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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Tech - 주식형 펀드에서 빠진 돈 ETF(상장지수펀드)로

Money Tech - 주식형 펀드에서 빠진 돈 ETF(상장지수펀드)로

수수료 싸고 거래 편리…‘중위험 중수익’ 전략에도 적합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해마다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ETF시장의 순자산은 14조7177억원으로 2011년(9조 9065억원)보다 48.6% 늘었다. 2002년 개설 당시 순자산(3444억원)과 비교하면 10년간 약 43배 성장한 규모다. 삼성증권이 ‘2012년 아시아·태평양 ETF시장’을 분석한 결과 한국 ETF시장은 상장 종목 수가 지난해 12월 27일 현재 135개로 이 지역에서 가장 많았다. 자산 규모도 134억 달러로 홍콩, 도쿄, 오사카에 이어 4위였다.

다만, 개별 종목 수익률에서는 국내 ETF가 다소 부진했다. 상위 30개에 하나도 없었고, 하위 30개에만 14개가 포함됐다. 아·태 지역 전체 ETF시장의 상장 종목 수는 539개로 2011년 말 445개에서 21% 늘었다. 1년 수익률이 좋은 상위 30개 ETF는 모두 주식형으로 29.09~77.5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일본의 부동산과 금융, 자동차업종, 인도의 금융업과 호주·태국의 시장대표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상위권에 올랐다. 반면 하위권에서는 일본의 변동성지수와 연계된 ETF와 한국·호주·일본의 원유 관련 ETF, 한국의 인버스 ETF와 건설·자동차업종 ETF가 자리했다. 수익률은 -75.25~-5.35%였다.



코스피·주식형 펀드 수익률 앞서국내만 따진다면 ETF 수익률이 나쁘지 않았다. 코스피200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ETF의 지난해 평균 수익률은 11.82%였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200이 12.04%로 가장 높았고, 유리자산운용의 TREX200(11.99%), 우리자산운용의 KOSEF200(11.90%)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코스피 평균 수익률이 9.38%,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이 8.33%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더 나은 성적이다.

시장 수익률이 하락할 때 수익이 나도록 설계된 인버스ETF와 건설과 같은 일부 섹터지수 ETF가 지난해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기도했지만 80% 이상은 플러스 수익률을 보였다. 지난해 한 해 동안의 수익률 계산이 가능한 100여개의 ETF 가운데 삼성KODEX콩선물 ETF는 25.67%의 수익률을 거둬 선두에 섰고, 미래에셋TIGER중국소비테마ETF(24.75%) 미래에셋TIGER경기방어ETF(18.95%) 등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시중은행 예금 금리가 3%대인 것을 감안할 때 저금리시대의 대안 투자처로 손 꼽히는 이유다.

ETF의 인기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한해 일반 주식형 펀드에서는 5조30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주식형 펀드 전체로는 6조4000억원이 이탈했다. 반면 지난해 주식형 ETF 규모는 2조8700억원 늘었다.

무엇보다 거래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액티브 펀드는 펀드매니저가 엄선한 종목에 투자한다는 이유로 비싼 수수료를 받는다. 대부분 연 2% 이상의 운용수수료를 부과한다. 그러고도 수익률은 신통치 않다. 지난해 코스피 지수는 9.385포인트, 코스피200지수는 10.85% 올랐다. 그러나 국내 주식형 펀드는 평균 8.33%의 수익을 올려 지수를 따라가지 못했다.

이와 달리 주식형 ETF 수수료는 대부분 0.5% 밑이다. 최저 0.09%만 받는 곳도 여럿 있다. ETF는 주식처럼 상장돼 사고 팔 수 있는데, 주식매매를 할 때 내야 하는 거래세(0.3%)도 면제된다. 환매 절차를 거쳐야 하는 펀드와 달리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고, 이틀 뒤 현금을 찾을 수 있다. 하루 만에 샀다 팔아도 펀드 환매수수료를 내지 않는다.

ETF 상품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시장대표ETF는 물론 레버리지·인버스ETF, 원유·금ETF, 달러선물ETF 등도 있어 시황에 따라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다.

올 들어선 원화 가치 강세가 이어지면서 달러선물에 투자하는 ETF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달러선물ETF는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달러선물의 움직임을 추종한다. 개인 투자자가 달러선물에 직접 투자하려면 예탁금 1500만원을 예치해야 하지만 ETF로 투자하면 몇 만원의 소액으로도 할 수 있다. 단, 원·엔 환율을 바탕으로 한 ETF 상품은 아직 국내에 없다.



펀드 수수료 2%, ETF 수수료 최저 0.09%특히 원화 강세에 베팅하는 상품의 투자 매력이 커지고 있다. 원화가치가 꾸준히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에 따라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로 이뤄진 상품을 고르는 것이다.

우리자산운용 ‘우리 KOSEF미국달러선물인버스ETF’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상품이다. 최근 1년 수익률이 13.59%로 벤치마크 수익률 9.13%를 넘었다. 최근 3개월간 수익률도 5.67%로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1.76%)의 3배를 넘는다.

거래량도 늘고 있다. 원화 가치가 오르기 전인 지난해 6월까지 하루 평균 거래량은 660여주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후 6240주로 거의 10개로 늘었다. 특히 원화 가치가 16개월 만에 1060원을 기록한 1월 2일에는 거래량이 3만511주로 급증했다.

이와 달리 달러가 강세를 띠면 수익을 내는 ‘우리KOSEF달러선물ETF’는 고전하고 있다. 이 상품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4.42%이며 최근 6개월 수익률은 -6.32%를 기록하고 있다. 연초 이후 기관이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화 강세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달러인버스선물ETF’에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몇 만원 정도의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데다 유동성도 풍부해 매매가 비교적 손쉽기 때문이다. 최근 달러당 원화 가치가 1060원대까지 올라 외환당국도 개입에 나섰지만 미국, 유럽, 일본 등 글로벌 양적 완화에 따른 절상 흐름을 거스르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세계적으로 돈이 풀리면서 인플레이션 대비책으로 관심이 여전한 금에 투자할 때도 ETF가 유용하다. 일반적으로 금에 투자할 때 국제시세만 고려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환율의 영향을 무시하면 안 된다. 국제 금 가격은 미국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한국 투자자가 금에 투자할 때 달러당 원화 가치의 영향을 받게 된다.

국제 금 가격이 올라도 원화 가치가 더 많이 오르면 국내 금 현물 가격은 하락할 수도 있다. 실제로 2010년부터 지난해 11월 말까지 금 투자 수익률은 달러 기준으로 53.9%지만 원화로 환산하면 44.3%로 달라진다.

금펀드와 달리 환율 변동을 헤지하고 있진 않지만 금 ETF는 주식, 채권 등 기존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아 분산투자 효과를 극대화하는 효과가 있다. IBK기업은행이 판매하는 대표 금 ETF 상품 ‘미래에셋 인덱스로 골드 특별자산 투자신탁’은 자산 총액의 60% 이상을 금 관련 ETF에 투자하고 10% 이하는 금 선물에 투자하면서 다양한 투자상품의 장점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연간 수익률 6.07%, 3년 수익률 68.34%를 기록했다.

중국 증시가 다시 주목을 받으면서 관련 ETF도 인기다. 국내 최초로 중국본토에 투자하는 한국투신운용의 ‘KINDEX 중국본토 CSI300 ETF’는 코스피200지수와 비슷한 CSI300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거래한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중국 관련 펀드 가운데 중국 본토 증시에 가장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상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중국본토 ETF의 장점은 빠르고 싸다는 데에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중국 상하이 증시에 투자하려면 중국 본토 펀드에 가입해야했다. 중국 본토 펀드는 환매기간이 짧게는 열흘, 길게는 한 달 가량 걸려 환금성에 제약이 있고, 관리 비용도 연 2%가 넘어 비싼 편이다. 반면 중국 본토 ETF는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있고, 수수료도 연 0.7~1% 정도여서 본토 펀드의 절반 수준이다.

한국투신운용 김형도 ETF운용팀장은 “CSI300는 상해와 심천 주식시장에 상장된 종목 중 300개를 지수화하고 금융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고 산업별 분산이 잘 돼 있어 안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상품은 지난해 11월 29일 상장 후 1개월간 12.1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중국 증시는 정책·수급·경기의 3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올해 상승 가능성이 크다. 상하이종합지수가 15% 이상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함정도 있다. 수요가 한꺼번에 많이 몰리면 거래 가격이 실제 펀드 가치보다 비싸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ETF의 순자산은 현재 1만2000원인데, 현재가가 1만3200원이라면 프리미엄이 10%가량 더 붙은 셈이다. 프리미엄을 이만큼 주고 산 투자자는 그렇지 않은 투자자보다 수익을 볼 확률이 낮아진다.



해외 채권형, 복합국가주식형 등 신상품 검토환헤지가 안 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일부 해외 펀드는 환율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환헤지를 걸지만, 중국 본토 ETF는 환노출 상품이어서 위안화 가치가 오르면 수익은 더 오르지만, 반대일 때는 수익이 줄어든다. 중국 본토 ETF는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ETF와 달리 거래 차익에 대해서는 15.4%의 세금을 내야 하고,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라는 점도 알아두는 게 좋다.

국고채에 투자하는 상품도 눈 여겨 볼 만하다. 우리자산운용은 10년 국고채에 레버리지 전략을 더한 상품인 ‘KOSEF 10년 국고채레버리지 ETF’를 내놨다. 이 상품은 10년 국고채지수 일간변동률의 2배수로 연동되도록 10년 국고채 현물과 10년 국채선물을 편입해 운용한다. 이 상품은 일반 채권ETF에 비해서는 고위험 상품이지만 주식형 레버리지ETF를 비롯해 코스피200 등 시장대표지수 ETF보다는 낮다.

10년 국고채 레버리지 ETF 투자는 듀레이션(채권에 투자된 원금이 회수되는데 소요되는 기간) 확대해 20년 국고채현물 투자와 유사한 효과를 낸다는 게 특징이다. 우리자산운용 관계자는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접근이 어려운 만기가 긴 국고채에 대한 간접투자 기회를 제공한다”며 “주식과 부동산 등 위험자산에 편중돼 있는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할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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