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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 - 북핵보다 맥없는 시장이 골칫거리

Stock - 북핵보다 맥없는 시장이 골칫거리

상장사 1분기 이익 개선 기대 … 기대 못 미치면 주가 출렁 우려도



미국 경제 지표가 기대에 못 미치는 일이 늘었다. 재정 정책이 실물을 압박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 같다. 소득이 가장 먼저 문제가 됐다. 올 초 시행된 세입 확대 정책으로 개인소득 증가가 주춤해졌다. 1~2월까지만 해도 민간 고용 회복 속도가 상당히 빨라 개인 소득의 총량이 유지될 거란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지출 축소 정책까지 동원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3월에 제조업 신규 고용이 8만8000명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약해져 소비자 소득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미국의 소득이 약해질 때 주식시장 또한 약해지는 게 일반적이었다.

지금까지 미국 경제가 견조하게 유지된 건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시행한 양적 완화 덕분이었다. 이 조치로 자산 가격이 상승하자 미국 소비자들이 경제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 똑같은 상황이 기업에서도 나타났다.



미국 경제 지표 부진 주가상승 탄력 약해져지금은 양적 완화의 효과가 약해졌다. 양적 완화는 재정 정책이 줄어들 때 생길 수 있는 악영향을 방어하는 게 목적이다. 이런 한계때문에 정책이 시행된 직후부터 재정 정책이 약화되는 사이에 최대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2월에 시퀘스터(재정 지출 자동 삭감) 발동이 시작됐고, 지금이 그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인 만큼 양적 완화 효과가 극대점을 지나고 있다는 게 맞다.

4월 경기 지표가 둔화됨에 따라 경기 회복 강도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지금은 ISM제조업과 비제조업 지수가 각각 51.3과 54.4로 기준점 50을 웃돈다. 경기 회복까지 의심받을 상황은 아니지만,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율이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이는 모멘텀이 약해진다는 의미다. 과거 사례를 보면 주식시장은 이럴 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았다.

모멘텀 약화가 세계 경제 전체에 나타났다. 중국 경제가 기대와 달리 미약한 회복에 그친 가운데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올랐다. 가장 부담이 되는 그림인 ‘경기 둔화 속 자산 가격 인플레이션’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유럽은 독일조차 예년의 성장에 못 미치는 숫자를 내놓았다.

국내 경제는 모멘텀 약화에 더해 불리한 가격이란 부담까지 있다. 일본은행이 대규모의 자산 매입에 나선 만큼 엔화의 추가 약세가 예상된다. 75엔에서 시작된 엔화 약세가 95엔에서 한 달 넘게 숨 고르기를 한 후 재차 강해졌다. 이제는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더라도 좀처럼 95엔 밑으로 떨어지기 힘들어졌다. 일본 제품과 경합 관계에 있는 국내 기업에게 불리한 가격 흐름이 아닐 수 없다.

북핵 때문에 시장이 정신이 없다. 일반적으로 정치적 문제는 주식시장에 짧고 강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돼 있다. 남북한 문제도 마찬가지다. 국내 정치와 비교해 보면, 남북문제가 오히려 국내 정치보다 시장에 미약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국내 정치는 매번 다른 형태로 나타나지만 남북 문제는 일정한 패턴이 있어 투자자들이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그런 가정 아래 시작됐다. 북한의 3차 핵실험 당일 주가가 5포인트 하락에 그칠 정도로 시장은 무덤덤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악화되고 주가 하락 폭도 커켰다. 그래서 이번에는 과거와 다른 형태로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른바 ‘CNN 효과’다. 어떤 사건이 발생해 언론을 타고,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다 보면 실제 이상으로 부풀려지는 현상을 말한다. 2001년 미국 뉴욕 9·11테러가 대표적인 경우다. 사건이 일어난 직후 세계 경제가 패닉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결과가 그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 북한 리스크도 같은 관점에서 봐야 한다. 실제 이상으로 확대해 해석하면 주가 판단에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북핵 문제보다는 엔화 동향에 더 신경 쓰인다. 환율 변동이 짧은 시간에 강하게 진행됐고, 지난 4년간 우리 기업이 100엔 당 1400원 이상의 환율에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엔화 흐름에 따라 필요 이상으로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시장의 힘이 약해지다 보니 주가가 사소한 변화에도 계속 흔들리고 있다. 그만큼 시장이 버틸 수 있는 동력이 없다는 얘기다. 국내 경제가 좋지 않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1분기까지 총 3분기에 걸쳐 성장률이 1%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주가는 2000선 안팎이다. ‘좋지 않은 경제와 높은 주가’의 격차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하락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대북 리스크가 사라진다 해도 주가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1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됐다. 올해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21% 증가한 140조가 될 걸로 기대된다. 2001년 이후 이익이 20% 이상 증가한 해는 네 번에 지나지 않았다. 그만큼 20%대 이익 증가율은 쉽지 않다. 올해 이익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지 않은지 걱정된다. 실적 둔화가 1년6개월 넘게 계속됐고 국제 정보기술(IT) 경기를 좌우하는 미국 경기가 호전된 걸 감안하면 가능성을 부인할 순 없지만 말이다.



주가 오를 그림 잘 안 나온다국내 경기가 좋지 않은 게 실적 달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는 가장 큰 요인이다. 기업 실적은 경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경기가 좋지않은 때에 이익이 늘어난 경우가 없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 초반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예상을 감안하면 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날 거란 기대가 무리란 생각이 든다.

2000년 이후 20%대 이익 증가는 경기가 크게 개선되든지, 전년 이익이 줄어 기저 효과를 누릴 때에만 가능했다. 2002년이 IT버블 붕괴에 따른 기저 효과가 나타난 시기라면, 2004년과 2010년은 경기가 바닥을 지나 강하게 상승한 경우였다.

이익 전망의 정확성은 주가와 직결된다. 이익이 뒷받침돼야만 주가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1분기 이익이 중요하다. 1분기 이익이 기대만큼 나오면 주가가 정체 상태를 깨고 위로 올라갈 수 있다. 반대라면 균형이 밑으로 깨질 수 있다. 주가가 오랜 시간 정체 상태에 있었던 만큼 균형이 깨지면 그 방향으로 상당 폭 움직일 수 있다. 4월 들어 밑으로 균형이 깨질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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