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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자녀는 갖기 싫어요”

COVER STORY - “자녀는 갖기 싫어요”

탈가족주의 부상으로 미국 젊은층이 출산을 기피하면서 인구 고령화, 복지 비용 등 사회문제 심각해져



뉴욕 이스트빌리지에 있는 후카바(hookah bar)에 갔다. 물담배를 즐기며 술을 마시는 클럽이다. 여성 3명, 게이 남성 1명과 합석했다. 모두 20~30대로 자녀를 가질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곧바로 두 가지가 확실해졌다. 첫째, 젊은 미국인, 특히 도시에 사는 그들 다수에겐 자녀를 갖는 것이 당연하거나 불가피한 선택이 결코 아니다. 둘째, 자녀갖기를 거부하는 이들 중 다수는 이기적일지는 몰라도 정당한 이유가 있다.

“자녀가 있는 가족을 보면 흐뭇하다. 특별한 유대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그걸 원치 않는다.” 후카바에서 티파니 조던(30)이 말했다. 조던은 활달한 성격으로 프리랜서 의상 스타일리스트다. 퀸스에서 임대료가 싼 아파트에 살며 “사실상 동거하는” 남자와 데이트한다고 그녀는 말했다.

후카바에 모인 조던과 친구들은 미국에서 점차 늘어나는 추세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2008년 미국을 강타한 금융위기와 그에 따른 대불황(Great Recession) 이후 여성의 출산율이 1920년 믿을 만한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저치로 급락하면서 탈가족주의(postfamilialism)가 부상했다.

이제 미국의 출산율은 갈수록 다른 선진국과 비슷해진다. 경제가 다시 좋아진다고 해도 출산율은 올라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자신의 삶과 경력을 중시하는 여성에게 자녀갖기는 인생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불가피한 운명이 아니라 하나의 선택으로 변했다. 그러나 그 선택에는 혜택보다 손해가 더 클지 모른다.

“자녀를 갖지 않기로 한 결정이 이기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조던이 말했다. 그녀는 에콰도르인과 오하이오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사우스 브롱크스에서 자랐다. 선진국 여성 사이에서 자녀 없이 사는 삶이 점차 보편화되는 추세다. 선진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대체율(replacement rate, 사망과 출산으로 현재의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 이하의 출산율을 보인다.

“내 인생이 안정되지 않았고 반드시 내가 안정을 원하는 바도 아니다. 자녀를 가지면 삶이 완전히 바뀐다. 그게 가장 중요한 문제다. 난 그러고 싶지 않다.”

탈가족주의가 부상하는 이유는 국가나 문화권마다 다르다. 그 이유 중 다수는 나름대로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거나 적어도 해가 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인구의 도시집중 현상은 수많은 사람에게 번영을 가져다주면서 가족 규모를 줄였다. 피임술의 발전과 보편화 덕분에 여성은 출산을 훨씬 더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선진국 대다수에서 종교가 쇠퇴하면서 출산 선택권 인식이 더 강해졌다. 제1세계에서는 여성 권리가 거의 확고해졌고, 교육·정치·사업 부문의 여성 참여가 본격화하면서 이제 자녀는 경제적·문화적 필수이거나 섹스의 불가피한 산물이 더는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변화의 속도다. 한 일생 주기 동안 그런 급작스러운 변화가 일어나면서 세계적으로 급속한 인구 고령화 현상이 나타났다. 베이비부머들이 장수하면서 국가가 약속한 연금과 의료 혜택에 매달리고, 그들이 낳은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적어지면서 인구 균형을 맞추고 국가의 약속을 지키는 데 필요한 재원을 세수로 확보하기가 어려워졌다.

얼마 전까지 만해도 미국에서는 그런 고령화 현상이 아직 먼 이야기인 듯했다. 개발안 된 땅이 많고, 교외지역이 널리 펼쳐져 있으며, 이민자에게 개방적이고, 종교적 문화가 비교적 강했기 때문에 인구가 비교적 젊고 계속 증가했다. 그러나 이제 미국에서도 사람들의 태도가 변했다. 2009년 퓨 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중 46%는 무자녀 여성의 증가가 “사회에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고 생각했다.

이론에 불과하거나 대수롭지 않은 변화가 결코 아니다. 인구 감소가 가장 먼저 시작된 유럽과 동아시아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출산율을 올려 고령화하는 인구를 다시 젊게 만들려고 몸부림쳤다. 인구 고령화가 가져온 정치· 경제·사회적 문제가 너무 심각했기 때문이다. 이제 미국에서도 출산율이 갈수록 낮아지면서 고령화하는 인구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됐다.

젊은 세대가 가족 만들기를 기피하면서 은퇴자(결국 그들 부모다)와 근로연령 인구 사이의 불균형 심화가 가속화한다. 그 결과 복지 비용이 치솟고 경제 활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가족 체제가 무너지면서 초개인주의(hyperindividualism)와 국가의존도가 심한 문화가 만들어진다. 막말로 생식을 위한 섹스가 없어지면서 바가지를 쓴 세대가 더 큰 바가지를 쓸 운명이다.

일본을 보자. 경제가 수십 년 동안 침체하면서 지구상에서 인구고령화가 가장 심한 선진국이 됐다. 세계 3위 경제대국인 일본은 1990년부터 65세 이상이 15세 이하보다 많았다. 2050년이 되면 80세 이상이 15세 이하보다 더 많아질 전망이다. 사회학자 도요타 미카에 따르면 일본 여성 3명 중 1명 이상은 평생 결혼하지 않거나 아이를 갖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일본을 비롯해 부유한 아시아 국가에서는 혼외 출산이 아직 상대적으로 흔치 않다).

일본 일부 지역, 특히 농촌에서는 노인을 돌볼 근로연령 인구가 너무도 적어 배우자도, 자식도 없는 홀몸 노인 사이에서 ‘고독사’가 늘어난다. 일본은 오랫동안 검소의 모범국이었지만 이제 인구가 줄면서 고소득 국가 중 공공부채 비율이 가장 높다. 정부가 남아 있는 근로자에게서 걷을 수 있는 세수보다 고령자에게 지출하는 비용이 크게 초과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아소 다로 일본부총리 겸 재무상은 “죽고 싶은 노인은 빨리 죽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막말까지했다. 게다가 일본 젊은 세대의 성적 무관심(desexualization) 현상까지 겹쳤다. 16~19세 남성 3명 중 1명은 섹스에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같은 연령대의 여성 중 60%도 같은 생각이다.

유럽의 성적 무관심은 그 정도는 아닐지 모르지만 출산율은 약 1.5다(여성 1명 기준 출산 건수). 유럽의 출산율 역시 대체율인 2.1보다 훨씬 낮다. 독일은 40년 동안 출산율이 약 1.4였다. 정부가 ‘오그라드는 (shrinking)’ 독일을 되살리려고 출산장려금으로 거액을 쏟아부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현재 독일 여성 중 30%는 자녀를 가질 의사가 없다고 말한다. 독일 중년 남성 중 48%는 자녀가 없었다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그전 세대의 3배).



미국은 탈가족주의가 그처럼 심하진 않지만 이미 결혼 관념이 크게 흔들린다. 따라서 출산율도 낮아진다. 1980~90년대 태어난 밀레니엄 세대(Y세대, 또는 에코 세대) 중 44%는 결혼이 “쓸모 없다(obsolete)”고 생각한다. 결혼 지지자 중에서도 결혼생활에 자녀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비율은 41%다.

1990년엔 65%였다. 오직 자녀 문제만이 상당한 하락세를 보였다. 가사 분담, 성관계, 정치관 공유 같은 문제는 중요도가 과거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아졌다. 다른 한편으로 자녀 없는 사람의 삶은 “공허하다”는 견해에 반대하는 성인의 비율이 1988년 39%에서 2002년 59%로 치솟았다.

2008년 금융붕괴 이전에도 40~44세 미국 여성 중 자녀가 없는 비율은 꾸준히 늘었다(1980년 10%에서 20%로 증가했다). 그러나 대불황이 시작되면서 부정적인 추세가 가속화했다. 2007년 미국 출산율은 2.12였다. 대체율과 거의 비슷했다. 그전 몇 십 년 동안 큰 변동이 없었다. 선진국 중 최고 출산율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5년 뒤 1.9로 떨어졌다. 퓨 리서치 센터 조사에 따르면 믿을만한 집계가 시작된 1920년 이후 최저치이며 베이비붐 전성기인 1957년 최고치의 반에 불과하다. 현재 미국 인구성장 예상치는 크게 낮아졌다. 2050년 인구 추정치는 2008년 추정치보다 거의 10%나 떨어졌다.

더 걱정스러운 점은 출산율 급락이 이민자, 특히 히스패닉계에서 두드러진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히스패닉계는 미국의 지속적인 인구 성장에 상당 부분을 기여했다. 이제 그런 특이점이 없어진 듯하다. 퓨 리서치 센터 조사에 따르면 멕시코인 이민자수는 증가하지 않거나 2008년 이후 오히려 줄었다. 멕시코의 출산율도 크게 떨어졌다(1960년 7.3에서 현재 2.4로). 미국에 건너간 멕시코인 이민자의 출산율도 한 세대 만에 미국 평균 수준으로 낮아졌다.

단기적으로 볼 때 출산율 하락은 독신 무자녀 미국인이 자의식 강하고 영향력 있으며 정치적으로 좌편향적인 유권자 집단으로 처음 부상한 현상과 일치한다. 그러나 민주당에 유리한 이런 현상이 장기적으로 미국 사회 전체에 그리 좋지는 않을 듯하다.

좀 더 낙관적인 2008년 추정치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근로자 대비 은퇴자 비율[‘의존율 (dependency ratio)’]은 2050년이 되면 근로자 100명 당 은퇴자 35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의 두 배다. 그럴 경우 부채, 긴축정책, 복지혜택, 정부지출을 둘러싼 투쟁은 지난 4년의 치열한 전투를 무색하게 만들지 모른다.

물론 자신의 삶을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여성은 향후 선거에서 나타날 세대차나 2050년의 재정 건전도를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조던의 옛 동료로 뉴저지주 저지 시티에 사는 엘리자베스 디건(33)은 뉴스위크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그냥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도 아기 인형을 좋아하지 않았다”며 그녀는 웃었다. “난 무력한 아기 인형이 아니라 남자친구와 일자리를 가진 어른 바비 인형을 원했다.”

디건은 수년 전 맨해튼의 장난감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다가 지금은 파트타임 택배원, 펫시터(pet-sitter, 애완동물 돌보미), 지역사회 예술진흥 프로그램 ‘프로젝트 그린빌’ 설립자로 일한다. 그녀는 요즘 여성이 자녀를 갖는 것은 수동적이거나 우발적인 일이 아니라 긍정적인 결단이라고 말했다. 디건은 뉴스위크가 인터뷰한 여성 중 유일하게 임신한 적이 있었다. 18세에 임신했지만 낙태했다고 그녀는 말했다.

디건과 조던 두 사람 모두 남자 친구가 생기면 처음부터 자녀 생각이 없다고 분명히 밝혔으며 그에 동의하지 않는 남자는 차버렸다고 강조했다. 조던은 아기를 원하는 남자와 데이트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처음 만나는 남자에게는 그리빠져들 필요가 없다.

매력적이거나 쿨하다고? 뉴욕에는 그런 남자가 얼마든지 있다.” 후카바에서 조던과 에밀리 워넷(25,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은 아기가 생기면 자기 몸을 혼자 소유하지 않게 된다며 기괴한 농담도 주고 받았다(“내 몸 안에서 아기 손이 불쑥 생겨나다니!”).

그들은 피임에 따른 신체적·정신적 부담과 비용을 두고 한탄하면서도 출산을 조절할 수 있다면 그만한 대가는 치를 만하다고 말했다. 조던의 다른 동료인 재닛 리베라(30, 브루클린 출신의 사무직 회사원)는 “여성은 기본적으로 다리가 달린 자궁처럼 인식된다”고 말했다. “10대 시절에는 여성이 단지 아기공장으로 보이는 게 싫었다. 지금은 자녀를 갖는 데 따르는 책임이 엄청나며 비용 감당이 무리라고 생각한다.”

또 그들은 자녀를 가지면 교외에 살아야하고 집안일이 많아진다는 사실에도 거부감을 가졌다. 디건은 이렇게 말했다. “어떤 친구들은 결혼해서 아기를 갖고 롱아일랜드로 이사했다. 그게 퀸스에서는 성공 기준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학교도 괜찮고 집에 수영장도 있는 동네로 진출하는 것이다. 옷만 옛 것으로 바꿔 입히면 1950년대처럼 아주 질서정연하고 조용한 곳이다.”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생각과 인구밀도 높은 도시 생활이 연결되면서 기본적으로 완전히 다른 두 개의 미국이 만들어졌다. 한쪽은 자녀지향적이고 안락한 지역이며, 다른 한쪽은 생활비가 비싸고 자녀가 없는 대도시 중심부다. 도심 지역은 지난 30년 동안 그런 추세가 더욱 심해졌다.

같은 기간에 중산층 소득도 제자리 걸음을 했다. 지금 맨해튼에는 전체 가구의 거의 절반이 나홀로 가족이다. 지난 10년 동안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뉴욕, LA, 필라델피아 같은 대도시에서 어린이 수가 크게 줄었다. 과거 가족이 살기 좋은 곳으로 꼽혔던 시애틀도 지금은 개가 어린이보다 훨씬 많다.

이런 변화 속에서 자녀 없고 심지어 배우자도 없는 삶이 문화적으로 인기를 끌게 됐다. 그런 삶이 타당할 뿐 아니라 탁월한 선택이라는 생각도 적지 않다. 그런 운동은 문화적 취향을 만들어가는 사람, 학자, 신맬더스 학파, 환경운동가, 여권운동가, 민주당 정치인, 도시설계 전문가, 손 큰 부동산업자들로 계속 확산되고 있다. 이런 ‘싱글리즘(singlism)’을 추구하는 이유는 각 부류마다 다르다.

‘싱글리즘’은 캘리포니아대(샌터바바라 캠퍼스) 심리학 교수 벨라 드파울로가 만든 표현이다. 드파울로 교수는 아웅다웅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서로 붙어 사는 가족과 달리 독신자는 “의도적 공동체(intentional communities)”를 즐기며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예측 가능성이 적은 방식으로 유대감을 생각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에릭 클라이넨버그 뉴욕대 교수는 2012년 저서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Going Solo: Extraordinary Rise and Surprising Appeal of Living Alone)’에서 ‘창의적 집단(creative class)’을 구성하는 도시 전문직 종사자들에겐 독신이 “더 바람직한 상태”이며 “성공의 상징이자 특별함의 표시이고, 자유를 얻고 도시 생활을 신나게 만드는 익명성을 체험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요즘 미국 성인 중 절반 이상이 싱글(이혼자, 과부, 홀아비 포함)이다. 1950년에는 약 5명 중 1명이 그랬다.

도시개발업자들은 탈가족 현상에 큰 기대를 건다. 각국 정부는 자전거길, 대중교통, 미술관, 그리고 학교와 도로보다 비용이 싸게 먹히는 주택단지 개발에 투자한다.

“독신과 무자녀 부부가 떠오르는 가구 형태”라고 도시개발업자 크리스 라인버거가 말했다. 그에 따라 독신 전문직 종사자들을 겨냥한 더 작은 아파트가 필요해졌다고 인구학자 웬델 콕스는 지적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을 포함한 여러 대도시 시장들이 그런 개발을 지지한다.

피터 캘소프 같은 도시설계 전문가들도 초고층 소형 아파트 건설계획을 원한다. 캘소프는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계획을 “기후변화를 치료하는 항생제”라며 밀집성과 환경보호의 상관관계를 역설했다. 집단 기아와 인구 급증이라는 끔찍한 예측이 신뢰를 잃은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어린이가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은 여전히 반복된다. 요즘 환경운동가들은 고소득층 어린이가 더 적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난한 지역의 어린이보다 탄소발자국이 더 크기 때문이다. 찰스 영국 왕세자의 보좌관 조나손 포리트는 영국 인구를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두 자녀 갖기조차 “무책임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영향력 있는 환경단체 ‘생물 다양성 센터(The Center for Biological Diversity)’는 결혼하거나 아기를 갖는 범세계적인 연령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환경 전문지 ‘그리스트(Grist)’의 수석 편집자 리자 하이마스는 “뿌리 깊은 출산선호주의”에 맞서기 위해 “움트는 무자녀 운동”을 적극 지지한다. 그녀는 자칭 ‘GINK’다. ‘green inclinations no kids(무자녀 친환경주의자)’의 머리글자다.

이런 추세가 앞으로 미국 정치를 바꿔놓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10년 동안 독신 여성이 18% 증가하면서 그 집단이 민주당의 핵심지지층으로 부상했다. 여론조사 전문가 스탠 그린버그는 “미국의 가장 큰 진보유권자 집단”이라고 불렀다. 바로 그들이 인구학자 루이 터셰라가 말한 “부상하는 민주당원”의 핵심을 이룬다. 그들은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대단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출구조사에 따르면 기혼여성은 근소한 차이로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를 선호했지만, 독신 여성 3명 중 2명은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이 같은 독신 여성의 압도적인 지지가 일반 투표에서 오바마의 승리를 굳혔다. 선거운동에서 오바마 캠프가 ‘줄리아의 일생(The Life of Julia)’이라는 인포그래픽을 활용한 이유도 그로써 설명된다. 미국의 보통여성 줄리아가 어떤 대통령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요람에서 무덤까지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주는 생애주기별 도표였다.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받을 수 있지만 롬니 행정부에서는 받을 수 없는 혜택과 서비스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 그래픽은 어린이 부양부터 노인 부양까지 전통적으로 가족이 맡았던 역할을 정부가 대신할 수 있다는 노골적인 암시로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보수파는 거기에 남편이나 평생 파트너가 전혀 등장하지 않으며, 줄리아의 자녀는 그녀 일생에서 단 두 번(임신해서 건강보험개혁법 아래 무료 의료서비스를 받을 때와 공립 유치원에 들어갈 때)밖에 등장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독신자가 하나의 유권자 집단과 이익집단으로 영향력이 커질 경우 사람들이 계속 자녀를 낳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는 그들이 손해를 보게 된다. 이미 정부는 은퇴자들을 떠받든다. 2004년 기준으로 전체 정부 지출에서 18세 이하에게 1달러가 지출될 때 65세 이상에는 3달러가 지출됐다. 교육 지출을 제외한 연방 차원에선 그 격차가 7대 1로 더욱 크다. 인구고령화가 심화되면 그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남아 있는 근로자들에게 더 큰 부담을 주고 자녀를 가지려는 젊은이의 의욕을 꺾게 된다.

‘독실한 신자들이 지구를 물려받을까(Shall the Religious Inherit the Earth)?’를 쓴 에릭 카우프만은 궁극적으로 모르몬과 복음주의 기독교인 같은 보수적이고 독실한 사람들에게서 출산율이 높아지면 미국 정치는 세속적이고 젊으며 자녀가 없는 유권자 집단을 멀리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유대인처럼 일반적으로 자유주의 의식이 강한 집단에서도 독실한 부류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자녀를 훨씬 많이 갖는다. 추정에 따르면 뉴욕에 사는 유대인 가운데서 정통파는 약 5명 중 2명이며, 어린이는 4명 중 3명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또 그 어린이들이 부모의 정치관을 물려 받는다면 민주당 아성인 뉴욕이 우익으로 기울어질 것이다(물론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런 전망은 미국 사회 전체, 특히 독신자에게 상당한 위협이다. 사회가 더 엄격한 전통주의 세계관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큰 피해는 시장과 경제의 쇠퇴다. 줄어드는 근로인구가 치솟는 은퇴 수당과 노인 의료비를 부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독일과 일본은 이미 그런 상황에 처했다.

신경학회지 ‘뉴롤로지(Neurology)’는 2050년이 되면 미국의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약 1400만 명에 이른다고 전망했다. 그에 따르는 의료비용은 1조 달러를 초과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아울러 노인이 다수인 나라는 문화와 혁신에서 무기력증에 빠진다.

물론 정치의 보수화나 인구 감소가 반드시 불가피한 일은 아니다. 전통적인 결혼과 가족의 ‘황금기’로 돌아가지 않고서도 탈가족주의의 부정적인 여파를 완화할 수 있는 조치가 있다.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는 쪽으로 세제를 개혁하고, 도시 주변에 독신자용 주택 건설을 계속 허용하고 어린이친화적이고 적당한 인구밀도의 도시 구역을 개발하며, 아버지가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장려하는 장기휴가 정책을 실시하고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서 이 정책이 어느 정도 성공했다), 자녀를 갖는 일이 경제적으로 가능하고 즐겁도록 만드는 여러 방안들이 거기에 포함된다. 특히 여성이 직장을 갖고 독자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커지기 때문에 자녀와 관련된 일에서 남성이 좀 더 큰 역할을 맡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집단적으로 노선을 변경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후카바에 모인 그들이 우리의 앞날을 보여준다. 조던은 이렇게 말했다. “이전에는 자녀를 갖는 문제를 두고 아버지와 많이 다퉜다. 이제는 아버지도 체념했지만 늘 ‘사람들은 자녀 계획을 세우지 않고 그냥 갖는 거야’라고 말한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계획을 세우고 선택을 한다.”

귀를 기울일 만한 이야기다. 앞으로는 배타적인 사회 단위가 아니라 진정으로 필수단위로서 가족의 지위를 보존하는 문화가 성공할 것이다. 그냥 흘러가는대로 내버려 두기보다는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런 주장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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