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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Ⅰ - 구본준·주강수 웃고 김택진·허명수 울었다

Special ReportⅠ - 구본준·주강수 웃고 김택진·허명수 울었다

100대 기업 중 60% 영업이익 줄어…금융·태양광·화학업종 CEO 불명예 CEO는 실적에 울고 웃는다. 올 한해 누가 경영을 잘했을까. 본지가 국내 상장사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의 올해 실적과 주가 변화를 조사했다. 조사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한국거래소 자료를 활용했다. 그 결과 100개 기업 중 60곳은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줄었다. 40개 기업은 연초보다 주가가 더 떨어졌다. 주가와 실적을 모두 고려했을 때 주강수 한국가스공사 사장, 서경배 아모레G 회장,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등은 웃었다. 반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허명수 GS건설 사장, 권오철 SK하이닉스 사장 등은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았다.



# 2010년 10월,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위기에 빠진 LG전자에 동생 구본준 부회장을 전격 투입했다. 스마트폰 시장 대응이 늦은 LG전자는 침몰 직전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2010년 LG전자는 매출 55조원에 영업이익은 1764억원에 불과했다. 다음해도 상황은 쉽사리 나아지지 않았다.

구본준 부회장은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독한 LG’다. 구 부회장은 휴대전화 사업부를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올해는 인력을 1000명 넘게 줄이는 조직 슬림화를 단행했다. 동시에 임직원에 “품질을 잃으면 생존 기반을 잃는다는 각오를 가지라”고 주문했다. 마케팅도 강화했다. 체질 개선에 나선 LG전자는 달라졌다. 1~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 정도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대폭 늘었다.

LG전자의 올 1~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0% 가까이 증가한 1조177억원을 기록했다. 본지 조사 결과 LG전자는 시가총액 100위 기업 중 올 1~3분기 영업이익 증가율 2위를 기록했다. 삼성SDI가 768%로 1위였지만, 일회성 이익이라 큰 의미를 두긴 어렵다. 삼성SDI는 올 7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지분을 처분하면서 1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 김택진 엔씨소프트 창립자는 올해 내내 ‘업계를 떠난다’는 루머에 시달렸다. 6월에 엔씨소프트 지분 14.7%를 넥슨에 팔았다.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가 됐고, 김 대표는 2대 주주로 내려앉았다. 실적과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올 1월 2일 30만3000원으로 시작한 엔씨소프트 주가는 1년 사이 반 토막이 났다. 12월 12일 종가는 15만 6000원이다. 실적도 나빴다.

500억원의 개발비를 들여 6월 출시한 온라인 게임 ‘블레이드앤소울’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기존 주력 게임인 리니지와 아이온도 부진했다. 올 1~3분기 엔씨소프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1% 줄어든 345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800억원으로 25% 줄었다. 주가는 48%나 빠졌다. 전망도 안 좋다.

삼성증권 박재석 연구원은 “4분기를 정점으로 실적이 빠르게 둔화될 전망”이라며 “내년 3분기 블레이드앤소울의 중국 매출이 가시화되기 전까지 실적 둔화는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본지 조사 결과 엔씨소프트는 시 총 100대 기업 중 올 1~3분기 주가·매출 하락률 1위로 불명예 2관왕을 기록했다.

본지가 시가총액 100대 기업(12월 10일 기준)의 올 실적과 주가를 조사한 결과 수익성이 크게 나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실적은 올1~3분기 누적 매출·영업이익을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다. 주가는 12월 10일 종가를 연초가(1월 2일)와 비교했다. 조사 결과 시 총 100대 기업 중 전년보다 매출이 늘어난 곳은 70곳이었다.

반면, 영업이익이 늘어난 곳은 40곳에 머물렀다. 특히 전년 동기 대비 영업손실이 20% 이상 늘어난 곳이 33곳에 달했다. 연초보다 주가가 오른 기업은 60곳이었고, 그중 17곳은 주가가 30% 이상 올랐다. 27개 기업은 주가가 10% 이상 떨어졌다.



엔씨소프트 주가·매출 하락률 1위주가상승률에선 한국가스공사 주강수 사장이 돋보였다. 연초 대비 88.5% 올라 1위를 차지했다. 지질학박사인 주 사장은 2008년 12월 취임 후, 해외 자원개발에 공을 들였고 올해 잇따라 해외 가스층 발견 소식을 전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실적도 좋았다. 한국가스공사의 올 1~3월 누적 매출은 26조 63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3% 올랐다. 영업 이익은 9500억원으로 지난해 1~3분기보다 44% 증가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지주회사인 아모레G는 주가상승률 79%로 2위에 올랐다. 해외 제과사업에서 괄목할 성장을 보인 오리온은 주가가 58% 올라 황제주(104만원) 반열에 올랐다. 주가상승률 3위다. 한전K P S(50.9%)와 CJ(48%)는 각각 4, 5위를 기록했다. 반면 최대주주 교체와 실적 부진으로 내홍을 겪은 엔씨소프트는 주가 하락률 1위를 기록했다.

올해 내내 실적부진에 시달린 GS건설은 주가가 42%나 빠져, 하락률 2위에 이름을 올렸다. GS건설 허명수 회장은 올해 ‘해외 시장 개척’을 강조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올 1~3분기 영업이익은 60% 줄었다. 증권가에선 “GS건설의 원가관리 능력이 좋아지지 않는 이상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허명수 회장은 올 연말 인사에서 경영지원총괄(CFO) 지위를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올리고, 재무통인 임병오 GS 경영지원팀장을 선임했다. 올해 장기 파업으로 내분을 겪은 만도는 주가가 38% 떨어졌고, 올해 매물로 나온 한국항공우주는 인수합병(M&A)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가가 34% 떨어졌다.



주가 30% 이상 오른 기업 17곳매출 증가율에선 CJ제일제당 김철하 대표, 삼성엔지니어링 박기석 사장, SK C&C 정철길 대표가 웃었다. CJ제일제당의 1~3분기 누적 매출은 5조39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 늘었다. 영업이익은 1.4%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된 CJ대한통운 실적을 포함하면 매출은 전년 대비 50.7%, 영업이익은 30.4% 늘었다. 각 기업의 공시대로라면, 하이트진로가 매출 증가율 1위(71%)였다. 하지만 지난해 7월 하이트맥주와 하이트진로가 합병한 데 따른 착시효과다.

태양광 관련 기업 CEO들은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이수영 회장이 이끄는 OCI는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29%, 89% 줄었다고 공시했다. 증권가에선 ‘어닝 쇼크’라고 표현했지만, 올해 내내 실적이 안 좋았다. 이 회사의 1~3분기 누적 매출은 2조51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줄었다. 영업이익은 2284억원으로 같은 기간 78%나 감소했다.

특히 주력 부문인 폴리실리콘 실적이 안 좋았다. 이수영 회장은 올 중순 폴리실리콘 제 4~5공장 신규투자 잠정 중단을 결정한 바 있다. 한화케미칼도 우울했다. 한화케미칼은 태양광 업황 부진과 주요 계열사인 솔라원의 실적 악화로 올 1~3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16% 줄었다. 영업이익은 77% 감소했다.

금융회사 CEO들도 올 한 해를 우울하게 끝낼 가능성이 크다. 시총 100대 기업 중 외환은행이 매출 하락률 22.7%로 3위, 우리금융이 4위(-20.6%), 신한지주가 7위(-14.1%), 대우증권이 8위(-13.1%)였다. 영업이익 증가율에선 LG전자(295.7%), 삼성카드(215.6%), LS(128.1%), LG디스플레이(106.4%)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는 각각 89%, 87%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LG디스플레이가 선전했다. LG디스플레이의 올 1~3분기 누적 매출은 20조7000어원으로 전년 대비 17% 늘었다.

지난해 큰 폭의 적자를 봤던 이 회사는 올해 흑자 전환하며 영업이익이 106% 늘었다. 내년 전망도 좋다. 키움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LG디스플레이의 매출 중 수익성이 뛰어난 고부가 가치 제품 비중이 올해 50%대에서 내년 65% 이상으로 늘어날 것 같다”며 “내년 연간 영업이익은 2조1000억원으로 올해보다 342%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디스플레이 한상범 대표이사 부사장은 최근 연말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SK하이닉스는 시총 100대 기업 중 영업이익률이 가장 많이 떨어졌다. 올 1~3분기 매출은 5% 하락했고, 영업이익은 151% 감소했다. 11월 5일 김중겸 사장이 돌연 사퇴해 현재 CEO가 공석 중인 한국전력은 올 1~3분기 매출이 1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47%나 하락했다. OCI, 한화케미칼, 금호석유화학, LG유플러스, 호남석유, 현대미포조선, GS건설, 외환은행도 영업이익률 하락 1~10위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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