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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S TECHNOLOGY - 너무도 순진한 소셜미디어 세대

FEATURES TECHNOLOGY - 너무도 순진한 소셜미디어 세대

왜 자신의 약점을 노출시키는 위험을 무릅쓰고 사생활을 공개할까?



나는 절대 모르는 사람의 자동차를 얻어 타지 않는다. 하지만 낯선 사람 집 소파에서 잠을 잔 적은 있다. 이탈리아 여행을 하던 중 카우치서핑(해외 민박 정보 제공 서비스) 웹사이트에 올려놓은 사진들이 마음에 들어 찾아갔다. 결과적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들은 가정식 요리를 만들어 주고, 나를 친구들에게 소개시켜 주고, 혼자서는 결코 찾아내지 못했을 로마의 명소로 나를 안내했다. 그러나 그 주말 내내 내가 겁도 없이 위험한 짓을 했구나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우린 세대는 인터넷 환경 속에서 자랐다. 온라인에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며 성장기를 지냈다. 처음에는 친구들과, 이어 갈수록 낯선 이들과 연결이 늘어났다. 우리의 실명, 사진과 함께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공유하는 데 익숙해졌다. 우리는 음식점이나 콘서트 티켓을 구하듯이 친구, 거래처, 데이트 상대를 찾는다.

몇 년 전이라면 우리 부모들이 걱정했을지 모른다. 온라인 분신의 베일 뒤에 숨어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에 몰입하면 발달장애가 온다고 말이다. 그러나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는 듯하다. 밀레니엄 세대는 모르는 사람들과 사적인 이야기를 공유하는 데 너무 열을 올려 걱정이다. 우리가 위험한 줄도 모르고 너무 순진해진걸까?

경고등이 갈수록 자주 켜지는 듯하다. 지난 1월 노터데임대 미식축구팀 선수 맨티 테오가 망신을 당했다. 온라인에서 대단히 공개적인 만남을 가졌던 여성이 가공의 인물이었다. 온라인에서 잠재적인 사기꾼과 교제하는 사람이 꽤 많은 듯하다.

2010년 영화 ‘캣피쉬(Catfish)’에서 20대 뉴요커 네브 슐먼은 자신의 ‘여자친구’가 사실은 네 자녀를 둔 미시건의 중년 주부가 만들어내고 연기한 여러 캐릭터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MTV 채널에서 이 영화를 토대로 한 드라마 버전도 나왔다. 노스캐롤라이나대 물리학과 폴 프램프턴 교수는 인터넷에서 만난 사기꾼 여성 때문에 아르헨티나에서 옥살이를 했다. 그의 이야기도 경종을 울린다.

우리가 언제부터 방심하기 시작했을까? PC통신 AOL 시대에는 뜻 모를 닉네임과 익명의 대화방을 이용했다. 언제부터 어떻게 우리가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의 나이·성별·위치, 그밖에 자신에 관한 거의 모든 정보(게다가 위치 좌표까지)를 알려주게 됐을까?

“인간은 아주 희한한 방식으로 소통한다.” 뉴미디어 기술이 우리의 소통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는 위스컨신대 캐털리나 토마 교수가 말했다. 우리는 자신이 인식하는 이상으로 얼굴 표정 같은 비언어적인 단서를 이용해 상대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지 판단한다고 한다. 물론 직접 만나보고 내린 판단도 틀릴 수 있다.

네빌 챔벌레인 영국 총리가 아돌프 히틀러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자기가 한 약속은 지키리라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은 일은 유명하다. 하지만 온라인에선 문제가 더 복잡하다. 비언어적 단서가 주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다른 지표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인간은 이런 과정을 썩 능숙하게 처리하지 못한다고 토마는 말했다. “누군가에 관한 정보가 적을 때 우리는 나머지를 상상하는 경향이 있다.” 그 방식이 비현실적인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누군가에 관해 상상을 하면 별로 알지 못하면서도 좋아하게 된다. 그에 따라 감정도 고조된다.” 부분적으로 온라인 교제가 직접 만날 때보다 더 빨리 꽃피울 수 있는 까닭이다.

그라인더(Grindr) 같은 스마트폰 앱은 그와 같은 신뢰(어쩌면 욕구일지도 모른다)의 비약을 이용해 큰 사업을 일굴 수 있었다. 섹스 파트너를 찾는 동성애자를 대상으로 하는 그 앱은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으로 이용자가 있는 곳을 파악해 서로 연결시켜준다. 가까운 커피숍을 찾아주는 옐프 앱과 같다. 찾아주는 대상이 커피숍 대신 섹스라는 점만 다르다. 2009년 데뷔한 그라인더는 혁명적이었다.

4년이 지난 지금 위치기반 앱이 도처에 깔린 듯하다. 사람들은 위치기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인 포스퀘어를 이용해 음식점에 ‘체크인(방문 인증)’하고 사진을 공유하는 인스타그램 사진을 촬영한 정확한 위치 좌표를 표시한다. 이성 만남을 원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그라인더 자매 제품 블렌더(Blendr)도 등장했다. 상대방의 위치뿐 아니라 페이스북 친구들도 보여주는 데이팅 앱 틴더(Tinder)도 최근 뜨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올려놓는 정보가 더 많이 늘어났다. “2010년대 들어선 자신의 위치, 자신이 어디 있고 무엇을 하는지 알리는 게 유행”이라고 그라인더의 공동 창업자 조엘 심카이가 말했다. 지난 10여년 동안 젊은 사람들이 “실명으로 자신의 사진을 올리는 등 온라인에 정체성을 구축하는데 더 익숙해졌다”고 심카이는 평한다. “알아보기 어려운 PC 통신 아이디가 아니라 자신의 실체를 드러낸다. 그리고 우리는 자아의 일부를 전혀 거리낌 없이 낯선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성인들이 요즘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 방식의 효시는 1995년의 Classmates.com(미국판 아이러브스쿨)이라고 볼 수 있다. 실명과 출신학교를 기본 프로필로 요구했다. 2000년대 초 프렌드스터, 마이스페이스, 특히 페이스북 같은 사이트는 우리의 현실 속 자아와 인터넷 자아를 결합하는 방식의 토대를 확고히 다졌다. 페이스북은 당초 회원 가입을 할 때 대학 이메일 주소를 요구했으며 가명은 받아주지 않았다. 이용자가 자신의 ‘네트워크,’ 자신의 대학 캠퍼스, 직장, 가족 구성원들을 연결하도록 도우려는 취지였다.

지난 수년 사이 소셜미디어의 목표가 다시 한번 바뀌었다. 관계유지에서 새로운 만남이 주가 됐다. 크레이그리스트, 그라인더, 카우치서핑 같은 사이트는 완전한 타인들과 연결시켜주는 기능을 한다. 페이스북의 새 소셜 검색엔진 그래프 서치(graph search)는 이미 아는 사람들 외에 인맥의 외연을 넓히도록 하기 위한 명시적인 시도다. 예를 들어 내가 로마에서 이용했던 카우치 서핑은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이용자가 묵었던 아파트의 신뢰성을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이다.

분명 많은 소셜미디어 이용자가 날카로운 경계심을 갖고 있다. 2007년 토마 팀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 대다수는 다른 참가자들이 자신의 프로필을 과대포장한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상상’ 이론으로 생긴 감정적 반응이 종종 의심을 누르기도 한다.

“사람의 감정이 개입되면 일처리 과정에서 냉정이나 이성을 잃는 경향을 보인다. 잠재적으로 의심스러운 정보를 묵살하기 쉽다”고 토마가 설명했다. “사람들은 주위를 살피며 자신이 이미 믿는 정보를 뒷받침하는 실마리를 찾는다.” 반면 의심스러운 정보를 외면한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면 테오 선수와 프램프턴 교수가 그렇게 쉽사리 속아 넘어간 이유도 수긍이 간다.

우리 온라인 환경의 엄청난 규모도 한 가지 요인이다. 문화 및 기술 리서치 센터인 입소스 오픈 싱킹 익스체인지(Ipsos Open Thinking Exchange)가 지난 1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35세 이하의 소셜미디어 이용자가 온라인에서 사람들과 교류하는 데 하루 평균 4.2시간을 소비한다는 내용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과 연결돼 있으면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따라서 위험인식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자신이 구축한 세계이기 때문에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스태튼 아일랜드 칼리지의 심리·성별·섹스학 교수 캐슬린 커미스키가 사라이 시에라 사건을 다룬 뉴욕타임스 기사에서 말했다. 사라이 시에라는 올 초 터키에서 숨진 채 발견된 33세의 스태튼 아일랜드 여성이다.

3월 말 터키의 한 노숙자 남성이 사라이 살해 사실을 자백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그녀의 실종 이후 몇 달 동안 수사와 관련된 언론보도는 그녀의 소셜미디어 활동을 강조했다. 세 자녀의 엄마이자 아마추어 사진가인 그녀는 인스타그램에 3000명가량의 팔로워가 있었다. 그녀는 직접 만난 적은 없었지만 그들 중 다수와 계속 연락을 취했다.

함께 떠나기로 한 사람이 여행을 취소한 뒤 그녀는 혼자라도 다녀오기로 했다. 인터넷 기반 아파트 공유 서비스 에어B앤B를 통해 숙소를 잡았다. 시에라는 터키에 도착하자마자 사진 테마의 소셜네트워킹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최소 2명의 남성, 그리고 암스테르담에서 함께 묵었던 또 다른 남성을 만났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시에라가 온라인으로 알게 된 뒤 해외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 모두 그녀의 죽음과 무관하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그 연령대의 사람치고 시에라의 소셜미디어 사용이 과도하거나 상식수준을 벗어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실종 이후 그녀의 소셜미디어 활동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는 어쩌면 온라인 인간관계로 인해 우리의 경계심이 너무 풀렸을지 모른다는 본능적인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우리는 온라인에서 개인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위험을 감수한다. 자신의 취약점을 노출하고 ‘불’에 데이거나 더 심한 일을 당할 위험이다. 한편으로 이들 새로운 매체는 우리의 인맥을 확대하고, 세계관을 넓혀주며, 여러 문화에 걸쳐 새로운 친분관계·대인관계·협력을 가능케 한다. 전에는 불가능했을지 모르는 일이다. 그런 혜택을 그냥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의 J 키스 머니건 교수는 우리가 타인을 신뢰하는 이유를 조사했다. 결코 경계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이방인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나쁜 결과보다 좋은 결과를 가져올 때가 더 많다. “인터넷으로 활성화된 낯선 이들과의 긍정적인 경험을 통해 사람들이 실제로 신뢰할 만하다는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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