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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 열기 전 주변 사무실 숫자부터 세라

점포 열기 전 주변 사무실 숫자부터 세라



혹시 은퇴 이후에 카페를 차릴 계획이 있는가? 아니면 멋진 레스토랑이나 음식점? 만약 이런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골목사장 분투기』를 한번쯤 읽어 볼 일이다. 이 책은 회계법인의 경영컨설턴트 등으로 일했던 강도현씨가 우연한 기회에 카페를 운영하면서 온 몸으로 느낀 생생하고도 냉혹한 현실을 그렸다. 사실 자영업이 성공하기 얼마나 어려운지는 여러 언론이나 자료를 통해 익히 알고 있다.

KB경영연구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절반은 3년 내에 휴폐업을 하고 생존비율은 24.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이후 자영업 사업장이 연평균 72만개가 새로 생겨났다가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런 분석 내용은 다소 막연하게 느껴진다. 오히려 ‘남들이 다 망한다고 하더라도 나만은 다를 것’이라는 생각으로 많은 사람이 자영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자영업자 3년 생존비율 24.6%자영업 대열의 대부분은 베이비부머가 차지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고성장기를 구가해온 베이비부머의 선두세대가 50대 전반에 이르면서 대거 은퇴하고 있다. 이들의 사정은 뻔하다. 기대수명은 길어졌고 자녀들의 학비가 한창 들어갈 나이다. 그런데 어느 날 꼬박꼬박 월급을 받던 직장에서 짐을 싸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아직 살아갈 날은 많고 돈 들어갈 데는 천지다. 그 나이에 번듯한 직장을 잡는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이렇게 직장에서 짐을 싸서 나온 50대가 결국 선택하게 되는 것이 자영업이다.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이런 추세가 향후 20~30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실패한 자영업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능력 없음을 탓한다. 하지만 필자는 자영업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개인의 능력 부족 탓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는 것. 우리 사회의 경제 구조는 자영업자가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벽으로 부동산 임대료를 꼽았다.

필자가 홍대 정문 인근에 있는 건물 2층의 매장을 임대하는데 보증금 7000만원에 월 374만원(부가가치세와 관리비 포함)을 내야 했단다. 보증금에 대한 이자까지 환산한다면 월 400만원 정도인 셈이다. 하지만 매출이 아무리 늘어도 550만원 이상 나오지를 않으니 돈이 모일 리 만무했다. 부지런히 벌어서 매장 임대료만 열심히 낸 꼴이다.

우리나라의 임대료는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는 뉴욕의 맨해튼보다도 사실상 더 높은 수준이다. 미국 부동산 중개인 웹사이트에 가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맨해튼의 가장 노른자 땅이라고 할 만한 5번가 근처 상당히 괜찮은 코너에 40평짜리 카페가 매물로 나왔다. 원화로 환산하면 보증금 4000만 원에 임대료 월 1000만원 정도다. 강남 홍대 신촌 명동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맨해튼의 계약 기간은 무려 10년이다. 2년 마다 임대료가 올라가는 우리와는 한참 다르다.

그렇다면 실제로 커피를 팔아 임대료 수준인 월 400만원의 이익을 남길 수 있을까? 영업시간 내내 눈코 뜰 새 없이 장사가 가장 잘되는 날에 4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가장 잘 나가는 메뉴인 아메리카노가 3500원이었고 고객 1명당 평균 매출은 4000원 정도였다. 이 가격으로 100잔을 팔면 40만원이다. 오전 11시부터 밤 11시까지 12시간 영업하는 동안 카페가 3번은 꽉 차야 이 정도 매출을 올릴 수 있다.

금요일이나 토요일 정도에만 한 달에 2번 정도 매출이 30만원 이상이었고, 평일에는 10만원에서 20만원 사이를 오갔다. 평균 20만원의 매출을 꾸준히 올리더라도 30일 내내 장사를 해봐야 600만원이다. 주말에 매출이 늘어난다고 해도 전체적으로 월 700만원을 넘기기가 힘들었단다. 거기다 임대료와 인건비, 수도·전기세, 원두 및 음료 재료비 등을 제하면 매출 750만원을 올려도 주인은 남는 것이 거의 없다.

비싼 임대료와 함께 자영업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주범은 권리금이다. 필자는 권리금을 자산으로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오해라고 지적한다. 권리금은 법적으로 보호되는 ‘자산’이 아니며 오히려 ‘비용’이라고 보는 편이 맞다.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도 아니고 매도인에게 어떤 법적 책임이 부여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 따라서 문제가 생기면 최악의 경우 한 푼도 못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얼마나 벌 수 있는지 꼼꼼히 따져야사실 실패할 가능성이 큰 줄 알면서도 자영업 전선으로 몰리는 것은 별다른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자영업 창업에 나서야 한다면 다음 3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 첫째, 재무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각종 프랜차이즈 사이트에 가보면 예상 수익이라는 수치가 공개돼 있다. 무조건 이를 믿기보다는 철저히 재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누가 대박이 났다든지, 1, 2년 고생하면 좋아질 것이라는 말에 휩쓸려선 안 된다. ‘잘 나가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열면 손가락을 빨진 않겠지’라는 마음으로 시작하면 자신의 삶을 막연한 운명에 맡겨버리는 꼴이 된다.

예를 들어 보증금 권리금을 포함해서 총 비용이 1억원 정도 드는 치킨집을 고려하고 있다고 치자. 본인이 직접 운영하면 노동시간은 최소 하루 12시간이며 연중무휴 쉬는 시간이 없다. 최소 임금 기준으로 연 2000만원이 넘어야 한다. 게다가 부부가 함께 한다면 연 4000만원 이상이 돼야 한다. 여기에 1억원에 대한 은행 이자(연 5% 가정)를 더하면 1년에 4500만원 이상 벌어야 한다. 연 4500만 원이면 월 375만원이다.

결국 1억원을 들여서 치킨집을 열려면 한 달 수입이 최소 400만원은 돼야 한다. 사업 초기에는 그 정도의 수익을 얻기 힘들기 때문에 2, 3년차 수익이 그보다 훨씬 좋아야 한다. 이런 수익을 확보할 수 없다면 치킨집을 열어서는 안 된다. 둘째, 부동산은 발로 뛰어야 한다. 중개인을 통해 매장을 찾는다면 왜곡된 정보를 얻기 쉽다. 공간을 기반으로 하는 음식점, 카페, 호프집, 편의점 등은 후보 지역을 발이 부르트도록 돌아다녀야 한다.

이렇게 다니면서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 필자는 이때 수집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정보는 주변에 사무실이 얼마나 있는가 하는 점이라고 주장한다. 식당이든 카페건 호프집이든 자영업자의 고객은 일반적으로 월급쟁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업에 충실해야 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업의 본질을 구현해 낼 때 진짜 보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하던 일과 관련된 업종을 선택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본격적인 취미활동을 하라는 것. 열의, 시간, 돈을 투자해서 상당한 수준까지 오른 취미생활은 자영업자로 전환할 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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