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Money Tech - 목돈보다 푼돈을 더 아낀다

Money Tech - 목돈보다 푼돈을 더 아낀다

‘작은 돈’이란 꼬리표 붙이지 않고 ‘공돈’이란 생각도 하지 않아



점심을 먹고 자판기에서 커피를 대접하려 했는데 잔돈이 없다. 그래서 고객에게 잔돈을 빌려 커피 두 잔을 뽑고 나니 50원이 남았다. 커피 한잔을 고객에게 건네주고 남은 50원을 돌려주려 할 때 부자와 샐러리맨의 반응은 좀 다르다. 부자는 대부분 50원을 받아서 지갑에 넣는다. 부자일수록 동전지갑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

반면에 샐러리맨의 태도는 다르다. 적지 않은 사람이 ‘뭐 이런 걸 돌려주냐’는 표정이다. 부자를 더 많이 자주 만날수록 차이가 뚜렸해졌다. 한 CEO가 이런 현상에 대한 설명을 명쾌하게 해줬다.

“돈에 무슨 차이가 있어? 돈은 다 똑 같은 돈이야. 그게 1원이든 1억 원이든 내 돈은 내 돈이고 남의 돈은 남의 돈이지. 근데 왜 1억원은 남이 빌려 갔다가 안 주면 기를 쓰고 받으려고 법원까지 드나들면서 1원은 주든 말든 신경을 안 써? 그런 사람에게 돈이 붙겠어?”



부자일수록 동전지갑 챙겨부자들에게 돈은 똑같은 돈이다. 그들은 ‘작은 돈’이라는 꼬리표를 붙이지 않는다. 홍콩에서 ‘상신’으로 추앙 받는 리자청은 “내 돈이라면 1달러를 떨어뜨려도 반드시 줍는다. 내 돈이 아니라면 누군가 1000달러를 집 앞에 버려도 절대로 줍지 않는다”라는 ‘1달러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가 어느 날 골프를 치기 위해 골프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다 1달러짜리 동전을 떨어뜨렸다. 동전은 그만 차 밑으로 들어가 버렸다. 리자청은 그걸 줍기 위해 허리를 굽히고 차 밑으로 손을 넣었지만 동전을 꺼낼 수 없었다. 그 모습을 본 골프장 직원이 동전을 꺼내주자 리차정은 “자신의 돈은 1달러라도 소중히 해야 한다”라며 답례로 그에게 200달러를 주었다.

과장된 사례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절대 아니다. 7년간 PB로서 수입 억~수백 억원대 자산관리를 하며 만난 부자의 공통된 습관이 있다. 바로 ‘1원을 1원으로 생각하는 습관’이다. 부자는 자신을 위해 애쓴 사람에게는 후하게 돈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이유 없이는 단돈 1원도 버리지 않는다.

이런 태도와 습관 때문에 그들은 ‘공돈’이라는 개념이 없고, ‘내 돈’과 ‘남의 돈’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대부분의 샐러리맨들은 13번째 월급이라는 연말정산 환급금을 공돈처럼 생각하고 쉽게 써버리게 마련이다. 남자들은 술을 마시고 여자들은 명품을 사곤 한다.

부자의 관점은 다르다. 연말정산 환급금은 자신이 세금으로 내야할 돈보다 더 냈던 걸 돌려받는 것이다. 그래서 샐러리맨이 마치 누군가가 공짜로 준 돈처럼 허투루 써버릴 때 부자는 종자돈 마련에 보태서 저축을 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샐러리맨은 연말정산 환급금에 ‘공돈’이라는 꼬리표를 붙였고, 부자들은 ‘돈은 모두 똑같은 거다’란 생각을 하기때문에 기꺼이 저축을 하는 습관이 있는 것이다.

부자들은 자신의 판단으로 사업에 투자했다가 실패하면서 돈을 날리면 속은 쓰려도 연연하지 않지만, 누군가에게 빌려준 100만원은 악착같이 받아낸다. 투자했다가 실패하면 그 돈은 손실로 날아간다. 분하지만 자신의 판단으로 한 투자는 깨끗하게 결과를 인정하고 일반인이 책임을 남 탓으로 돌릴 때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2012년 11월 말 지방에서 오랜 만에 올라온 재력가인 한 부인과 점심을 했다. 한사코 손사래를 치시는 겸손한 그와 점심을 먹으면서 부자의 푼돈관리에 대해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미장원에서 근무하던 어렵게 살던 18세 무렵 오랜 친구에게 전화가 왔어. 넉넉한 집안 출신으로 대학을 다니던 친구였지. ‘YMCA에서 만나자’는 친구의 전화를 끊고 약속장소에 나갔는데, 도대체 YMCA 건물을 찾을 수 없었어. 분명히 여기 어디가 맞는데 하며 몇 번을 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결국 미장원으로 되돌아 오고 말았지.”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한 그는 YMCA가 한글로 와이엠씨에이로 써있을 줄 알고 한참 동안 YMCA 건물 앞에서 서성댔다. 부끄러웠기에 물어보지도 못했다. 한글도 겨우 어깨너머로 익혔을 뿐 영어의 A도 잘 몰랐다. 그래서 그는 웃지 못할 그날 사건으로 평생 배움에 한이 맺혔다.

그는 “지금도 한문을 배우고 있어”라며 허름한 가방에서 한문이 쓰여진 연습장을 펼쳐 보여줬다. 그는 친구가 대학에 들어갈 때 일찌감치 미장원 종업원으로 일하며 월급을 차곡차곡 모았다. 처음 몇 달은 일을 배운다며 월급을 떼이기 일쑤였고, 몇 달치가 뒤늦게 나올 때도 많았다. “푼돈이라고, 월급이 작다고 우습게 알면 안 되요. 푼돈일수록, 월급이 작을수록 소중하게 생각하고 무섭게 절약해야 종자돈을 모을 수 있어요.”

그는 미장원에서 받은 월급을 이를 악물고 모아 땅을 샀다. 운이 좋아 몇 년 지나지 않아 구입가보다 몇 배로 가격이 올랐다. 그는 10년 넘게 종자돈을 더 모아서 그 땅에 건물을 지었다. 지금은 매월 2000만원씩 월세가 나오고 금융자산도 제법 굴리는 당당한 부자가 됐다.

“푼돈을 아껴 종자돈을 마련하는 게 정말 중요하네요”라고 커피를 마시며 물었다. “그럼요, 사실 푼돈을 잘 관리할 수 있어야 종자돈도 잘 모으고 부자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몇 천만원의 종자돈도 단돈 100원, 1000원이 모여서 되는 것이고, 제아무리 큰 돈을 모아도 작은 단위의 돈을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은 애써 모은 돈을 한 순간에 날릴 수 있지.”

그는 갑자기 복권에 당첨된 사람 중에 제대로 돈을 지키지 못하는 이유가 푼돈부터 철저하게 관리하는 습관이 안 돼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듣고 보니 나 역시 반성할 점이 많았다. 대부분 양복 입고 일하다 보니,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동전 잔돈이 남으면, 어떻게든 잔돈을 만들지 않기 위해 더 사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말이다. 부자들이 동전주머니를 별도로 가지고 다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푼돈 관리가 자산관리로 이어져부자 고객 중에는 기꺼이 몇 천 만원부터 몇 억원을 기부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음식점에 가거나 지출을 할 때면, 단 돈 1000원을 아끼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부자들이 정말 두려워하는 건 나태해지는 마음, 1원을 우습게 여기는 마음을 경계하는 것이다. 부자들은 돈은 쓸 땐 쓰더라도 단돈 1원이라도 허투루 나가는 건 용납하지 않는다. 꼭 필요 할 때 필요한 만큼만 돈을 쓴다. 지출 습관이 이렇게 철두철미 하기 때문에 푼돈을 대하는 태도는 100억원대 고객이나 1000억원대 고객이나 한결 같은 것이다.

대망의 2013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이것저것 계획을 세운다.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하면 돈이 따라온다는 말은 대부분 맞다. 그러나 어렵게 모은 돈을 지키고 불려가는 것은 푼돈을 어떻게 대하는지 태도와 습관에 상당 부분 달려 있다. 돈을 버는 것과 관리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푼돈을 아껴서 종자돈 마련에 성공했다면, 지출 습관을 확실하게 잡아서 술술 새어 나가는 푼돈부터 경계해야 한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LGD가 해냈다…‘주사율·해상도 조절’ 가능한 세계 첫 OLED 패널 양산

2‘전기차 올림픽’에 LG가 왜 출전?…“영향력 상당하네”

3“포르쉐 안 부럽잖아”...중국 시장 홀린 스웨덴 폴스타

4미국 주택에 스며든 삼성전자 가전…건설사 ‘클레이턴’에 패키지 공급

5포스코그룹, 이차전지소재 사업 강화…‘실리콘 음극재’ 공장 준공

6 서울대·울산대·원광대 의대 교수들, 주 1회 휴진…‘의료 공백’ 심화 조짐

7페퍼저축은행, 제2회 페퍼저축은행배 전국장애인양궁대회 성료

8“극한의 기술 혁신”…삼성전자, TLC ‘9세대 V낸드’ 양산

9SK그룹 경영진 머리 맞대고 ‘리밸런싱’ 고민…최창원 “전열 재정비” 주문

실시간 뉴스

1LGD가 해냈다…‘주사율·해상도 조절’ 가능한 세계 첫 OLED 패널 양산

2‘전기차 올림픽’에 LG가 왜 출전?…“영향력 상당하네”

3“포르쉐 안 부럽잖아”...중국 시장 홀린 스웨덴 폴스타

4미국 주택에 스며든 삼성전자 가전…건설사 ‘클레이턴’에 패키지 공급

5포스코그룹, 이차전지소재 사업 강화…‘실리콘 음극재’ 공장 준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