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Company - ‘K-코스메틱’으로 뉴요커 사로잡다

Company - ‘K-코스메틱’으로 뉴요커 사로잡다

홍콩·중국·싱가포르·대만·태국 이어 미국서도 인기…2015년 매출 1조 목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널리 회자되며 경영 현장에서 입증된 명제이지만, 경쟁이 치열한 산업 현장에선 막상 적용하기 만만찮은 말이기도 하다. 유수의 서양 브랜드가 시장을 선점한 화장품 분야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전통 한방원료가 가미된 화장품으로 국내에서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기업이 있다.

‘설화수’와 아모레퍼시픽의 이야기다. 아모레퍼시픽의 한방화장품 브랜드인 설화수는 2009년에 단일 화장품 브랜드 가운데 최초로 백화점 매출로만 1000억원을 돌파했다. 2010년엔 설화수 브랜드 전체 매출이 7000억원을 넘어섰고 올해는 85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올해 매출 8500억원 예상아모레퍼시픽은 “2015년에는 1조원 매출을 달성하면서 글로벌 메가 브랜드로 진입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 그리고 태국. 현재까지 설화수가 진출한 나라다. 같은 아시아권뿐 아니라 미국 공략에까지 나서면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인종과 트렌드가 크게 다른 서양 문화권인 미국에서도 통하는 한방화장품의 비결은 뭘까.

권영소 아모레퍼시픽 마케팅 부문 부사장은 “미국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존재하고 지역별·인종별 고객의 요구사항 역시 다르게 나타난다”면서도 “최근 몸‘ 과 마음의 밸런스를 중시하는 트렌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데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모레퍼시픽은 2010년부터 미국에 진출하면서 이 점을 중점적으로 파고들었다. ‘아시아의 지혜’라는 설화수 브랜드 본연의 콘셉트를 미국 시장에서도 그대로 활용한 것이다.

“미국 내 진출 지역 확장도 중장기적인 전략에 따라 이뤄지고 있습니다. 설화수 브랜드의 핵심 타깃 지역이자 수용도가 높은, 아시아계 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설화수의 저변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올해 샌프란시스코와 하와이에 매장을 열었으며, 내년에는 LA와 뉴저지 등에 추가로 열어 미주시장에서 브랜드 입지를 점진적으로 강화할 겁니다.”

아모레퍼시픽의 2010년 미국 진출은 뉴욕에 있는 최고급 백화점인 ‘니먼 마커스’ 입점으로 시작됐다. 시작 단계에서부터 럭셔리 뷰티 브랜드를 표방한 것이다. 니먼 마커스는 각 매장의 인테리어를 엄격하게 규제할 만큼 백화점 자체 콘셉트를 중시하는 ‘깐깐함’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러나 니먼 마커스는 이때 이례적으로 설화수 고유의 꽃살무늬 패턴과 로고 등을 전면에 내세울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런 럭셔리 전략은 트렌드에 민감하며 아시아적 가치에 관심을 갖고 있던 뉴욕 소비자들을 곧바로 사로잡았다. 백화점이 선정한 베스트셀러 제품(Best Pick)으로 설화수 ‘자음생크림(2010년 10월)’과 ‘자정미백크림(2012년 6월)’이 잇따라 선정됐다.

10년 동안 한정판으로 출시됐던 실란 메이크업 제품은 올해 크리스마스 에디션으로 미국 내 최고급 백화점 42개 매장에서 소개돼 호응을 얻었다.

애초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로 동서양의 교류지점인 홍콩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면서 해외 사업 노하우를 쌓을 수 있었다. 설화수는 2004년 9월에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의 각축장인 홍콩에 진출했다. 최초 해외 진출국으로 홍콩을 택한 이유는 설화수를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시키기 위해서였다.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공존하는 홍콩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 중장기적으로 중국과 싱가포르, 대만 등의 성장시장과 미주, 일본 등 선진시장 진출에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250여명의 VVIP 고객이 참석한 홍콩 런칭 행사를 준비하면서 초점을 맞췄던 부분 역시 ‘어떻게 하면 한국의 정서를 느낄 수 있게끔 할까’였습니다.” 이를 위해 ‘한국의 화장 문화 유물 전시회’를 기획하고 경기도 용인 소재의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소장한 한국 여인들의 전통 화장 문화 관련 유물 20여점을 전시했다. 또 1966년부터 이어 온 아모레퍼시픽의 한방화장품 변천사를 쇼케이스로 소개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을 먼저 알려야 한다는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원료에 민감한 홍콩소비자들은 행사 이후 설화수를 ‘귀한 원료를 사용하는 과학적인 한방 브랜드’라고 인식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후 2009년에 럭셔리 브랜드 집결지인 홍콩 침사추이의 캔톤로드에 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어 한국 전통의 한방화장품을 고객이 직접 체험하며 고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권영소 부사장은 “홍콩과 중국 등 중화권은 글로벌 브랜드의 각축장이면서도 아시아의 가치를 담은 브랜드는 찾기 어려웠던 곳”이라며 “설화수 브랜드 태동기부터 한국 전통 의학에 뿌리를 둔 ‘근본적인 케어’를 중시해 즉각적 효능만을 강조하는 타 브랜드와 차별화한 전략이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엄선한 약용 식물인 원료의 안정성과 효능, 독특한 제조기법, 50년에 걸친 우리 한방과학 기술력이 이곳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원인이라 생각합니다.”

홍콩에서의 인기는 가까운 중국으로 확산됐다. 아모레퍼시픽은 2011년 3월 베이징을 시작으로 중국 진출을 본격화했다. 중국 1호 매장을 개점하면서 미디어와 유통 관계자, 유명인, 백화점 VIP 고객 등을 위한 브랜드 체험 프로그램 ‘설화수하우스’를 한 달간 운영해 호응을 얻었다. 인기가 높아지자 가짜 설화수가 제조돼 유통되다가 적발되는 사례도 있었다. 설화수는 베이징의 대표적 명품 백화점인 ‘신광천지’를 비롯해 상하이 등 주요 도시 22곳에서 매장을 열 예정이다.



2015년까지 아시아 4개국 추가 진출이밖에 설화수는 올해 9월 싱가포르와 대만, 10월 태국에 추가 진출하며 아시아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2015년까지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에 추가 진출함으로써 성장거점 지역인 아세안 6개국 모든 곳에서 글로벌 한방화장품으로서의 입지를 굳힌다는 계획이다.

권영소 부사장은 “아모레퍼시픽은 우리나라 화장품 역사를 이끈 리딩 기업으로서 끊임없이 제품과 기술, 서비스의 혁신을 추구했다”며 “철저한 고객중심의 사고로 국내뿐아니라 해외를 바라봤기에 설화수 브랜드도 그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고객을 보다 세분화해 그들의 눈높이에 맞춘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인 것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수분효과가 좋은 ‘수율라인’, 복합 안티에이징 제품인 ‘여민에센스’ 등으로 젊은 고객을 신규 유치하는 한편 최고급 라인 ‘다함설크림’으로 VVIP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권 부사장은 “한방화장품은 한국의 미를 알릴 수 있는 수출 상품으로 최근 정부 차원에서도 화장품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려는 계획을 발표하고 중장기적 지원을 약속했다”며 “설화수가 해외진출의 선봉장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중동 이슈에 출러이는 亞증시…달러·유가만 '고공행진'

2'2000명 증원' 물러선 정부 "내년 의대 신입생 자율모집 허용"

3중동서 전쟁 확산 우려에 국내 건설사들…이스라엘·이란서 직원 철수

4크로커다일 캐리어, 국내 최다 4종 캐리어 구성상품 런칭

5이스라엘-이란 전쟁 공포 확산에 환율 출렁…1380원대 마감

6노용갑 전 한미약품 사장,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으로

7KB금융, 홀트전국휠체어농구대회 지원…“장애인 인식 개선”

8SK하이닉스, 파운드리 세계 1위 ‘TSMC’와 협력…차세대 HBM 개발

9LG전자, 에어컨에 AI 탑재하니 판매량 30% ‘쑥’

실시간 뉴스

1중동 이슈에 출러이는 亞증시…달러·유가만 '고공행진'

2'2000명 증원' 물러선 정부 "내년 의대 신입생 자율모집 허용"

3중동서 전쟁 확산 우려에 국내 건설사들…이스라엘·이란서 직원 철수

4크로커다일 캐리어, 국내 최다 4종 캐리어 구성상품 런칭

5이스라엘-이란 전쟁 공포 확산에 환율 출렁…1380원대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