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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 - 뭉칫돈 채권에서 주식 이동 더딜 듯

Stock - 뭉칫돈 채권에서 주식 이동 더딜 듯

금리 빨리 오르긴 어려워…주식 매수 다소 느는 수준 기대
2013년은 주식의 해가 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지만 채권왕인 빌 그로스는 미국의 어두운 고용시장 전망을 근거로 올해 주식과 채권투자수익률이 모두 5% 미만일 것으로 내다봤다.



환율이 심상치 않다. 특히 엔화 관련 지표들이 급변했다. 엔-달러 환율이 86엔을 넘었고, 원-엔 환율 역시 1250원대에 이르렀다. 두 달이 안 되는 사이에 엔화 가치가 10% 가까이 떨어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원화 대비 엔화 가치는 달러 대비 원화 가치와 비슷하게 1500원대로 강세를 보였다. 이후 원화 가치는 계속 오른 반면 원화 대비 엔화 가치는 1300~1400원대에서 4년 가까이 머물렀다. 최근에 반전이 시작됐고 그 결과가 원화 대비 엔화 가치가 1200원대로 떨어졌다.

원화 대비 엔화 가치가 장기간 강세를 유지한 건 엔화가 달러 대비 강세였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 미국은 일본보다 더 과감하게 금리를 인하했고 유동성도 공급했다. 경기도 불안이 더 심했다. 이를 반영해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75엔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엔화 약세 한국 사업에 미칠 영향 관심최근 이 기조가 바뀌고 있다. 미국 경기는 안정 단계에 들어간 반면 일본은 다시 성장이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일본의 새로운 내각이 유동성 공급을 강화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엔화 약세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과거 추세 전환기였던 1994년에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72%나 떨어졌다.

단순 순환인 경우에도 1999년에는 하락폭이 30%, 2004년에는 20%에 달했다. 이런 사례를 통해 향후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최소 90엔대 중반, 구조가 완전히 전환됐을 경우 110엔대로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는 엔화 대비 원화 가치가 900~1000원대로 오르는 걸 의미한다.

엔화 대비 원화 가치가 오르더라도 모든 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는 건 아니다. 과거 일본과 경합도가 높았던 산업 중 자체 경쟁력이 향상되어 환율 영향이 줄어든 업종이 있다. 산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원-엔 환율이 전체 수출 증가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기까지 했다. 엔화 약세기였던 2005~2007년까지 2년 반 동안 우리나라 평균 수출 증가율이 13.5%였던 반면, 엔 강세기였던 2007년 이후 최근까지도 12.5%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부 산업의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일본과 경합하고 있는 우리 기업 중 제품 단가를 상당 폭 깎아 주면서도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회사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환율 흐름의 중심에 자동차와 전자 부품 업종이 자리 잡고 있다. 자동차는 전통적으로 일본과 높은 경합성을 보이는 산업이다. 금융위기 직후 이익이 크게 늘어났는데 수익성 향상에 환율이 일정 부분 작용한 게 분명하다.

최근까지 환경이 대단히 좋았던 만큼 상황이 악화될 경우 어떤 반응이 올 지 걱정된다. 전자부품 업종은 2000년에 비해 경합도가 세 배 이상 증가했다. 10년 전만 해도 우리 부품 업체의 기술력이 취약해 일본 기업과 경합도가 높지 않았는데, 최근에 기술력이 향상되면서 경합도가 올라간 것으로 분석된다.

2013년 긍정적인 시장 전망의 근저에는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금이 이동할 거란 기대가 자리잡고 있다. 위험자산 선호에 대한 기대가 커질 거란 얘기다. 타당성이 있는 얘기다. 그 증거도 나타나고 있다. 2012년 12월 선진국 시장에서 주식형 뮤추얼펀드 및 ETF펀드에 대한 자금 유입 규모가 80억 달러 증가한 반면, 채권형 펀드에 대한 자금 유입은 10억 달러가 줄었다. 이는 11월까지와 다른 모습이다.

11월 개월 동안 주식형 펀드로 자금 유입이 1300억 달러 줄어든 반면, 채권형 펀드는 2500억 달러가 늘어났었다. 12월 이후 국제적인 자금 흐름 변화는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줬다. 외국인이 12월에 4조원 넘는 순매수를 기록한 게 대표적인 변화 양상이었다.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는 앞으로도 계속될까? 장기 금리 변동에 따른 주가 흐름을 가지고 유추해 볼 수 있다. 미국은 금리 분기점이 주가의 분기점이 된 경우가 많았다. 미국 금리는 1922년대, 1945년, 1980년 세 번의 변곡점이 있었다. 1922년은 5%였던 금리가 23년에 걸쳐 2%까지 내려오는 시작점이다. 금리 하락 초기부터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해 1930년까지 8년간 올랐다.

1945년은 반대로 금리가 저점을 기록한 후 상승하는 출발점이었다. 1945년에 금리가 최저점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1950년까지 5년간 2%가 안 되는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후 금리가 상승을 시작하면서 주가도 함께 올랐다.

마지막은 1980년이다. 1970년대 내내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던 연준이 강력한 정책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종식시키겠다는 방침을 세운다. 기준 금리를 20%까지 끌어올리는 강수를 뒀고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역시 14%까지 상승한다. 주가는 금리 하락이 시작되고 2년이 지난 후부터 상승하기 시작한다. 그동안 미국 다우지수는 1966년 1000포인트를 기록한 후 1982년까지 700~1200포인트를 벗어나지 못하다 1983년에 이 틀을 뚫고 올라간 후 10배 가까이 상승했다.

2012년 8월에 금리 하락 추세가 끝났다. 이번 금리 하락은 32년간 이어졌기 때문에 다른 때와 비교해도 짧지 않다. 하락 폭 역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15%에서 1%대 중반까지 떨어질 정도다. 금리가 오래 하락했기 때문에 빠른 상승 전환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최소 2~3년 바닥을 다진 후 방향 전환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저금리 기조 2~3년 이어질 듯금리 변화로 자금 흐름이 바뀔 수 있다. 2012년까지는 금리 하락으로 자본 이득이 발생했기 때문에 자금이 채권에 묶여 있을 수 있었지만 2013년에는 사정이 다르다. 자본이득에 대한 기대가 실질적으로 사라졌다. 문제는 향후 금리 흐름이다. 현재 저금리는 저성장과 정책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2~3년간 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당분간 자금 흐름 역시 빠르게 변하기 힘들다는 의미가 된다.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금 이동이 시작되겠지만 수준은 시장이 기대하는 수준에 못 미칠 것이다. 2012년 막연하게 얘기되던 시중 유동성 확대가 주식 매수 자금 증가라는 구체성을 띄는 정도에 만족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당분간 거시 변수가 주식시장을 압박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유럽 사태가 이미 1년 전에 수면 밑으로 가라 앉았고, 미국 재정절벽 역시 사실상 해결됐다.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새해 시장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시작되고 있는데 이런 흐름이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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