악한 은행들의 대출금리 적용 사례를 보면 대출자는 은행의 ‘봉’이었다. 한 시중은행의 마이너스 통장을 쓰는 직장인 A씨는 지난해 7월 승진하면서 연봉이 20% 넘게 올랐다.

개인신용평가사는 A씨의 소득 증가를 반영해 신용등급을 두 단계 높였다. 그러나 마이너스통장 금리는 그대로였다. A씨의 경우 금리인하 요구권을 활용하면 금리를 낮출 수 있는데, 은행이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은 것이다. 금리인하 요구권을 행사할 때는 금리인하 신청서와 근로소득 원천징수 영수증을 제출하면 된다.

양도성예금증서(CD) 수익률을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B씨는 대출 기준금리와 가산금리의 구성 내용을 잘 몰라 불이익을 당했다. CD 금리가 내렸다고 하는데, CD와 연동하는 B씨의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오히려 올랐다. 대출 기준금리(CD 수익률)는 내렸지만, B씨가 급여이체 통장을 대출은행으로 바꾸지 않아 가산금리 우대 조건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B씨에게는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따로 알려줘야 자신의 대출금리가 무엇 때문에 내리지 않았는지 알 수 있는데, 은행이 이를 살피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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