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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irement - ‘남이 어떻게 볼까’란 생각부터 버려라

Retirement - ‘남이 어떻게 볼까’란 생각부터 버려라

나를 중심으로 은퇴 계획 세우고 실천해야 자녀에 대한 부담도 줄여야



힐링(Healing)은 2012년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 중 하나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최근의 유럽발 재정위기 등으로 지속되는 경제불황 속에서 외국에서는 우리나라의 선전을 칭찬하고 있다. 하지만 더욱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승자도 패자도 모두 지쳐 힐링이 필요한 상황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일까. 정치권에서도 경제민주화, 복지 등을 외치고 있고, 더 많이 나누고 함께 누릴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더 많이 가지려 욕심 내지 말라『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의 니어링 부부는 현대 문명에 젖어 인간성, 가치 등을 잊고 사는 많은 현대인에게 더 많이 가지기 위한 일에만 파묻혀 살지 말라고 충고한다. 이들이 말하는 ‘조화로운 삶’은 좀 더 검소하면서도 인간답게 살기를 촉구하며, 그런 방법을 몸소 가르쳐 주는 힐링(Healing)의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헬렌 니어링은 젊은 시절 대도시 뉴욕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요샛말로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였다. 하지만 늘 심오한 삶에 대한 고찰이 깊었던 그녀는 젊었을 때부터 유럽 여러 나라를 자유롭게 여행했고, 한때 철학자 지드 크리슈나무르티의 연인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그녀는 나이 스물여섯에 사회학 교수였던 남편 스코트 니어링을 만나 새로운 삶의 길에 오르게 된다.

두 사람은 대도시 뉴욕의 생활을 청산하고 버몬트 숲과 피납스콧만에 터를 잡고 농장을 일군다. 그렇게 반세기 동안 서로의 빈 곳을 채워가며 ‘땅에 뿌리박은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 몸소 보여줬다. 특히 노동 4시간, 지적 활동 4시간, 친교 활동 4시간을 통한 ‘조화로운 삶(good life)’을 실천했다.

현대 문명의 집약체인 대도시를 벗어나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는 자급자족의 생활을 하면서 가급적 많이 가지기보다는 최소한의 생계를 위한 4시간의 노동만을 했다. 그리고 남은 시간은 명상, 여행, 독서 등 인간다운 삶을 위해 누려야할 것들을 즐기면서 살았다.

최근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본격화 되면서 은퇴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우리 사회의 많은 베이비부머들은 남들 못지않게 잘 되기위해 은퇴 전까지 죽을힘을 다해 달려왔다. 그렇다면 은퇴 후에는 삶에 조금 변화를 주는 게 어떨까 한다. 누군가의 아들 또는 딸, 누군가의 아버지 또는 어머니, 어느 회사의 부장 또는 임원으로서 삶이 아니라 오롯이 자신만의 삶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보면 어떨까. 더 많이 가지려고 인생의 절반을 살아왔으니 나머지 인생의 절반은 니어링 부부처럼 내려놓으면서 살아볼 것을 제안한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내려놔야 할 것은 ‘남에 대한 의식’이다. 다른 사람이 사는 곳, 먹는 음식, 입는 옷과 내가 가진 것을 비교하지 말자. ‘나’를 중심으로 은퇴 계획을 세우고 이러한 계획에 맞춰 생활환경을 바꿔야 한다.

제일 먼저 집 규모를 줄여야 한다. 통계청 조사(2011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50대 가구주는 금융자산(20.7%)에 비해 부동산(76.3%)을 훨씬 많이 가지고 있다. 부동산 자산이 금융자산보다 4배가량 많다. 하지만 매월 월급처럼 받을 수 있는 연금의 가입률은 낮다.

니어링 부부처럼 흙으로 돌아가 검소하게 사는 방법도 있지만, 우리나라 모든 베이비부머들에게 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나의 삶’에 조금 더 집중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평생소득을 통해 죽을때까지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만들 필요가 있다. 남들에게 보이기 좋은 집보다 본인과 배우자에게 적당한 집을 권하는 이유다.

다음으로 내려놓을 것은 ‘자녀에 대한 부담’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자녀가 대학 졸업할 때까지 22년간 들어가는 양육비가 1인당 약 2억6000만원이라고 한다. 자녀가 2명이면 최소 5억2000만원이 넘는 돈이 필요한 셈이다. 이러한 양육비 중 26%가 대학등록금인데, 대학등록금 외에도 대학입학을 위해 상당한 사교육비를 지불하고 있다. 자녀에 대한 교육열이 노후준비를 일정부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자녀 교육비에서 끝난다면 다행이다. 외환위기 이후 취업난과 만혼현상으로 자녀들의 독립시기가 갈수록 늦어지면서, 이젠 성인이 된 자녀에 대한 경제적 책임까지 떠안게 됐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서 한국 부모의 23%가 “자녀가 결혼할 때까지 자녀에 대한 부양책임이 있다”고 응답했다.

2011년 여성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결혼 비용으로 남성은 8000만원, 여성은 3000만원 정도가 든다고 하니, 이 비용까지 더하면 자녀에게 들어가는 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셈이다. 하지만 값비싼 사교육에 화려한 결혼까지 책임지는 것이 반드시 자녀를 위하는 길인지, 나중에 노후준비가 부족해 자녀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 오히려 자녀와의 관계를 소원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 본인의 노후계획을 사전에 자녀들에게 잘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면서 자녀에 대한 지원 규모 수준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버킷리스트 작성해볼 만이렇게 은퇴 후에 ‘내려놓는 준비’를 마쳤다면, 니어링 부부가 그랬듯 자신을 인간답게 힐링(Healing)할 내용으로 그 빈자리를 채우면 된다. 과거 ‘남에 대한 의식’, ‘자녀에 대한 부담’ 등으로 희생해야 했던 자신의 꿈을 찾아갈 것을 권한다. 버려진 시골집을 직접 개조해서 동네 아이들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그런 꿈 말이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개인이 바라는 것이 꿈이라면, 그것이 사회가 원하는 바가 될 때 뜻이 된다. 그래서 뜻을 높이 세워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들에게 다시 한번 뜻을 세워 우리나라에 기여해 주길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요구일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이 자신의 꿈을 꾸기엔 아직도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다.

일주일에 한번은 서점에 들르자. 여전히 책 속에는 새로운 세상과 내 꿈에 대한 해답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를 웃게 만드는 일을 찾자. 좋은 취미는 삶의 의욕을 배가시킬 수 있다. 버킷리스트(Bucket List,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를 작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만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더 좋을 것이다. 오늘,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가족들과 구체적인 미래를 논의해 보는 건 어떨까. 그것이 니어링 부부가 실천한 ‘조화로운 삶’이 될 순 없을 지라도, 은퇴 후 자신을 인간답게 힐링 할 수 있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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