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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d - 미운 오리새끼 베트남 펀드 백조 될까

Fund - 미운 오리새끼 베트남 펀드 백조 될까

한달 평균 수익률 11.7%…경기부양책 발표로 부동산·금융업종 수혜



지난해 베트남 VN지수는 18% 상승했다. 낮은 수치는 아니지만 필리핀과 태국 증시가 같은 기간 각각 33%, 36%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올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필리핀과 태국 증시가 연초 대비 각각 3.5%, 1% 상승에 그친 반면 베트남 증시는 11% 넘게 올랐다.

한국투자증권 윤항진 연구원은 “베트남 정부가 정책금리 인하와 부동산·주식 시장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 들자 베트남 개인투자자와 외국 투자자가 증시로 빠르게 몰려들면서 지수가 반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덕분에 베트남 펀드 수익률도 오르고 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월 15일 현재 베트남 펀드(해외 주식형 혼합펀드) 6개의 1개월 평균 수익률은 11.7%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3.9%)을 웃도는 수치다.

개별 상품 중에는 동양자산운용의 ‘동양베트남민영화혼합1’ 펀드가 17.8% 수익률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이 펀드는 투자 자산의 최대 95%를 베트남 주식과 국영기업 중 민영화 비상장 주식, 채권 등에 장기 투자하는 상품이다. 설정 후 1~2년 차에는 상장 전 유망 기업을, 3~4년 차에는 보유 비상장 주식과 상장하는 기업에 주로 투자한다.

동양종합금융증권 관계자는 “베트남의 상장기업에 주로 투자하고 있는 일반 베트남 펀드와 달리 베트남 비상장 주식에 주로 투자한다”며 “앞으로 기대수익 측면에서 더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3.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외국 기업 투자 늘어이어 ‘동양베트남적립식증권투자신탁1(주식혼합)A’ 펀드가 17.7%의 수익률로 뒤를 이었다. 이 펀드는 베트남 증권사인 사이공증권(투자 비중 8.3%), 가스회사 페트로베트남(7.8%), 가구업체 황안야라이(6.3%) 등 업종 대표주에 투자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베트남증권투자회사1’는 14.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베트남 증시에 상장돼 있는 금융이나 에너지주 등에 투자하는 이 펀드는 2006년 설정 당시 폐쇄형 펀드(은행 정기예금처럼 만기일이 정해져 있어 중간에 환매할 수 없는 구조)였지만 2010년부터 언제든 환매가 가능한 개방형으로 바꿨다.

개방형으로 전환하면 펀드 투자자들은 별도 수수료 없이 환매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 윤항진 연구원은 “부동산이나 은행 등 정책 수혜 업종이 최근 베트남 증시 강세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무역 적자와 물가 상승이 지속되면서 베트남 증시는 2007년 이후 하락세를 이어갔다. 2008년 금융위기까지 찾아오면서 2007년 1100까지 올랐던 지수는 2009년에는 200대로 떨어졌다. 여기에 베트남 화폐인 동화 가치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30% 이상 절하되자 베트남 펀드의 손실 폭은 더 커졌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베트남 정부가 금융, 부동산 등의 정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베트남 금융당국은 외국인 투자 규제장벽을 완화키로 했다. 베트남 기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 보유 한도를 49% 이상으로 높이고 증시 일일 가격 변동 상한선을 현행 5%에서 7%로 변경하기로 했다.

또 베트남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된 은행권 부실채권을 줄이기 위한 작업도 한창이다. 베트남 정부는 국영회사 지분을 매각하고 부실채권도 처리하기 위한 자산관리공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부실채권 비율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8.82%이다. 해외 기업의 투자도 늘면서 베트남 경제도 꿈틀대고 있다. 1월 9일 미국 사모펀드 콜버그크라비스로버츠(KKR)는 베트남 최대 재벌그룹인 식품계열사 마산컨슈머에 2억 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이는 사모펀드의 베트남 기업 직접투자 사상 최대 규모다.

전문가들은 베트남 증시의 상승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베트남 증시 투자 매력이 커진 만큼 베트남 증시는 지난해 고점(488.1)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이윤학 신사업전략부 이사는 “베트남은 높은 성장 잠재력과 변동성 위험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면서 “현재 베트남 증시가 안정적인 수익 흐름을 보이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부양책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경기부양책이 베트남 경제에 희소식이지만 5년 평균 7~8% 수준에서 2011년 5%로 떨어진 경제성장률을 다시 높이려면 정부가 보다 강도 높은 경제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비용이 커지고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지난해 하노이 시내 기업 5만8000곳 중 70%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수익률 오르면 조금씩 환매할 만더구나 베트남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더라도 베트남 VN지수가 고점을 기록한 2006~2007년 펀드에 가입한 국내 투자자들은 원금 회복이 장기간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올해 베트남 증시가 올랐지만 펀드 설정 당시 원금은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실제로 한국투자신탁운용이 2006년 6월 말 내놓은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혼합증권투자신탁1’ 펀드는 설정일 이후 -49.5%의 손실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상품은 폐쇄형으로 출시됐지만 한국투자신탁운용이 투자 손실을 만회할 때까지 펀드를 운용하겠다며 2011년 해당 상품의 만기를 5년 연장했다. KB자산운용의 ‘KB베트남포커스95증권투자신탁(주식혼합)A’도 45.8%의 손실을 냈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오르고 있는 만큼 기존 가입자들은 적절한 환매 시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신영증권 오광영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베트남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는 만큼 펀드 수익률이 좋아질 때 조금씩 환매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베트남 증시의 규모가 작은 만큼 신규 투자를 하려면 포트폴리오와 현재 베트남 상황을 살펴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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