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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nivore TELEVISION - ‘왕좌의 게임’이 다시 시작됐다

Omnivore TELEVISION - ‘왕좌의 게임’이 다시 시작됐다

베스트셀러 소설 시리즈 ‘얼음과 불의 노래’ 원작의 인기 판타지 드라마



HBO의 판타지 드라마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은 2011년 첫 방송이 나갔다. 전 세계인의 집단의식 속에 순식간에 자리잡았다. 종종 잔혹하게 난폭하고 숨막히게 아름다운 시리즈다. 시청자를 TV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원작은 조지 R R 마틴의 장대한 베스트셀러 소설 시리즈 ‘얼음과 불의 노래(A Song of Ice and Fire)’다. 웨스테로스에 있는 세븐 킹덤즈의 ‘철의 왕좌(Iron Throne)’를 쟁취하기 위한 피비린내 나고 무시무시한 전쟁을 묘사한다. 가상의 세계인 웨스테로스는 중세 유럽과 닮은꼴이다.

유럽이 과거 마법, 용, 그리고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고대 악마의 고향이었다면 말이다. 그러나 대다수 판타지 스토리와는 다르다. ‘왕좌의 게임’이 보여주는 복잡한 도덕성은 단순히 ‘선과 악의 대결’ 구도보다 훨씬 더 미묘하다. 악인이 보상을 받는 반면 선한 사람은 죽음을 당한다. 유죄 앞에 무죄가 무릎을 꿇는다. 모두가 저마다 어떤 속셈을 갖고 있다. 가장 아름다운 미소 뒤에 칼이 숨겨져 있다.

‘왕좌의 게임’ 시즌 3가 3월 31일 미국 HBO 채널에서 시작됐다. 마틴의 시리즈 중 아마도 가장 사랑 받는 ‘성검의 폭풍(A Storm of Swords)’을 토대로 한 10회 방송분이다. 장장 1000쪽에 달하는 이 묵직한 소설은 지금까지 나온 시리즈 5권 중 단연 가장 복잡하게 얽힌 내용이다. 수십 명의 해설자와 여러 대륙을 가볍게 넘나드는 대하 드라마다. 찌는 듯이 무더운 슬레이버스 만으로부터 장벽(the Wall) 너머 저편의 얼음처럼 차가운 땅까지를 아우른다. 그 사이 동맹이 형성됐다가 붕괴되고 목숨이 날아가고 음모가 꾸며진다.

그런 기념비적인 픽션 작품을 스크린에 옮기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제작 책임자 데이비드 베니오프와 D B 와이스는 지금까지 뛰어난 능력을 보여줬다. 골수팬들의 기대와 스토리의 요구 간에 균형을 잡았다. 그리고 도스라키 언어와 하이 발리리안 언어 간의 뉘앙스 차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시청자들을 충분히 배려했다. 특히 연속되는 시리즈의 각색은 유동적이고 변화가 많다. 이 드라마의 제작책임자들은 대체로 콘텐트를 바꾸고, 줄이고, 새 소재를 개발해 주간 TV 시리즈의 테두리 안에 줄거리를 끼워 맞추는 능력을 입증했다.

시즌 3는 마틴의 ‘성검의 폭풍’ 중 대략 전반부를 묘사한다. 베니오프와 와이스에게 지금까지 가장 큰 숙제를 던져줄 전망이다. 지난 시즌 클라이막스를 이룬 블랙워터 전투 이후 양 진영이 뒷수습을 시도하는 과정이다. 새로운 시즌의 첫 4회분이 첫 방송에 앞서 평론가들에게 제공됐다. 문학을 비주얼과 결합하는 비상한 능력을 과시한다. 대단히 유쾌하고 장려한 아름다움을 탄생시켰다. 그런 특징은 아이슬란드·크로아티아·모로코처럼 다양한 로케이션을 최대한 활용하는 장면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시즌 3은 원작 소설과 마찬가지로 발동이 걸리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일단 가속도가 붙으면 급격히 날아오른다. 센세이셔널한 3~4편이 특히 압권이다(‘Walk of Punishment’와 ‘And Now His Watch Is Ended’). 두 편 모두 베니오프와 와이스가 시나리오를 썼다. 첫 편은 에너지와 강렬함이 떨어진다. 하지만 산만하게 흩어진 캐릭터들이 이끌어가는 수십 가지 줄거리를 쌓아 올리는데 필요한 기반을 탄탄하게 다진다.

스토리는 정말 산만하게 흩어져 있다. 캐릭터 중 일부는 망가지고 쓰러진다. 한편 또 다른 파벌들은 래니스터 가문이 킹스 랜딩의 지배권을 장악하는 동안 야만적인 내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킹스 랜딩은 세븐 킹덤스의 권좌다. 그러나 사자와 늑대들이 끝없는 전쟁을 계속할 동안 웨스테로스에 겨울이 찾아온다. 그리고 그와 함께 진짜 위협이 다가온다. 화이트 워커들이 또 다시 들썩거리기 시작한다.

멀리 바다 저편에선 대너리스 타르가르옌(에밀리아 클라크)이 군대를 모은다. 마땅히 자신의 자리가 돼야 할 왕좌를 되찾기 위해서다. 노예무역을 수반하는 그녀의 스토리가 특히 탄탄하다. 그 고집 센 공주가 자신의 불굴의 용기와 투지를 발휘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대너리스가 한동안 우리에게 보여줬던 모습보다 강하고 사나운 면모를 되찾는다(특히 지난 시즌의 ‘House of the Undying’ 편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인 뒤다). 마찬가지로 악동 조프리왕(잭 글리슨)과 교묘한 조종자인 예비신부 마가에리 티렐(나탈리 도머) 사이에 예정된 혼인은 갈등과 드라마를 한없이 자아낸다.

섭정여왕 세르세이(레나 헤디)는 자신의 지위상실과 남동생 티리온(피터 딘클리지)과의 다툼에 노심초사한다. 그 사이 마가에리의 할머니 레이디 올레나(데이 다이애나 리그가 완벽하게 연기했다)는 막후의 출중한 음모자로서 자질을 드러낸다. 그녀의 편안한 성품 뒤에 날카로운 재치와 간교한 무자비함이 숨어 있다(그녀를 ‘가시의 여왕’으로 부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한편 어린 군주 브랜 스타크(아이작 헴스터드 라이트)를 둘러싸고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전개된다. 그는 자신의 기이한 능력, 그리고 무시무시한 늑대와 자신의 친밀한 관계의 비밀을 알지도 모르는 두 아이를 만난다. 브랜의 누이 아리아(에이지 윌리엄스)는 나름대로 생존을 위한 여행을 계속한다.

용병, 악당, 그리고 이방인 무리와 맞닥뜨린다. ‘타르트의 브리엔(그웬돌린 크리스티)’과 그녀의 포로 제이미 래니스터(니콜라이 코스터 왈도)도 춥고 거친 산야를 지나며 투쟁을 벌인다. 그들의 투쟁은 킹스 랜딩에 넘쳐나는 사치와 대조를 이룬다. 그 수도에서는 배반과 음모가 판을 친다.

이처럼 많은 줄거리가 화살처럼 휙휙 지나간다. 일부는 필연적으로 표적에 이르지 못하고 땅으로 떨어진다. 2회분은 캐틀린 스타크(미셸 페얼리)의 독백극이다.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의 사생아 존 스노(키트 해링턴)와의 관계를 다뤘다. 이 스토리는 특히 보는 이의 머리를 긁적이게 만든다. 거의 인신공격이나 다름 없다.

그러다가 불운한 나이트 워치의 기사 샘웰 탈리(존 브래들리)와 관련된 부수적인 스토리가 불쑥 튀어나온다. 소설책의 골수 팬들은 이야기가 갑자기 옆길로 새는 데 어리둥절해 할지 모른다. 사실 소설 속의 여러 가지 충격적인 사실들을 그냥 깔아 놓는 듯하다. 잘 간직해 뒀다가 나중에 주된 줄거리의 중요한 순간에 펼쳐 놓을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그것만 아니라면 아주 근사한 시즌 개막일 텐데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많은 미스터리와 깜짝 선물이 숨겨져 있다. ‘왕좌의 게임’ 시즌3는 최고로 손꼽힐 듯하다. 전체 시리즈에 광채와 위엄을 더해준다. 영광과 패배, 맹세와 속박, 그리고 권력의 성격에 관해 까다로운 질문을 던진다. 마틴의 작품에서 핵심을 이루는 문제다. 그 진정한 대가는 무엇인가? 흔치 않은 한 줌의 영향력을 얻기위해 우리 각자는 어떤 희생을 감수하려 하는가? 전쟁의 한복판에서 약간의 인간성이라도 남아 있는가?

이 같은 질문은 흔히 대단히 무게감 있는 문학에서 제기된다. 사분오열된 왕국에 관한 드라마에서 다룰 주제는 아니다. 그 왕국에서는 세 마리 용으로 상징되는 잠자던 마법이 서서히 깨어난다. 하지만 그것이 ‘왕좌의 게임’의 매력이자 경이의 일부다. 프리미엄 케이블 프로그램에서나 기대할 만한 섹스와 폭력이 난무할 동안 한편으로 실존적 의문을 제기한다.

여기서는 위기감이 피부에 와닿는다. 어떤 등장인물도 결코 정말로 안전하지 않은 분위기가 조성된다. 마틴이 소설에서 여러차례 우리에게 상기시키듯이 모든 인간은 죽을 운명이다. 걸작 드라마 ‘왕좌의 게임’속에서도 변치 않는 사실이다. 인생의 즐거움은 찰라에 덧없이 사라지지만 결국 모두가 죽음에 정복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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