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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Tech - “조금 더러워도 고인 물 정화 해 마셔야”

Money Tech - “조금 더러워도 고인 물 정화 해 마셔야”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 … 새로 팔 우물없는 장세, 성장성보다 수익성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자본시장의 패러다임이 현재가치 중심으로 바뀐다”고 말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코스피 지수가 10% 가량 오르내리는 박스권에 갇힐 정도로 변동성이 적고, 글로벌 이슈의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지금은 금융 시스템이 마비될 정도의 위기도, 시장이 불같이 살아날 호기도 아니다”며 “이것이 부동산과 주식을 비롯한 자본시장에 전반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이 부사장은 2006년 회사 설립한 뒤 대표 펀드인 ‘한국밸류10년 투자주식 1호’를 운용하면서 ‘가치투자 철학’을 포기한 적이 없는 ‘가치투자 전도사’다. ‘한국밸류10년투자’ 펀드에 가입한 5만 여명의 고객은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2006년 4월 설정된 후 3년과 5년 수익률이 각각 26.6%, 47.2%였다. 설정 후 수익률은 76.5%로 안정적인 성과를 자랑한다. 2011년 5월 2일 코스피 지수 2228포인트의 고점에 가입한 고객도 10%가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 이 부사장을 3월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사무실에서 만났다.

최근 자본시장을 어떻게 평가하나.

“글로벌 금융시스템이 마비될 위기는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슈는 계속 터질 것이다. 그리스나 스페인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다. 그렇더라도 각국 정부가 어떻게든 막을 것이다. 반대로 모든 위기가 내일 당장 일시에 해결된다 해도 경기가 불같이 살아날지도 않는다. 골이 워낙 깊기 때문이다. 가치가 크게 오르거나 떨어지는 자산이 없는 상황이 현재 자본시장의 모습이다.”

어떤 형태로 변했나.

“미래 성장가치나 과거 자산가치를 보지 않고 현재 수익가치만 보는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부동산 시장의 변화가 심하다. 지인이 최근에 오피스텔을 샀다.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가 100만원이었다. 수익률 5%로 계산해서 2억4000만원쯤 하냐고 물었더니 딱 그 가격이란다. 당장 내 손에 들어오는 현금으로만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다.”

주식시장도 비슷한 양상인가.

“정확히 그렇게 가고 있다. 지금은 성장이 둔화하는 시기다. 더 이상 팔 우물이 없다. 조금 더럽더라도 고여 있는 물을 정화해서 마셔야한다. 그렇다면 불확실하고 불투명한 미래 성장가치보다는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확실한 가치를 추구하게 마련이다. 성장 가치주보다 수익 가치주 쪽으로 관심이 쏠린다.

물론 반동도 있다. 성장이 둔화될 때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강하게 나온다. 지난해 유행한 이른바 ‘바카라(바이오·카지노·엔터테인먼트)’ 종목이 대표적 사례다. 성장이 너무 없으니 경기 순환적 성장보다 구조적 성장을 찾으려는 움직임이다.”

중소형주가 주목 받을 수 있다는 것인가.

“어느 정도 유지는 되겠지만 굉장히 슬림화할 것이다. 큰 위기가 오면 안전자산 선호현상 때문에 대형주가 각광을 받는다. 시장이 안정되면 위험자산 선호현상으로 중소형주가 일어난다. 그런데 이런 위기나 기회가 또 오겠냐는 것이다. 결국 대형주와 중소형주의 가격 비율은 큰 부침 없이 평균으로 수렴될 것이다. 이 대목에서는 대형주·중소형주 가리지 말고 싸고 좋은걸 사든지 이 와중에도 자기 힘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사든지 해야 한다. 이제 대형주·중소형주 구분은 의미가 없다.”

운용 펀드의 투자종목에서 중소형주와 대형주 비중은 얼마나 되나.

“한때 대형주는 10%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50대 50정도다. 균형이왔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형주 비중을 높였고 삼성전자 주식도 많이 편입했다.”

원래 삼성전자는 잘 안 사는 것으로 유명한데.

“2000년부터 10년간 한번도 안 사다가 2011년에 처음 샀다. 가치투자는 가격과 가치 사이의 괴리를 취하는 투자다. 가격과 가치의 차이가 생겨야 가치투자의 대상이 된다. 그런 차이가 안 생기는 주식이 삼성전자다. 전 세계의 눈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1년에 잠깐 갭이 생겼다. 시장 전체가 안 좋고 외국인 매도세, 하드웨어는 끝났다는 시장 오해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저평가된 것이다. 그순간 삼성전자는 훌륭한 가치투자 대상이 됐다. 당시만 해도 정보기술(IT)주는 경기 민감주였는데 지금은 소비재에 가깝다.”

최근 관심을 갖는 업종과 종목은 무엇인가.

“고배당 업종을 좋아한다. 안정성이 높은 유틸리티나 통신 등이다. 소비재 기업도 여전히 선호하는데 과하게 오른 소비재는 줄이고 저평가된 기업을 찾는다. 경기 민감주는 업종 경기가 정말 안 좋을 때 최고 기업을 매수한다. 철강이 최악일 때 포스코를 사고, 반도체가 최악일 때 삼성전자를 사는 식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것을 찾기 어렵다.”

개인 투자자가 가치투자 종목을 고르기는 굉장히 어렵다.

“매우 어려울 것이다. 기관에서도 수많은 전문가가 전 세계 기업 탐방을 다녀도 수익을 내기 어렵다. 개인 투자자라면 본인이 잘 아는 분야를 찾는 게 좋다. 약사나 의사라면 웬만한 애널리스트보다 바이오 분야를 잘 알 지 않겠는가. 자신이 이해하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에서 종목을 골라내는 것이 좋다.”

최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재형저축펀드의 인기가 좋던데 비결은.

“채권혼합형을 주력으로 하는 운용사가 별로 없다. 규모도 큰 편이다. 이 상품들이 만 7년이 됐는데 재형저축 기간도 7년이다. 우리 채권혼합형 펀드의 기록을 보고 많이 들어온 것 같다. 채권혼합형은 76%, 주식형은 128% 수익률을 냈다.”

투자가들에게 재형저축과 관련해 조언한다면.

“일단 계좌를 분산해서라도 터놓을 필요가 있다. 일몰법이라서 2년이 지나면 넣고 싶어도 넣을 수가 없다. 소액이라도 가능성 있는 펀드를 골라서 넣고 차후에 금액을 늘리면 된다. 다만 운용하는 자금의 성격과 본인의 성향에 맞춰야 한다. 이미 펀드에 돈을 많이 넣어뒀다면 굳이 새로 들어갈 필요는 없다. 자산의 10~20% 정도를 주식 관련 상품에 넣는 것이 맞다. 그 상태에서 국내외에서 골라 계좌를 열어놓으면 2~3년 뒤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앞으로 계획은.

“종합가치투자운용사로 갈 계획이다. 아직 우리 규모가 크지 않고 라인업이 약하다. 배당주 펀드나 중소형 가치주 펀드도 없다. 이 점을 보완해 모든 가치투자 관련 상품을 취급하는 가치투자 백화점을 만들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한국 대표 가치투자운용사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다.

개인적으로는 국내에서 20~30년 장기 투자 여건을 조성하는데 이바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3년 지나면 ‘한국밸류10년투자’가 약속한 10년이 된다. 한국 시장에서도 장기 투자가 가능하고 꾸준히 안정적으로 6~7%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펀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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