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유니클로는 직원들의 무덤?

유니클로는 직원들의 무덤?

장시간 격무에 잔업까지 … 3년 내 이직률 50%



“유니클로 옷을 입은 사람 일어나 보세요. 그 사람이 채용 1차 후보입니다.” 대형 캐주얼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와 지유(GU)를 보유한 퍼스트리테일링의 롯폰기 도쿄본부에서 2월 8일 신입사원 채용 이벤트가 열렸다.

이 회사의 야나이 타다시 회장이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하자 800명 남짓한 대학생은 저마다 자신이 입은 옷을 확인하며 웅성거렸다.

‘세계 제일 글로벌 리더 모집’이라고 적힌 채용 팸플릿에는 사원들의 웃는 얼굴이 새겨져 있다. ‘입사 1년 반 만에 프랑스로’ ‘방글라데시에서 소셜 비즈니스 창업’ 등과 같은 내용에 지원자들은 눈을 반짝였다.

그러나 이날 이벤트에서 드러나지 않은 사실이 있었다. 최근 몇 년 간 유니클로 신입사원의 3년 내 이직률이 50%에 달한다는 점이다.

수백 명 단위로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대기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수치다. 일본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급성장했지만 성공 뒤에 숨은 불편한 진실이다.



성공 뒤에 숨은 불편한 진실“일요일은 늘 철야였어요. 가게를 닫고 나서 아침까지 레이아웃 작업 계획을 짰다” “매뉴얼을 외우는 일만으로도 일이 엄청났어요. 오로지 상품 진열과 상품 정리로 하루를 보냈죠”. 유니클로에서 일하다 그만둔 20대 여성 A·B씨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유니클로는 다른 의류 브랜드와 달리 재고는 모두 가게 앞 쪽에 늘어놓는다.

점장으로 일한 한 사람은 “점포에서 작업량이 다른 브랜드보다 엄청나게 많다”고 단언했다. A씨는 “유니클로가 내 생활의 전부였다”고 당시를 회고한다. 그는 “입사 후 대형점에서 일할 때는 그나마 나았지만 직원 수가 적은 소형점에서는 매일 14시간씩 매장에 묶여있었다”고 말했다.

유니클로는 직원의 월간 노동시간을 최장 240시간으로 정해놨다. 사내에서 ‘최장 240시간’은 성수기든 신규 오픈점이든 깰 수 없는 ‘절대 룰’로 일컬어진다. 이를 초과하면 출근정지 처분을 받거나 엄한 지도 교육을 받는다. 현역 점장인 C씨는 지난해 12월 하루 12시간씩, 23일간 근무했다. 총 276시간이지만 C씨는 출근 카드에 240시간만 적어냈다. 회사가 내릴 처분이 두려워서다.

유니클로가 최근 한 소송에서 법원에 제출한 ‘2010년 11월 점장급 직원의 월간 노동 시간’ 자료에 따르면 신입 점장의 노동시간은 짜맞춘 것처럼 240시간이었다. 하지만 240시간 이내에 업무를 끝낼 수 없을 정도로 일이 많다. 자연히 잔업이 필요하다. 다만 적어내지 않을 뿐이다.

회사 측이 잔업을 엄격하게 금지한 때문이다. 유니클로는 잔업이 발각되면 강등 또는 점장 자격 반납 같은 인사 처분을 한다. 실제로 장기간에 걸쳐 직원에게 잔업을 강요하거나 묵인한 점장에게 퇴직을 권유한 사례가 있다. 일은 많은데 240시간 내에 일을 끝내야 하는 모순은 점장 혼자 감당해야 한다. 직원들에게 일을 시킬 수도, 안 시킬 수도 없는 묘한 처지인 것이다.

유니클로는 각 점장을 ‘독립된 사업자’로 본다. 일본 현행법상 노동시간 관리가 필요없는 관리감독자로 취급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점장이 실제로 하는 일을 보면 ‘이름뿐인 관리직’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이 회사는 점장이 주당 60시간 이상 회사가 제시한 ‘관리 업무’를 행하도록 규정했다. 주로 판매와 직접 관련이 없는 회사에서 하달된 일이다. 회사 측은 부하 직원이나 스탭(준사원이나 파트타이머)에게 현장 업무를 위임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한다.



우울증 호소하는 직원 늘어그러나 소형점에서는 직원수가 부족해 관리업무를 나눠 맡을 부하 직원 자체가 없다. 점장의 권한도 크지 않다. 진열대 설치나 상품진열방법 등은 색상 나열순서까지 회사에서 정해준다. 점장의 재량권은 기껏해야 재고 발주나 스탭을 채용하는 정도다. 채용 때 시급도 회사 측이 결정한다. 그 외는 회사의 지시, 복수의 점포를 총괄하는 수퍼바이저의 지시, 그리고 매뉴얼에 따라 움직인다. 점장이라는 그럴듯한 타이틀이 붙고 관리·현장업무로 밤낮없이 뛰지만 급여는 연 400만엔 정도에 불과하다.

유니클로처럼 많은 점포를 보유한 소매기업에서 점장을 관리감독자로 봐야 하는지는 법률적으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점장이 관리감독자에 해당하는가에 관한 대표적인 분쟁 사례는 ‘일본 맥도널드 사건’이다. 일본 맥도널드 역시 점장이 스탭을 채용하고 근무 시프트 작성 등 관리업무를 담당한다. 일본 법원은 ‘점장은 영업시간이나 상품 종류·가격 등을 본사 방침에 따르고, 기업 전체의 경영 방침에도 관여하지 않는다’며 관리감독자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이 사건에서 원고 측 대리인으로 일한 나츠메 이치로 변호사는 “유니클로 점장 역시 한 명의 직원으로 현장 근무 비율이 높고, 본사 직원에 비해 충분한 보수를 받는다고 하기 어렵기때문에 관리감독자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니시타니 사토시 오사카시립대 법과대 교수 역시 “설령 점장이 관리 업무만 담당하더라도 관리감독자임을 부정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현장 업무 비중이 크면 행정 해석·판례·학설 어느 것에 비춰보더라도 관리감독자가 아니란 것이다.

최근 취업을 희망하는 대학생이 가장 주목하는 데이터 중 하나는 ‘3년 내 이직률’이다. 유니클로의 채용 팸플릿에는 이 데이터가 없다. 유니클로 측은 취업 포털사이트의 통계조사에도 2005년 이후 응답하지 않았다. 동양경제가 유니클로의 노동 환경에 관한 취재에 들어가자 회사 측은 처음으로 해당 데이터를 공개했다.

2007년 신입사원 37.9%가 3년 내에 이직했다. 2008년 입사자의 46.3%, 2009년 입사자의 53%가 회사를 떠났다. 2010년도 47.4%로 비슷한 추세를 유지했다. 2011년 입사자는 2년 만에 이미 41.6%가 회사를 그만뒀다. 당연히 동종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직원도 늘었다.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유니클로 정규직 휴직자 중 42.9%가 우울증을 앓았다. 전체 정규직 사원 중 약 3%가 정신질환으로 휴직한다는 얘기다. 민간조사기관인 노무행정연구소가 실시한 ‘기업의 정신건강대책에 관한 실태조사(2010년)’에 따르면, 일본 기업에서 정신건강 악화로 1개월 이상 휴직한 정규직 사원의 비율은 평균 0.5% 정도였다. 대기업으로 좁히면 수치는 더욱 낮아진다. 유니클로가 월등히 높다.

이유가 뭘까? 동양경제가 취재한 현역 사원이나 전직 사원은 한결같이 유니클로의 ‘못하겠다고 말할 수 없는 사풍’ ‘변명을 허용하지 않는 문화’ 등을 지적했다. 유니클로는 한때 글로벌 경영을 외치며 해외 개척과 영어 공용화로 주목 받았다. 자연히 외국계 기업과 사내 분위기가 유사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회사의 노동 환경이나 인재육성 방법은 오히려 ‘체육계’의 성격이 강하다. 외국어에 능통해 해외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유니클로에 지원한 B씨는 입사 후 회사 이미지가 너무 달라 놀랐다. B씨는 입사 직후 점포를 방문한 수퍼바이저에게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야단을 맞았다.

점포 내 휴게실에 들어갈 때에는 부동 자세로 “실례하겠습니다”라고 큰소리로 인사를 해야 했다. 부하에 대한 지나친 지도도 끊이지 않는다. 2008년 나고야 매장에서는 점장이 점장대행으로 일하는 직원을 폭행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이 직원은 회사관리부장으로부터 “이 자식, 때려죽일까 보다”라는 폭언도 들었다.



근로시간 190시간으로 단축 검토회사 측은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고 주장한다. 최근까지 인사담당 임원을 맡은 와카바야시 타카히로 그룹 집행위원은 “장시간 노동과 잔업을 없애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현재 240시간인 월간 노동시간 상한선을 일반 기업의 노동시간 평균에 가까운 190시간으로 줄이는 방안도 검토한다.

점포 작업량이 200시간 정도면 충분하다는 발상에서 나왔지만 직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일이 너무 많다. 점장은 지난해 말부터 주말 세일을 확대한 것도 부담스럽다. 토·일요일 모두 진행한 주말 세일을 금요일과 월요일로 확대한 것이다. 이에 따른 업무량 증가가 월 80~100시간 정도에 이른다. 연말 특별 마케팅으로 진행된 ‘4일 연속 세일’은 갑자기 결정됐기 때문에 미처 스탭을 확보할 시간이 없었다.

본사나 슈퍼바이저로 일한 경험이 있는 베테랑 점장이라면 모를까 입사 3년 이내의 젊은 점장은 이런 현장의 어려움을 본사에 얘기할 수 없는 처지다. 점장의 최대 사명은 ‘점포의 매출과 이익 극대화’다. 당연히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

점장대행으로 일한 전 사원 E씨는 “점장 시험 면접을 치렀을 때 현재 인건비로는 점포 운영이 어렵다는 주장을 솔직히 털어놨다가 탈락했다”며 “이후 상사로부터 ‘그런 식으로 변명해서는 합격할 수 없다’는 피드백을 받았다”고 말했다. 현역 점장인 C씨 역시 “본사에 점포의 현실을 전하면 ‘성장 의욕이 없다’는 낮은 평가를 받을 뿐”이라며 “매출과 이익이 평가와 직결되는 만큼 현장에서 불만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유니클로 경영진은 우선 일본에서 점장을 경험한 사원을 해외에 보내는 커리어 플랜을 구상했다. 그러나 이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해외에 보낼 만한 인재는 일본에서 근무하는 동안 실망해 회사를 떠났다. 왜 실망했는지는 위에서 살펴본 대로다. 열악한 노동환경과 구조에 ‘이야기할 수 없는 사풍’이 있다.

이 부분이 바뀌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장시간 노동은 계속될 것이고 더 많은 직원들이 회사를 떠날 것이다. 이번 채용이벤트에서 유니클로 경영진은 ‘채용은 곧 인재를 키우는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전자담배 발명 보상 못받아”…KT&G 前연구원, 2.8조 소송

2전신 굳어가지만…셀린디옹 “어떤 것도 날 멈추지 못해”

3검찰, ‘신림 등산로 살인’ 최윤종 2심도 사형 구형

4中알리, 자본금 334억원 증자…한국 공습 본격화하나

5CJ대한통운, 편의점 택배 가격 인상 연기…“국민 부담 고려”

6 일본 후쿠시마 원전, 정전으로 중단했던 오염수 방류 재개

7호텔 망고빙수, 또 최고가 경신…13만원짜리 등장

8지오엘리먼트, 제2공장 준공…공모자금 150억원 투자

9경북경찰, "음주운전 신고" 협박해 금품 갈취한 일당 검거

실시간 뉴스

1“전자담배 발명 보상 못받아”…KT&G 前연구원, 2.8조 소송

2전신 굳어가지만…셀린디옹 “어떤 것도 날 멈추지 못해”

3검찰, ‘신림 등산로 살인’ 최윤종 2심도 사형 구형

4中알리, 자본금 334억원 증자…한국 공습 본격화하나

5CJ대한통운, 편의점 택배 가격 인상 연기…“국민 부담 고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