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Retirement 책에서 배우는 은퇴의 지혜 - 일상에서 작은 일탈을 시도해보라

Retirement 책에서 배우는 은퇴의 지혜 - 일상에서 작은 일탈을 시도해보라



늦은 저녁 퇴근길, 문득 차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마지막으로 배꼽 빠지게 웃어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할 수 있는가. 나의 인생이 무엇을 위해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지 궁금하진 않은가.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바쁜 일상에 치여 생각을 뒤로 미루거나 고민으로만 그치게 된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급급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 ‘삶의 질’에 대한 담론이 점차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또 한편으로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도전이 될지도 모르는 장수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 점점 길어지는 수명에 비례해 삶의 질을 더욱 신경 써야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중 많은 사람은 삶의 무게에 눌려 자신의 인생을 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때 직장과 가정에서 개인이 지고 있는 부담과 책임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어떨까? 리처드 J 라이더·데이비드 A 샤피로가 지은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깨닫게 되는 것들』은 우리의 인생을 여행에 비유하며, 그동안의 여정을 돌아보고 가방을 다시 꾸릴 것을 권하고 있다.



책임과 의무 나눠질 사람 찾아야지금 짊어지고 있는 가방이 너무 무겁진 않은가. 가방을 잠시 내려놓고 그 안의 내용물을 들여다보자. 자녀에 대한 부모로서 책임감,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의무감, 선배로서 귀감이 되는 한편 부하로서 소임을 다해야 하는 직장 애환, 우연찮게 맡게 된 종교모임이나 동호회 장으로서 부담감 등 가방 속 짐은 갈수록 늘어날 할 뿐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어른이 되기만을 기다리다 문득, 이미 어른이됐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렇게 어른으로서 누릴 수 있는 자유와 권리, 반대로 그 이상의 책임과 의무가 주어지면서 우리의 가방은 어느새 정리되지 않은 수많은 짐으로 가득 차게 된다. 이 모든 짐을 짊어지고 고된 여정의 끝에 다다르는 사람만이 이른바 성공과 출세란 이름의 보상을 받는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엄청나게 무거운 짐을 진 채 여행을 하고 있지만, 과연 이 가방 안에 있는 모든 물건이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는 중간중간 반드시 고민을 해봐야 한다. 남이넣었다고 나도 무작정 따라 넣은 짐은 없는지, 더 이상 쓸모가 없는데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 가지고 다니는 짐은 없는지, 혹은 욕심 때문에 못 버리고 있는 짐은 없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라는 것이다.

물론 인생은 기나긴 여정인 만큼 가방 속에 짐이 많으면 언제든 요긴하게 쓸 날이 온다. 하지만 홀로 그 모든 짐을 감당하긴 매우 어려운 일이다. 무거운 짐을 잔뜩 짊어지고 가느라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에서 어떻게 여행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지금 이 가방을 왜 지고 있으며, 이 여행은 왜 하고 있는 걸까?’ 이러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다 보면 결국 ‘나는 무엇 때문에 사는가’란 물음으로 귀결이 된다.

하지만 ‘획일화된 성공기준’과 ‘남의 시선’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살아온 우리들은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기가 쉽지 않다. 누구나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부자가 되고 싶어 하고, 자식은 판검사나 의사가 되길 희망한다. 남들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나잇값을 못한다’거나 ‘남자가 또는 여자가 저래서 되느냐’는 식의 날이 선 비난도 서슴지 않는다.이 모든 것을 떨쳐버리는 데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가방을 고쳐 매면 새로운 짐의 무게로 당장은 여행이 힘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인생 여정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이러한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그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면 역으로 정말 싫어하는 것부터 골라내 보자. 은퇴 후 편안한 마음으로, 진짜 나의 삶을 다시 살기 시작하면 되지 않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연습은 미리부터 하지 않으면 나중에 가서도 하기 힘들어진다. 주변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혼자서 인생을 살 수는 없다.

하지만 남들의 시선이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일로 인생을 허비한다면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는’ 인생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 내게 주어진 책임과 의무가 버거워 짐을 다시 꾸리기로 마음먹었다면 가방을 나누어 줄 사람을 먼저 찾아볼 필요가 있다. 가족이나 친구들, 직장동료에게 솔직히 말하고 도움을 청하라는 것이다. 한국의 가장들은 혼자 모든 짐을 짊어지려는 성향이 강한데, 전통적인 가부장사회에서는 이것이 미덕이었는지 몰라도 현대 사회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를테면 한창 돈을 버는 경제활동기부터 힘든 일을 부부가 서로 나눠야 은퇴 후에도 이러한 패턴이 이어질 수 있다. 무작정 은퇴 이후로 모든 일을 미루면 그전까지의 인생의 무게에 눌려 자칫 부부관계를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인생이 아닌 만큼 가끔은 주위를 둘러보고, 미리부터 옆에 있는 사람과 가방 속 내용물을 공유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다음으로 가방을 든 손을 바꿔 다시 들어봐야 한다. 생활 속에서 작은 일탈을 시도해보는 것이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조금 늦게 출근한다거나, 매일 다니던 길 대신 새로운 길로 가보는 건 어떨까. 틀에 박힌 일상 속에 작은 변화를 주면 생각지도 못한 즐거움이 찾아오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가끔 이벤트를 만들어 스스로 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두 달 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멋진 여름휴가, 일주일 뒤 나오는 보너스 등 단기간의 이벤트는 우리에게 기분 좋은 활력을 준다. 그래야 함께 쉬는 이들에게 길을 물을 수 있고, 긴 인생 여정을 다시금 다듬고 계획할 기회도 생긴다.



“되는데요”라는 자신감 가져야혹시 “되는데요”라는 유행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올 여름 어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작은 논쟁이 벌어졌다. 군대에서 쓰는 24인용 텐트를 한 사람의 힘으로 칠 수 있느냐에 대한 논쟁이었다. 대부분의 군필자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와중에 ‘벌레’라는 아이디의 한네티즌이 충분히 가능하며 원하면 보여줄 수도 있다고 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연할 시간과 장소가 정해졌고, 네티즌들의 관심은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며 각종 협찬이 물밀 듯이 쏟아졌다.

네티즌과 취재진들로 북새통을 이룬 가운데, 결국 내기는 혼자서 24인용 텐트를 친 ‘벌레’가 용마루에 올라 승리의 포즈를 취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당시 이 논쟁을 내기로까지 발전시킨 ‘벌레’의 댓글 “되는데요”는 수많은 네티즌에게 “불가능은 없다”는 도전의 구호처럼 회자되고 있다.

우리의 인생 여정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 갇혀서는 나만의 인생을 살 수 없다. 지금 이 순간 내 가방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또 내 옆에서 나와 함께 여행 중인 사람은 누가있는지, 잠시 멈춰 되돌아보는 건 어떨까?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하나은행, 은행권 최초 홍콩 H지수 ELS 자율배상금 지급

2행안부 “전국 18개 투·개표소 불법카메라 의심 장치 발견”

3 "전국 18곳 사전투표소 등지서 '몰카' 의심 장치 발견"

4토스뱅크, 2개 분기 연속 흑자 달성…‘1000만 고객’ 목전

5전동화 시대에도 인정받는 볼보...EX30, ‘세계 올해의 도심형 자동차’ 선정

6‘따뜻한 자본주의’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14년 연속 배당금 전액 기부

7‘바람의나라’부터 ‘데이브’까지 30주년 맞은 넥슨…그간 기록들 살펴보니

8미국투자이민, 미국 유학생들에게 기회 되나∙∙∙국민이주, 13일 미국영주권 설명회

9KT, 파트너사와 소통·협업으로 AICT 기업 도약 나선다

실시간 뉴스

1하나은행, 은행권 최초 홍콩 H지수 ELS 자율배상금 지급

2행안부 “전국 18개 투·개표소 불법카메라 의심 장치 발견”

3 "전국 18곳 사전투표소 등지서 '몰카' 의심 장치 발견"

4토스뱅크, 2개 분기 연속 흑자 달성…‘1000만 고객’ 목전

5전동화 시대에도 인정받는 볼보...EX30, ‘세계 올해의 도심형 자동차’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