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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 - 침체기엔 고배당 종목 주목하라

Stock - 침체기엔 고배당 종목 주목하라

미국·일본서도 저금리-저성장기에 많이 올라 … 국내 증시는 당분간 어려울 듯



선진국 증시가 상승한 반면 한국 시장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그동안 등락 폭에 차이가 있었을 망정 동조화라는 기본 틀은 유지되던 것과 대조된다. 이런 조짐은 지난해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리 시장이 연간 9% 상승하고, 등락 폭이 15%에 머무는 동안 선진국은 두 자리수의 상승을 기록했다. 이런 추세가 올해 들어 더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해외 증시 회복되는데 왜 우리 증시만 …두 가지 생각을 해봐야 한다. 먼저 미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넘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1989년 4월 한국 시장이 처음으로 1000포인트를 넘었다. 그리고 이틀 후 주식시장은 3년에 걸친 대세 하락에 들어갔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다. 주가 하락이 시작되기 한해 전에 이미 경제가 둔화되기 시작했음에도 주식시장은 상승을 이어가 결국 1000포인트를 돌파했다.

이를 통해 주식시장은 방향을 한 번 정하면 의미 있는 분기점을 넘은 후에야 추세가 꺾이는 속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주가 상승이 경기 회복과 과잉 유동성에 힘입어 이뤄지고 있지만, 앞에서 얘기한 주가 속성도 무시할 수 없다. 선진국 시장이 하락세로 기운다 해도 그 시점은 최소한 사상 최고치를 넘고 난 후가 아닐까 생각된다.

미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로 향해 가는 동안 한국 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과거라면 쓸데없는 질문이겠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연초 이후 주가 동향을 보면 선진국 시장이 꾸준히 상승하는 동안에도 우리 시장은 계속 후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 선진국과 국내 시장 사이에 차별적 흐름이 계속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주가 차별화의 밑바닥에 경제가 자리잡고 있다. 국내 경제는 이미 정점을 기록한 반면 선진국은 회복 국면을 지속하고 있다. 기업 실적에도 차이가 있다. 그동안 발표된 4분기 실적을 종합하면 미국은 예상을 넘는 성적을 거둔 반면, 우리는 삼성전자 외에 인상적인 숫자를 내놓은 기업이 없다.

문제는 선진국 시장의 상승이 마무리된 후다. 아주 나쁜 그림으로 생각하면 그나마 국내시장을 유지해 오던 힘의 한 축이 무너지면서 선진국 시장보다 더 빠르게 하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래 저래 지금은 쉽지 않다.

수급이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1월 들어 외국인 매도가 강해지고 있고, 프로그램 매매도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다.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주가 상승은 해외 경기회복과 수급 개선이 큰 역할을 했다. 해당 기간 8조원에 달하는 프로그램 순매수와 5조원에 육박하는 외국인 순매수가 있었다. 수급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매수가 매도로 바뀔 때나 반대로 매도가 매수로 바뀔 때 가장 커진다.

당분간 외국인 매도가 계속될 전망이다. 흔히 환율이 외국인 매수에 영향을 미친다고 얘기한다. 그렇다면 지금은 나쁜 상황이 아니다. 원화의 추가 절상이 예상되지만 현 수준도 주식시장에 부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주가다. 선진국 주가 상승과 국내 시장 약세가 맞물려 외국인 매수가 상대적으로 해외 시장으로 쏠린다.

여기에 경제 상황 차이도 작용했다.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글로벌 평균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경기가 2년 연속 세계 수준보다 떨어지는 건 유례가 없는 일이다. 외국인 매수 요인이 매도 요인보다 힘이 약하다. 국내 기관은 작년 말에 비해 힘이 많이 떨어졌다. 당시는 연기금이 연간 한도를 채우기 위해 매수에 진력하던 때지만 지금은 그런 수요가 없다. 국내 기관을 통한 수급 상황이 개선도 기대하기 힘들다.

배당할인 모형에서 주가는 배당과 요구수익률, 성장률에 의해 좌우된다. 주가에 대한 요구수익률과 성장률이 당분간 줄어들 가능성이 커서 배당률이 높은 기업에 시장의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률 둔화는 저성장 때문이다.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5년간 평균치가 1989년 11%를 정점으로 계속 낮아져 최근에 3%로 떨어졌다. 저성장이 워낙 구조적인 만큼 당분간 성장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다. 요구수익률 둔화는 저금리 때문에 발생한다. 저금리의 근본 원인이 성장 둔화에 있지만 정책 부분 역시 낮은 금리에 일조를 했다.

정책이 변하려면 저금리에 따라 물가가 상승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야 한다. 전 세계가 디플레이션 환경 아래에 있어 인플레를 기대하기 힘들다. 여기에 경기 부양이란 현실적 필요가 더해져 팽창적인 통화정책이 2~3년 이상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저성장-저금리 시기에 고배당 주식이 강세를 보이는 건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나타난 현상이다. 1950년대에 미국 주식시장은 대공황의 여파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보수적인 투자가 성행했다. 성장이 높지 않고, 금리가 45년 저점 이후 5년 넘게 2%대 초반을 벗어나지 못해서다. 당시 미국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던 종목은 높은 배당을 주는 회사들이었다.



고배당 성향의 KT·SK텔레콤·한국전력 주가 탄력일본은 1990년대 이후 이런 상황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2001년부터 일본 고배당주의 성과를 추적해 보면 경기에 관계없이 시장에 비해 높은 성과를 거둔 걸 알 수 있다.

또 토픽스 500에 속하는 종목을 다섯 단계로 나눠 배당률·주가수익비율(PER)·주가순자산비율(PBR) 각 항목에서 상위 20%에 속하는 기업과 하위 20%에 속하는 기업의 수익률 격차를 추적해 봐도, PER이나 PBR의 경우 두 그룹 사이의 수익률 차가 시간이 지나면서 꾸준히 줄었다. 반면, 배당률은 오히려 증가했음을 볼 수 있다. 저성장-저금리가 오래 지속되면서 일본 시장에서 전통적 투자지표보다 배당의 영향력이 강해졌음을 알 수 있다.

최근에 우리 시장에도 이런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KT·SK텔레콤·한국전력처럼 전통적으로 배당률이 높은 종목의 주가가 상승했다. 한국가스공사는 이미 작년에 급등했다. 이들 종목이 15년 가까운 침체를 뚫고 상승 전환한 데에는 경기 방어적인 성격 외에 높은 배당이 역할을 했다.

상황이 어려워진 만큼 투자 패턴이 보수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 전통적인 투자지표에서 조금 더 나아가 다양한 투자 방법을 고려해 봐야 한다. 지금은 한 지표에 의지하기 힘들 정도로 시장 에너지가 빈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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